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민경호와 '조연' 서울시청의 희생, 韓 사이클사를 바꾸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06.18 10: 37

민경호(서울시청)의 한국인 최초 국제사이클연맹(UCI) 2.1 등급 대회 종합 우승 뒤엔 소속팀 동료들의 빛나는 희생이 있었다.
민경호는 18일 오전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서 출발해 올림픽공원까지 65km를 달리는 2017 투르 드 코리아 대회 최종 5구간 레이스서 옐로 저지(종합 선두)를 지켰다. 1~5구간 최종 합계 17시간47분46초를 기록하며 2위 아빌라 바네가스 에드윈 알시비아데스(일루미네이트, 17시간47분53초)를 7초 차로 따돌렸다. 전날까지 종합 2위였던 예브게니 기디치(비노 아스타나)는 1초 차 3위로 마감했다.
이로써 민경호는 한국 사이클사를 새로 썼다.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1등급 대회서 우승하는 쾌거를 맛봤다. 아울러 지난 2012년 박성백(KSPO) 이후 5년 만에 대회 정상에 올랐다.

민경호는 베스트 영 라이더(23세 미만 최고 성적 선수)에게 주어지는 흰색 저지도 입으며 2관왕을 달성했다. 민경호는 종합 우승 상금으로 1750만 원, 2구간 우승 상금으로 700만 원 그리고 베스트 영 라이더 상금 등을 더해 2500만 원이 넘는 상금을 챙기며 두 배의 기쁨을 누렸다.
지난 15일 2구간 우승을 차지한 민경호는 3~4 구간에서 다른 팀들의 집중 견제를 받았지만 동료 선후배들의 지원 사격 속에 종합 선두를 수성했다. 
마지막 5구간까지 경쟁이 이어졌다. 민경호에 8초 뒤져 있던 기디치가 구간 1위를 할 경우 종합 우승을 내줘야 했다. 민경호는 서울시청 동료들과 함께 메인그룹서 탐색전을 벌였다. 강력한 경쟁자는 기디치와 아빌라였다.
16km를 남기고 장지웅(코레일)이 선두 그룹에 합류한 가운데 막판까지 숨 막히는 승부가 이어졌다. 민경호는 34위로 골인했지만 브렌튼 존스(JLT 콘도르)가 구간 1위를 차지하며 아빌라와 기디치의 추격을 따돌렸다.
종합 우승의 발판을 놓은 건 민경호 본인이었지만 동료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역사였다. 민경호는 지난 15일 2구간 6km를 남기고 선두 그룹에서 어택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기디치 등 스프린트 강자들이 선두권에 몰려있어 일찌감치 도박을 감행했다. 민경호는 마지막 오르막길서 턱밑 추격을 허용했지만 끝까지 뒷심을 발휘하며 처음으로 종합 선두에 올랐다.
민경호는 3구간부터 팀 동료들의 절대적인 도움을 받았다. 3구간 초반 동료들의 도움을 받다가 종반에도 위기가 있었지만 1년 '선배' 정하전의 지원을 받아 종합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당시 민경호는 "5명의 팀원들이 나 때문에 정말 많이 고생했다. 나 한 명을 위해 모든 걸 하얗게 불태웠다. 포기하지 않고 이끌어 준 팀원들에게 고맙다"면서 "정태윤 감독님과 조호성 코치님, 팀 동료 등 옐로 저지를 지키게 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4구간도 마찬가지였다. 민경호는 서울시청 동료들의 희생 속에 메인그룹 후미에서 체력을 비축하며 경쟁자인 기디치 등의 행보를 예의주시했다.
4구간서 종합 선두를 수성한 민경호는 "마지막 20km 남기고 정말 힘들어 포기하고 싶었는데 나를 도와준 동료, 코칭스태프, 스폰서, 스태프를 생각해서 끝까지 버텼다"고 공을 돌렸다.
서울 일대에서 펼쳐지는 5구간은 민경호와 서울시청을 넘어 한국 사이클 역사에도 중요한 레이스였다. 한국 최초로 UCI 2.1 등급 대회 우승이 눈앞이었기 때문이다. 마지막까지 동료들의 도움을 받은 민경호는 종합 선두 자리를 지키며 한국 사이클사의 주인공이 됐다.
정하전은 "나와 팀원들이 경호를 위해 힘쓰는 게 느껴졌다. 입장이 바뀌었다면 경호 또한 우리를 도와줬을 것"이라며 "정하전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서울시청 한 팀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후배' 민경호의 역사적인 우승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한 말도 안되는 타이틀이다. 지금은 실감이 안 나고 몇 달 지나야 실감이 날 것 같다"면서 "경호가 크게 한 턱 쏠 것 같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민경호의 역사적인 우승은 서울시청 동료들과 함께 한 쾌거였다./dolyng@osen.co.kr
[사진] 투르 드 코리아 조직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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