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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쎈 커피 한 잔③] "부끄러웠다"..송일국, 두 번의 연극으로 얻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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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박진영 기자]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배우 송일국은 연극 '나는 너다'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이어 연극 '대학살의 신'을 통해 세 번째 무대 연기에 도전한다. 1998년 MBC 27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이후 대작에서 선굵은 연기를 보여주며 MBC 연기대상까지 거머쥔 바 있는 그이지만 무대 연기는 이제 딱 3번째이기에 떨리고 긴장된다고. 그리고 밀도 높은 연습 과정을 거친 뒤 밟게 되는 무대를 통해 여전히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대학로 연습실에서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었던 송일국의 손에는 노란색 겉표지의 대본이 들려있었다. 이미 대사 숙지는 다 되어 있지만, 틈만 나면 대본을 들여다보며 작품에 대한 감탄을 잊지 않았다. 그는 "저는 대본을 무식하게 그냥 다 외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여기서 대본을 제일 늦게 놨다. 남경주 선배님은 2주 먼저 놓으셨다. 상대편 대사를 들으면 자기 대사를 유추할 수 있는데, 그렇게 대본을 외우시더라. 이번에 그걸 배웠다"라고 고백했다. 

"제가 대사를 정말 못 외운다. 남들 두 세 배는 노력을 해야 겨우 외워질까 말까다. 드라마 촬영을 할 때도 하루 숙성을 거쳐야 연기를 하는 사람인데, '주몽' 때는 대본이 정말 안 나왔다. 거의 생방 수준이었는데도 촬영을 이틀 쉬고 그랬다. 계속 쉴 수 없어서 세트 가서 분장하고 기다리다가 쪽대본을 주면 외워서 해야 했다. 그런데 그것도 A4용지 3장 분량이다 보니 금방 외울 수가 없어서 전지 세 개를 사다가 대사들을 써놓고는 보고 읽기도 했다. 커닝 대마왕이었다. 정말 여러가지 다 해봤는데, 이건 스태프들도 다 이해를 해줬다. 방금 나온 대본을 어떻게 바로 외워서 연기 하겠나."

뮤지컬에 이어 소극장 연극 도전까지, 송일국의 행보는 어찌보면 무척이나 의외다 싶다. 특히 송일국이 뮤지컬에 도전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터. 그는 이를 언급하자 "뮤지컬은 하고 싶었다. 꿈은 꿈이지만 절대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춤이 되길 해, 노래가 되길 해. 평생 아는 노래는 애국가와 독립군가 밖에 없었다. 춤 역시도 그랬다. 너무 뻣뻣하니까. 그런데 거짓말처럼 '나는 너다'를 최정원 선배가 좋게 봐줘서 추천을 해주셔서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출연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소원성취를 했다"고 대답했다. 

뮤지컬 때 받았던 음악 수업이 시작점이 되어 지금도 음악 전공자인 아내 친구에게 음악 수업을 받고 있다고. 노래 연습을 하면 발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더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송일국의 또 다른 꿈은 무엇일까. 

그는 질문을 받자마자 "꾼다고 다 이뤄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하면서도 "비정규직이라 애 셋을 먹여 살리려면 들어오는대로 다 해야 한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대답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솔직히 연극은 수업료 내고 배우는 거다. '나는 너다' 때는 후배들 밥 사고 하면서 번 돈의 세 배는 쓴 것 같다. 지금도 막내긴 하지만 매번 선배들에게 얻어먹을 수는 없지 않나"라며 "저는 공부한다고 생각한다. 첫 연극을 하면서 배우로서 부끄러웠다. 그 작품 하겠다고 낮에 알바하고 밤에 와서 연습하는 후배들의 모습을 보니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러웠다"라고 연극을 하며 배우로서 깨달은 바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 공연을 할 때 너무 행복해서 공연장에 제일 먼저 간 적도 많다. 그 공간에 있는 것이 행복이었다. 공연을 하면서 관객들을 직접 만난다는 것에서 오는 희열, 말도 못하는 긴장감이 있다. 커튼콜에서는 만감이 교차한다. 해냈다는 것도 있지만, 부끄러울 때도 많다. 내가 뜻하는대로 안 되는 날도 많다. 그리고 주인공이랍시고 마지막에 나와서 인사를 하는데, 선생님들 뒤에 나가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다. 그렇지만 관객들 박수를 받을 때의 그 벅찬 감동은 무대에 서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래서 다들 힘들어도 계속 무대 연기를 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송일국은 예비 관객들에게 "저는 아직 공연 쪽에서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다른 세 분은 한 작품에서 만나기 힘든 분들이다. 남경주, 최정원 선배는 오랜만에 연극을 하신다. 또 천재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가 네 명의 등장인물 안배를 기가 막히게 했더라.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연극 좋아하시는 분들은 충분히 만족하실 거다. 90분을 9분이라 느낄 수 있게, 돈 안 아깝도록 해드리겠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연극 '대학살의 신'은 11살 두 소년이 싸움이 부모의 싸움으로 번지는 과정을 통해 교양 뒤에 숨겨진 우리의 민낯을 시원하게 까발리는 작품으로, 2009년 토니상과 올리비에상을 수상했다. 남경주 최정원 이지하 송일국이 출연하며 오는 24일부터 7월 2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parkjy@osen.co.kr

[사진]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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