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대기록, 이진영-배영수의 당부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6.20 10: 01

KBO리그 36년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긴 '베테랑' 이진영(37)과 배영수(36). 이들이 후배들에게 바라는 건 같았다.
이진영과 배영수는 지난 1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벌어진 kt와 한화의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팀간 7차전서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대기록을 세웠다.
시작은 이진영의 몫이었다. 이진영은 이날 2번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1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첫 타석을 맞았다. 지난 1999년 쌍방울에서 데뷔한 이진영은 이날 경기 전까지 1999경기에 출장했다. 이로써 2000경기 출장 대업을 완성한 것. 정성훈(2062경기)에 이어 출장 부문 현역 2위이자 KBO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전체 9위에 해당하는 대기록이었다.

이진영을 땅볼로 잡은 배영수도 뒤이어 대기록 행렬에 동참했다. 전날까지 437경기서 1999⅓이닝을 기록 중이던 배영수는 이진영을 잡아내며 아웃카운트 두 개를 더했다. 개인 통산 2000이닝 대기록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이는 현역 투수 가운데 최다이닝 1위. 이 부문 현역 2위는 장원준(두산)으로 1730⅓이닝을 던졌다. 배영수와 격차가 큰 탓에 한동안 현역 최다이닝 1위는 배영수의 몫으로 남을 전망이다.
그러자 이진영도 다시금 힘을 냈다. 3회 2루타를 때려낸 이진영은 팀이 2-7로 뒤진 5회 선두타자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이진영은 배영수를 상대로 풀카운트 승부 끝에 2루타를 뽑아냈다. 전날까지 1999경기서 1998안타를 기록 중이던 이진영은 이날 멀티히트로 2000안타 고지에도 동시에 오르게 됐다. KBO리그 역대 10호 기록이다. 2000경기 출장과 2000안타를 동시에 달성한 건 역대 다섯 번째다.
이들은 다음날 17일 차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배영수는 "초창기의 배영수는 속구 하나로 타자와 싸우던 투수였다. 어느 순간 변화구로 싸우더니, 이제는 타이밍 빼앗는 게 주무기가 되었다"라며 "참 다양한 경험이다. 은퇴 후 지도자를 하거나, 그렇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자산이 되리라 확신한다"라는 소감을 드러냈다.
이진영 역시 "기록에 욕심 자체가 없었는데, 2000경기와 2000안타는 달랐다. 처음으로 기대했던 기록이다. 야구인생에서 '내 자신에게 축하할 만한' 두 가지 기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각자에 대한 축하도 잊지 않았다. 이진영은 "2000이닝과 2000경기-2000안타가 동시에 나온 건 전세계 유일 아닐까"라며 "같이 오래 야구해온 영수도 대단한 선수다"라고 밝혔다. 배영수는 "나도 진영이 형 상대로 기록을 완성했고, 진영이 형도 내 덕에 기록을 완성했으니 상부상조 아닌가"라고 화답했다.
어느덧 '꾸준함의 상징'이 된 이진영과 배영수. 이들이 후배들에게 바라는 건 딱 하나였다. 바로 '구슬땀'. 이진영은 "내가 신인일 때는 훈련 환경이 정말 안 좋았다. 은퇴하는 선배들을 많이 봐서 ‘야구는 오래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환경이 굉장히 좋아졌고, 선수생활을 오래하는 선배들도 생겼다. 환경이 개선된 만큼, 후배들도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체력향상을 위한 준비를 더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의 스즈키 이치로(마미애미)가 나와줘야 한다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이어 이진영은 "사실 선배가 조언을 해도 개성 강한 선수들은 자기 뜻을 더 강하게 받아들인다. 물론 조언을 받아들이는 건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자신의 개성에 선배의 노하우를 접목시키면 분명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해가 될 것은 하나도 없지 않겠나"라며 껄껄 웃었다.
배영수 역시 마찬가지. 배영수는 "사실 후배 투수들에게 엄하게 대해서 미안한 마음은 있다. 하지만 후배들이 느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다. 이제 마냥 어린 나이가 아닌 선수들은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태양, 장민재, 김재영 등은 150이닝을 넘어 200이닝도 던져줄 선수라는 말을 덧붙였다.
배영수는 "현재는 환경이 얼마나 좋아졌나. 후배들이 좋은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된 만큼 멋진 선수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면 배영수가 생각하는 멋진 선수는 누구일까. 잠시 고민한 그는 "경쟁에서 당당히 살아남아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는 것, 핑계 없이 본인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이"라고 답했다.
배영수의 기준을 빌리자면 이미 '멋진 선수'인 이진영과 배영수. 꾸준함의 상징이 말하는 그 비결은 단 하나, 땀이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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