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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의 인디살롱] 도마와 함께 들은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 12곡

[OSEN=김관명 기자] 밴드 도마를 만났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김도마, 퍼커션 손원진, 기타 거누, 이렇게 3인조 혼성밴드다. 맞다. ‘도마’는 부엌에 있는 그 도마다. 예수의 부활을 의심한 도마, 이런 게 아니다. 도마의 투박한 나무 느낌과 소리가 좋아 그렇게 지었단다. 이들은 지난 5월30일 정규 1집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를 냈다. 수록 12곡을 찬찬히 듣다보면, 부엌칼이 도마에 통통 닿는 살겨운 느낌과 그 위에 올려진 싱싱한 식재료가 저절로 연상되는 그런 앨범이다.

= 우선 각자 소개부터 부탁드린다.

(김도마) “도마 밴드의 도마 역할을 하고 있는 김도마다. 1993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전주에서 자랐고 대안학교를 나왔다. 멤버들 모두 대안학교 출신이다. 2011년 졸업후 혼자 활동하다 정규 앨범을 만들고 싶어 찾은 곳이 곽푸른하늘이 있는 씨티알싸운드였다. 그게 지난해 일이다. 푸른이는 공연하면서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다.”

= 도마 1집은 그렇게 해서 씨티알싸운드에서 나온 것이고, 그러면 2015년 8월에 나온 데뷔 EP(도마 0.5)는 어디서 나왔나.


(김도마) “믹싱과 마스터링을 뮤지션 유니크쉐도우를 소개받아 부탁하고 사비를 들여 만들었다.”

cf. 도마의 데뷔 EP ‘도마 0.5’는 밴드가 아니라 김도마가 혼자서 오롯이 만든 솔로 앨범이다. ‘휘파람’, ‘초록빛 바다’(타이틀), ‘너 가고 난 뒤’, ‘사실은 아무 생각 없었어’ 등 4곡이 수록됐다. 이 앨범에 대해 곽푸른하늘은 “사이좋게 어울리는 솔직한 노랫말과 매력적인 도마의 목소리에 마음이 간질간질”이라고 평했다.

cf. 도마 정규 1집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에는 씨티알싸운드의 황현우 대표가 베이스 세션으로 참여했다. 황 대표는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에서 베이스를 맡고 있는 바로 그 까르푸황이다. 김도마는 작사작곡, 보컬과 함께 어쿠스틱 기타도 쳤다.

(손원진) “퍼커션을 맡고 있는 92년생 손원진이다. 도마를 만나기 전까지 삼바음악을 해왔다. 중3 때부터 퍼커션과 콩가를 배웠다. 원래 퍼커션 주자가 꿈이었지만 현재는 삼바음악을 전문으로 하게 됐다. 도마와는 8년 전 학교에 놀러갔다가 처음 알게 됐다. 2012년 도마가 글을 올렸는데 확 와닿아서 내가 먼저 연락했다. 그리고는 지난해 도마가 1집을 내면서 퍼커션을 부탁하길래 조금도 (앞뒤를) 재지않고 합류하게 됐다.”

(거누) “96년생으로 기타를 치고 있다. 도마와 함께 한 지는 2년 됐다. 원래 같은 대안학교 2년 선배지만 서로 마주칠 기회가 없었다. 기타는 중학교 졸업 직전 일렉기타로 배웠다. 졸업후 하우스밴드에서 블루스기타를 치다가 기타 치는 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이 걸 도마 누나가 봤다. 이게 인연이 돼 같이 하게 됐다. 도마 데뷔 EP 때는 다른 사람이 기타를 쳤지만 오프더레코드 활동 때부터 내가 쳤다.”


= 공원에서 두 사람이 함께 한 ‘Is This Love’ 영상을 잘 봤다. ’거누’라는 예명은 어떻게 지었나.

(거누) “본명이 김건우다. 너무 흔한 이름이어서 발음 나는 대로 지은 것이다.”

= 자, 이제 1집 얘기를 본격적으로 해보자. 고품격 뮤직 인터뷰, 스타트~~! 우선 1집의 주제랄까, 컨셉트는 무엇인가.

