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 생일에 '종합 선두' 오른 민경호, "기회 왔으니 지켜야죠"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06.15 16: 33

2017년 6월 15일은 민경호(서울시청)에게 평생 잊지 못할 날이 됐다.
국내 유일의 국제도로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코리아 대회 2일차 옐로 저지(종합 1위)를 입은 주인공은 민경호였다. 그는 15일 오전 군산 월명 종합운동장서 출발해 무주 반디랜드까지 156.8km를 달리는 2017 투르 드 코리아 대회 2구간 레이스서 3시간41분26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두 팔 벌려 포효했다. 스프린트 강자인 예브게니 기디치(비노 4-에버, 3시간41분30초)를 4초 차로 따돌렸다.
민경호의 날이었다. 1, 2구간 합계 9시간5분59초를 기록, 기디치(9시간6분07초)를 제치고 종합 선두에 등극한 그는 베스트 영 라이더(23세 미만 최고 성적 선수)에게 주어지는 하얀 저지도 거머쥐었다.

민경호는 "감회가 새롭다. 원래 목표는 베스트 영 라이더였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의 몇 배를 달성했다. 구간 1위를 한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아마추어 고등부 시절 국내서 몇 번 우승을 했었지만 엘리트로 올라와서는 첫 우승"이라며 얼떨떨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선두 그룹을 유지했다"며 "마지막 5km는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렸다. 따라잡힐 줄 알았는데 800m를 남기고 '우승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민경호의 독주는 짜릿했다. 레이스 중반부터 줄곧 선두 그룹을 형성했던 그는 6km를 남기고 홀로 치고 나오는 승부수를 던졌다. 기디치 등 스프린트 강자들이 선두권에 몰려있어 일찌감치 도박을 감행했다. 마지막 오르막길서 턱밑 추격을 허용하며 대위기를 맞았지만 끝까지 뒷심을 발휘하며 가장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민경호는 "스프린트가 약한 편이라 나중에 밀릴 바에는 한 번 흔들어보자는 생각에 앞으로 나갔는데 작전이 주효해 우승할 수 있었다"면서 "오르막서 추격을 당할 때 불안해서 뒤를 많이 돌아보긴 했지만 뒷 그룹의 견제가 시작되는 틈을 타 다행히 끝까지 밀고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민경호는 소속팀 조호성 코치의 생일에 대기록을 달성해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그는 "경기 시작 전 장난으로 생신 선물을 만들어 드리려고 했는데 나에게 기회가 찾아왔고 놓치지 않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조호성 코치도 "2014년 생일 때는 내가 이 대회서 구간 우승을 차지했었는데 이번 생일엔 경호가 우승하면서 생일 선물을 줬다"라고 제자의 우승을 기뻐했다.
2구간 우승으로 종합 우승에 발걸음을 재촉한 민경호는 "원래 종합 1위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회가 온 만큼 한 번 지킬 수 있는 데까지 지켜보겠다"며 야망을 불태웠다./dolyng@osen.co.kr
[사진] 투르 드 코리아 조직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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