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로하스, 버나디나와 모건 사이 기로에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6.24 06: 20

kt의 새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27)의 적응이 생각보다 더디다. 10경기를 채웠지만 아직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로하스는 2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전에 1번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출장, 4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했다. 시즌 타율은 1할6푼7리(36타수 6안타)까지 떨어졌다.
kt의 시즌 첫 외국인 타자는 조니 모넬. NC와 경쟁에서 kt가 승리하며 데려온 선수였다. 외국인 스카우트라면 정평이 난 NC였기 때문에 팬들의 신뢰도 두터웠다. 하지만 모넬은 28경기 타율 1할6푼5리, 2홈런, 9타점으로 실망을 남겼다.

결국 kt는 교체의 칼을 빼들었다. 김진욱 kt 감독과 구단 측은 입을 모아 "포지션 상관 없이 거포 유형의 선수를 데려올 것이다"라고 밝혔다. kt 라인업에는 걸리면 넘어가는 '한 방'을 지닌 해결사가 없다. 장타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선택은 로하스였다. 로하스는 트리플A 통산 259경기서 타율 2할6푼4리, 21홈런, 109타점, 19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739를 기록했다. 홈구장에서 가졌던 첫 인터뷰에서 "자신 있는 부분은 스피드다. 미국에서는 주로 3번타순에 들어섰다"라고 밝힌 바 있다.
거포가 필요한 kt와 '호타준족' 로하스. 결국 로하스는 한동안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 김진욱 감독은 13일 포항 삼성전서 로하스를 대타로 내보낸 뒤(삼진), 14일부터 15일까지 벌어진 포항 삼성전에 4번타자 겸 중견수로 내보냈다. 로하스는 두 경기서 7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순조롭게 적응하는 듯했다. 김진욱 감독 역시 "타격폼만 보면 독특해보인다. 하지만 스윙 매커니즘이 잘 갖춰진 선수다"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정작 포항에서 홈으로 돌아온 이후 적응에 애를 먹고 있다. 로하스는 16일 수원 한화전부터 20일 수원 롯데전까지 4경기서 모두 4번타순에 들어가 17타수 1안타로 침묵했다. 김진욱 감독은 "아직 적응기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라고 믿음을 보냈다.
결국 김진욱 감독은 로하스를 1번타순으로 옮겼다. 로하스는 김진욱 감독에게 "4번타자 자리가 부담스러웠는데 옮겨줘서 고맙다. 주루 플레이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라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이후 세 경기서도 11타수 2안타로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이쯤에서 호타준족 외인에 얽힌 두 가지 사례가 떠오른다. 바로 로저 버나디나(KIA)와 나이저 모건(한화)이다. 올 시즌 KIA가 야심차게 데려온 버나디나는 5월12일 인천 SK전까지 타율 2할3푼5리로 떨어졌다. 1번타순을 기대했지만 출루율도 2할9푼7리. 낙제점이었다.
하지만 이후 조금씩 살아나더니 현재까지 67경기서 타율 3할5리, 출루율 3할6푼3리, 11홈런, 47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KIA가 바라던 호타준족의 모습 그대로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감안할 때, 3할 타율 돌파는 최근의 뜨거운 상승세가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2015시즌을 앞둔 한화가 데려온 모건 역시 호타준족 외야수 하지만 모건은 강한 개성으로 인한 마찰과 허리 부상이 겹쳐 5월 초 방출됐다. 성적은 10경기 타율 2할7푼3리(33타수 9안타) 5타점, 2득점. 목동 넥센전서 KBO리그 데뷔 첫 안타를 2루타로 장식한 뒤 'T-플러시' 세리머니를 선보였던 모습은 일종의 신기루였다.
이들과 마찬가지로 호타준족의 모습을 기대하고 영입한 로하스. 버나디나와 모건 중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까. kt 탈꼴찌의 중요한 요소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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