(김도마) “지금까지 만든 곡을 모아서 정리하는 느낌으로 준비했다. 제가 쓴 곡이지만 조금씩 변화해온 무엇이 있을 것이다. 거누가 들어오면서 만든 곡도 있고. 그래서 정리하고 싶었다. 이제는 다른 걸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사실 1집에 담긴 노래들은 제가 감정적으로 고립돼 있을 때 썼다. 앨범 제목에 ‘섬으로 가고 싶다’는 내용이 들어간 이유다.”

(황현우) “도마가 그러더라. 예전 노래들이 쌓여서 나를 괴롭힌다고. 그 혼란스러움을 넘고 싶다고.”

(김도마) “맞다. 예전 노래들을 이번 앨범에 묻은 것이다. 장례식처럼.”


= 앨범 재킷이 인상적이다. 아래가 다 보이는 섬에 수영복을 입은 소녀가 서 있다. 비키니에 튜브를 들고.

(김도마) “디자이너 언니랑 많은 대화를 나눴다. 섬이 아니라 빙산이다. 빙산은 소녀의 무의식을 나타낸다. 아까 말했듯이 고립된 순간, 이런 것. 그런데 수영복을 입은 소녀는 이제 그곳에서 빠져나올 준비가 다 돼 있다. 물속에 들어갈 자세도 돼 있다. 빙산에서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 음..이렇게 깊은 뜻이 담겨있는지는 몰랐다. 1번트랙 ‘Is This Love’부터 같이 들어보자. 코멘터리 부탁드린다.

#1. ‘Is This Love’ 핵심 키워드 : 너와 함께 낮잠 자는 일 역시나 너무 좋아요 Is this love

(김도마) “거누가 일렉 기타, 제가 통기타를 쳤다. 당시 감기에 걸려서 저절로 코러스 효과가 났다(웃음).”

(손원진) “지금 통통 들리는 악기는 봉고다. 콩가로 하면 겹치는 음역이 있어 봉고를 썼다.”

(김도마) “3명이서 같이 하면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감을 잡게 된 노래다. 원래 혼자 해야 한다, 이런 욕심 혹은 자만심이 있었는데 이 앨범을 준비하면서 ‘이제 밴드를 꾸려야겠다’고 마음 먹게 됐다. 수록곡 중 가장 밝은 노래라서 1번 트랙에 넣었다. 가사 일부에 밥 말리 곡 가사가 들어가 있었는데 녹음 하고 나서 저작권 문제가 생겨 앨범발매가 한 달 미뤄진 사연이 있다. 결국 ‘안된다’는 대답을 들었고 그래서 살짝 개사를 해서 다시 녹음했다. 애를 먹인 노래다. 만든 것은 2013년 무렵이다.”


#2. ‘너무 좋아’ 핵심 키워드 : 너의 눈동자와 콧망울과 그 입술 다 너무 좋아

(김도마) “가장 오래 전에 쓴 노래다. 2010년 고등학교 때 썼다. 그만큼 제일 오랫동안 불러온 노래이고, 제일 고민 없이 만든 노래다.”

#3. ‘초록빛 바다’ 핵심 키워드 : 초록빛 바다 그곳으로 너와 함께 떠나고 싶다 / 민트색 돌고래, 보라색 불가사리

(김도마) “1~3번 트랙이 데이트 연작이다(웃음). 직접 바다를 보며 쓴 게 아니라 반지하 살 때 상상을 많이 하면서 쓴 곡이다. 반지하, 암전된 상태에서 바다로 너무 놀러가고 싶더라. 이곳(반지하방)이 바다였으면 좋겠다, 그것도 동남아 바다, 에메랄드빛 바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썼다. 지금까지 만든 곡 중 가장 빨리 만든 곡이다.”

= 고향이 섬이나 해안가인가.

(김도마) “서울이다.”

