김지현, ‘연장 5홀 혈투’ S-OIL 챔피언십 V...시즌 2승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7.06.11 16: 40

 ‘골프치기 좋은 날.’
11일의 제주 날씨를 두고 어느 일기 예보 방송에서 이렇게 표현했다. 전날부터 비가 예보 됐지만 비는 오지 않고 대신 구름만 두껍게 끼었다. 간간이 엷은 햇살도 얼굴을 비추었다. 정말 골프 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이런 날을 선수들이 놓칠 리 없다. 미친 듯이 타수를 줄이는 이가 나오기 마련이다. 
11일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1회 S-OIL 챔피언십(총상금 7억 원, 우승상금 1억 4000만 원)’ 최종 라운드에서 그런 선수가 있었다. 한화 소속의 김지현(26)이었다. ‘추격자’로 3라운드를 시작한 김지현은 무려 7타를 줄이며 ‘되는 날’을 만들었다. 

결국 승부는 챔피언조에서 달리는 선수와 김지현의 싸움이 되는 구도였다. 챔피언조의 저항도 만만찮았기 때문이다. 정규 18홀을 돌고 나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챔피언조를 대표해서 이정은(21, 토니모리)이 살아 남아, ‘뭘 해도 되는’ 김지현을 상대했다. 
김지현이 11일 제주도 제주시 ‘엘리시안 제주 컨트리클럽(파72, 6527야드)’에서 열린 S-OIL 챔피언십 최종일 경기에서 5차전까지 가는 연장 승부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8홀에서 계속 된 5번째 승부에서 이정은이 홀컵 15미터 이상 거리에 공을 올려 둔 반면, 김지현은 2미터 거리에 공을 붙였다. 김지현도 버디에 실패했지만 이정은은 보기를 기록하면서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김지현은 지난 4월 30일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한 지 1달여 만에 승수 하나를 더 챙겼다. 5월의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5위, E1 채리티 오픈에서 또 5위를 차지하며 계속 우승문을 두드렸던 김지현이었다. 이날 우승으로 김지현은 김해림에 이어 2번째 다승자가 됐다. 
‘추격자’ 김지현은 이날 차분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경기를 했다. 4월의 생애 첫 우승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 속에서 노련미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 힘을 줄 때와 뺄 때를 적절히 섞어가며 슬기롭게 홀을 공략했다. 
선두와 2타차 단독 5위(-8)에서 최종 3라운드를 시작한 김지현은 까다롭게 세팅 된 첫 홀부터 버디를 잡아 나갔다. 조 편성도 챔피언조보다 하나 앞서 출발해 추격하기 딱 좋았다. 
전반 9홀에서 버디 3개로 선두권을 따라잡은 김지현은 후반홀 들어서는 고삐를 더욱 바짝 잡아 당겼다. 10, 11번과 14, 1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았다. 작은 개울을 건너가야 하는 파5 15번홀에서는 과감한 투온 전략도 펼쳤다. 이글에는 실패했지만 추격자들이 봤으면 간담이 서늘 했을 정도의 공격적 선택이었다. 김지현은 이후 홀에서는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15언더파로 홀 아웃을 한 뒤 뒤따라 오는 챔피언조의 결과를 기다렸다. 
2라운드 공동선두(-10)였던 이정은은 챔피언조 편성의 부담 때문인지 발동이 늦게 걸렸다. 3, 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올렸을 때만해도 기세가 무서웠지만 6번홀 보기 이후 6개홀에서 지루한 파행진을 거듭했다. 
이정은의 추격타는 13번홀부터 터져나왔다. 13, 14번홀에서 연속 버디에 성공하고 파5 15번홀에서 승부를 걸어야 할 상황. 드라이버 대신 우드를 잡고 티샷을 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이정은은 2온에 실패했고, 3번째 칩샷마저 깃대와 멀어지면서 버디 공략에 실패했다. 그러나 이정은은 파3 16번홀에서 버디에 성공한 뒤 파4 18번홀에서 1.8미터 거리 퍼팅을 깔끔하게 성공시키면서 극적으로 15언더파를 만들어 연장승부로 끌고 갔다.
단독 3위는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펼친 롯데 소속의 김지현(26)이 차지했다. 김지현은 직전 대회인 ‘제7회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우승했던 주인공이다. 김지현2는 이날 4타를 줄여 최종합계 13언더파로 단독 3위에 올랐다. 김지현2도 경기 막판에야 줄버디가 터져 추격의 고삐를 세게 당기지 못했다. 
이번 대회 ‘스토리텔링 조’인 ‘장타자조’에 편성 돼 됐던 장하나(25, 비씨카드)와 김민선(22, 비씨카드)은 5언더파로 공동 29위에 올랐다. 함께 경기를 펼쳤던 여고생 성은정은 컷 탈락했다. 
최종합계 12언더파의 최가람이 단독 4위, 이소영과 고진영이 11언더파 공동 5위, 김해림이 단독 7위(-10)에 랭크 됐다. /100c@osen.co.kr
[사진] 김지현과 이정은의 최종 라운드 경기 모습. /제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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