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호, "죽기 살기로 버텨서 생신인 어머니께 희소식 드리고 싶었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06.17 15: 06

"어머니 생신인 오늘 하루는 죽기살기로 버텨서 좋은 소식을 가져가고 싶었다."
민경호(서울시청)가 4구간에서도 옐로 저지(종합 1위)를 지켜내며 종합 우승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민경호는 17일 오전 영주 시민운동장서 출발해 충주세계무술공원까지 156km를 달리는 2017 투르 드 코리아 대회 4구간 레이스서 종합 선두를 수성했다. 4구간 우승은 욘 아베라스투리 이자가(팀 유쿄, 3시간37분59초)가 차지했지만 민경호는 선두 그룹과 함께 23위로 들어오며 1~4구간 합계 16시간28분58초로 종합 1위를 지켰다. 또한 베스트 영 라이더(23세 미만 최고 성적 선수)에게 주어지는 흰색 저지도 지켜냈다.
민경호는 3구간과 마찬가지로 4구간도 전략적으로 임했다. 메인그룹 중후반에 처져 체력을 비축하며 경쟁 상대인 종합 2위(16시간29분06초) 예브게니 기디치(비노 아스타나)를 견제했다.

동료들의 지원 사격 덕분이었다. 민경호는 3구간에 이어 이날도 동료 선후배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았다. 레이스 종반 위기가 있었지만 소속팀 1년 '선배' 정하전의 도움을 받아 선두 그룹과 함께 골인 지점에 도달할 수 있었다.
민경호는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꿈만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경기 시작 전 내가 갖고 있는 것 이상으로 해야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며 "마지막 20km 남기고 정말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는데 나를 도와준 동료, 코칭스태프, 스폰서, 스태프를 생각해서 끝까지 버텼다"고 했다.
민경호는 종합 선두를 지켜낸 뒤 펑펑 울었다. 시상식 단상에 올라가서도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연이 있었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날이었던 것 같다"는 그는 "오늘이 어머니 생신이다. 오늘 하루 만큼은 죽기살기로 버텨서 어머니께 좋은 소식을 가져가고 싶었다. 서울에 가서 어머니께 어리광도 피우고, 받은 꽃다발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동료 선후배들에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민경호는 "우리 팀의 메인 클라이머는 정하전 선배다. 홀로 고립된 적도 있었지만 내리막길서 정하전 선배가 함께 해주면서 많은 팀들의 견제에도 피니시 라인까지 안정하게 방어한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민경호는 종합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었다. 18일 펼쳐지는 최종 5구간은 올림픽공원서 강변북로를 순환하는 65km 손쉬운 평지 레이스라 민경호의 우승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다만, 스프린트에 강한 기디치가 5구간 정상에 오르면 보너스 10초를 받아 민경호와 순위가 뒤집히게 된다.
민경호는 "밤에 작전 회의를 해야 한다. 스프린트 포인트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할 것"이라며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오늘은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은 치열한 방어전을 펼쳐야 한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민경호는 18일 한국인 최초로 국제사이클연맹(UCI) 2.1 등급 대회 종합 우승에 도전한다./dolyng@osen.co.kr
[사진] 시상대서 포효하는 민경호(위)-종합 선두 수성 뒤 아버지 민이삭 씨와 포옹하는 민경호(아래) / 투르 드 코리아 조직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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