#4. ‘소녀와 화분’ 핵심 키워드 : 화분의 꽃이 웃을 만큼 맑은 날 / 슬픔을 집에 가두지 말고 풀자고 했다 슬픔은 저기 골목 끝까지 갔다가 내가 부르면 다시 달려오고 슬픔은 저기 시장 통에 구경 갔다가 밥 짓는 냄새에 돌아오지

= 화분의 꽃이 웃을 만큼 맑은 날이라니, 표현이 기막히다. ‘슬픔이 시장 통에 구경 갔다가 밥 짓는 냄새에 돌아’온다는 이미지도 너무 좋다.

(김도마) “잠깐 우울증이 왔었던 때다. 꿈에 여자애가 나와서 이렇게 얘기했다. ‘슬픔을 집에 가두지 말고 풀어버리자’고. 깨어나 핸드폰에 적고 다음날 쓴 곡이다. 고양이를 지금도 키우고 있는데, 고양이는 강아지가 아니라서 산책을 함께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고양이가 ‘슬픔’과 많이 닮았다고 느꼈다.”

= 이 얘기를 듣고 보니 가사에 나오는 ‘슬픔’을 ‘고양이’로 바꾸면 뜻이 확 통한다. 신기하다. 그러면 집에 진짜 화분에 꽃도 키우나.

(김도마) “집에 화분이 많다. 하릴없이 화분을 쳐다보는 경우가 많은데, 봄철 잎들이 반짝 거릴 때가 있다.”

(손원진) “친한 꽃집 아주머니가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다. 언제 물을 줘야 하냐고 물으시면 이러신다. ‘애가 우울해보이면 줘라’”

= 오호. 대단한 사유다. 예전에 읽은 박완서 소설에 ‘국화는 키우는 사람이 바라는 대로 그 꽃색깔을 정해서 꽃을 피운다’ 비슷한 구절이 있었다. 멋있다.

(김도마) “이 곡 ‘소녀와 화분’부터 가사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5. ‘고래가 보았다고 합니다’ 핵심 키워드 : 고래가 보았다고 하네 바닷속에 갇힌 눈물이 바위를 치고 못다 부른 노래는 바다에 울려 하늘을 찢는 날 부르는 소리 / 내가 빗방울을 피하는 동안, 어둠을 두려워하는 동안

(김도마) “세월호 얘기다. 그 큰 배가 바닷속에 있을 때 엄청나게 큰 고래가 주변을 배회했을 것 같다. 원래 이 곡은 ‘다시, 봄' 프로젝트 앨범(2015년)에 실렸던 곡이다. 하지만 그 때랑 지금 이 앨범이랑은 느낌이 완전 다르다.”

#6. ‘섬집아기’ 핵심 키워드 : 아무도 없을 작은 외딴 섬에서 누군가를 만나 깜짝 놀라고 싶어 깜짝 놀라고 나면 나만 아는 오솔길 다신 못보게 될까 나만 아는 그 바다 다신 못보게 될까

(김도마) “사람들을 피하고 안만나던 시절에 쓴 곡이다. 그때 혼자 여행을 많이 갔었다. 숨어서 그렇게 돌아다니지만 누구가를 만나 깜짝 놀라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날 발견해줬으면 좋겠다, 날 구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것.”

#7. ‘오래된 소설을 몸으로 읽는다’ 핵심 키워드 : 문장과 문장 사이 뛰노는 조랑말 잡으러 / 이 밤에 어딜 간단 건가요 바다를 걷고 타는 모닥불 앞에서 내가 챙겨온 비옷과 거짓말

= ‘문장과 문장 사이 뛰노는 조랑말 잡으러’,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김도마) “제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다. 책을 읽으면 글자 사이의 하얀 공간만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책을 오래 읽는 편이다. 그리고 이 곡에는 당시 연애했던 사람이랑 돌아다녀봤던 장면들을 많이 넣었다. 바다, 모닥불 등등. 그 사람과 하루는 산에 갔었는데 한 할머니가 도시락을 드시면서 이러셨다. ‘여행 왔어요? 여행에는 비옷과 거짓말을 챙겨야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울컥했다.”

