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현장] '택시운전사' 송강호는 왜 아픈 시대를 또 연기할까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6.20 15: 15

되돌아보면 스크린 속 송강호는 역사의 한 장면에 자리했다. '효자동 이발사', '변호인', '밀정', 시대의 편린 속에 송강호가 있었다. 그리고 또다시 '택시운전사'다. 민주화를 위해 들불같이 일어난 5월의 광주, 가장 뜨겁고 아픈 현대사를 또다시 송강호가 연기한다.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은 20일 오전 서울 압구정CGV에서 제작보고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 등 주연배우들과 장훈 감독이 참석했다.
송강호는 영화 속에서 광주로 향하는 택시운전사 만섭 역을 맡았다. 만섭은 위르겐 힌츠페터(피터)의 실제 인터뷰로 실존했음이 알려졌지만, 이름도 사연도 정확하게는 알려지지는 않은 캐릭터. 그러나 위르겐 힌츠페터와 함께 광주로 향하면서, 5.18 민주화 운동을 알리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우리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효자동 이발사'에서는 청와대의 이발사가 됐고, '변호인'에서는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로 변신했다. '밀정'에서는 의열단과 일본 경찰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일본 고등경찰 역을 맡았고, 이번에는 자신도 모르게 민주화 운동 한가운데로 뛰어드는 택시운전사 역을 연기한다. 
연이어 아픈 시대상의 중심에 서게 된 송강호는 "그걸 생각하고 출연한 건 아닌데 필모를 돌아보니 그런 것 같다"며 "우리가 모르고 있던 지점을, 혹은 알고는 있지만 예술 작품으로서의 승화를 통해 역사적 사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간다는 것에 대해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큰 의미를 느낀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일반적 현대물에 그런 지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시대극에서 오는 에너지가 크게 와 닿는다. 의도는 안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고 덧붙였다. 
아픈 시대상 속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부담감이 컸다는 송강호는 '택시운전사'의 출연 제안을 받았을 당시, 캐스팅을 거절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송강호는 "아무래도 너무 아픈 현대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감이랄까, 나쁜 부담감은 아니고 좋은 부담감이 있었다"며 "역사의 큰 부분을 송강호라는 배우의 자질이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5월의 광주,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택시운전사'는 희망을 노래한다는 것이 송강호의 생각이다. 송강호는 "이 영화를 통해 비극이나 아픔을 되새기자는 것이 아니다. '택시운전사'는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픈 역사와 비극을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큰 사회에 희망을 노래하고 있지 않나 싶다. 포스터의 환한 웃음이 궁극적으로 이 영화의 지향점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편향된 정치색이나 무거운 메시지도 없다. 5월의 광주, 그곳에 있었던 소시민들의 눈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택시운전사'의 진정한 주제라는 것이 송강호의 생각이다. 송강호는 "아픈 역사를 이야기하는 영화이다보니 정치적인 색깔의 영화나 무게감을 가진 영화라 생각하실까 걱정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다른 대중 영화와 차이가 없다. 기분 좋게 영화 한 편을 보신다 생각하면 훨씬 많은 감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선입견 없이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 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작품. 오는 8월 개봉을 확정했다. /mari@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