= 오호. 거짓말을 챙겨라? 대단한 포인트다. 혹시 ‘오래된 소설’의 구체적 모델이 있었나.

(김도마)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당시 여행을 할 때도 항상 갖고 다녔다. 항상 같이 다녔으니까 왠지 온몸으로 읽어낸 그런 느낌이 들더라.”


#8. ‘코스트코 데킬라’ 핵심 키워드 :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어서 여기 앉아

(김도마) “거누가 회원카드가 있어서 코스트코에 갔고 그곳에서 기념으로 데킬라를 산 적이 있다. 고등학교 친구들이 집에 놀러와 이 데킬라를 마시면서 나눈 대화로 이 곡을 썼다. 그 날은 혼자 고립됐다가 처음으로 뭍으로 나온 날이었다.”

#9. ‘황제 펭귄이 겨울을 나는 법’ 핵심 키워드 : 서로 껴앉지 않으면 살 수가 없는 극단적인 마을이 있대 / 하나의 포옹이 포옹으로 모여 만든 검은 둥지

(김도마) “‘고래가 보았다고 합니다’의 연장선에 있는 노래다. 최순실 사태 때, 위안부 국정교과서 사태 때, 너무 답답했다.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달아야만 서로가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게 되는 것인지.”

= 지금 들리는 퍼커션은 뭔가.

(손원진) “우드드럼이다. 아프리카 악기인데 펭귄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서로 부딪히고 자빠지고 멍청해보이는 이미지랑, 물에 들어갈 때 ‘뽀옹’ 소리를 내는 이미지를 합쳤다.”

(김도마)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진짜 사운드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10. ‘방파제’ 핵심 키워드 : 바람 냄새 나는 그냥 코를 들이밀었네 / 니가 울던 냄새 낡은 밤바다에서 마음을 겹겹이 껴입고 우리는 머리가 아팠잖아요

(김도마) “‘섬집아기’ 시즌에 만든 곡이다. 사람들 피해 다니던 때였는데, 방파제에 앉아서 소주를 마시며 그때 같이 있던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겨울이기도 했지만 의지할 것은 서로의 마음 뿐이었다.”

#11. ‘나를 위로해주던 풍경’ 핵심 키워드 : 나를 위로해주던 풍경들은 다 그대로 있을까 내 노래들 내 노래들은 어디로 가는 걸까

(김도마) “산속에 있던 학교 풍경이 떠올랐다. 학교 다닐 때가 좋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뭐를 하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렇다고 다시 그때(학교 다니던 때)가 되는 것도 싫고. 하여간 그래서 이 노래가 가장 힘들었다. 공연 때도 부르지 않는다.”


#12.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 핵심 키워드 : 멀리멀리 가던 날 데려온 노래는 /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섬으로 가네 조심하며 걸어도 발소리는 아무도 없이 개만 운다

(김도마) “제일 좋아하는 곡이자, 가장 마지막에 만든 곡이다. 지금까지 모든 것들을 마무리해준다. 베트남에 여행을 간 적 있는데, 그때 레너드 코헨의 ‘Why Don’t You Try’를 많이 들었다. 그때 가지고 간 게 옷과 음악뿐이었으니까. 이 곡에서 착안해 만든 곡이다.”

= 지금 들리는 ‘퉁퉁’ 이 소리는 어떤 악기인가.

(김도마) “통기타다. 사실 이 곡에 ‘통통’ 소리가 많이 나게끔 하고 싶었다. 통기타는 퍼커션 역할도 하니까.”

= 지금까지 오랜 코멘터리가 팬들한테 큰 선물이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올해 계획을 들려달라.

(김도마) “올해는 이 앨범과 관련한 활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다음 앨범을 위한 곡 작업도 시작해야할 것 같다.”

(손원진) “지금까지 악기만 연주했는데 이제는 음악을 하고 싶다.”

(거누) “도마 활동을 하면서 제가 따로 하는 밴드의 EP 앨범을 준비할 계획이다.”

= 수고하셨다. 앞으로도 음악공동체 씨티알싸운드에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한다.

(도마 + 황현우)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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