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와 오재원, 스포츠맨십과 꼰대문화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7.06.25 06: 10

불문율. 프로야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다. 일례로 큰 점수 차로 이기는 팀은 경기 막판 도루를 해서는 안 된다. 이는 상대방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스포츠맨십을 바탕으로 한다. 이것저것 불문율이 많지만,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은 자제하고 승패를 떠나 상대방을 존중하는 행동들이라고 보면 된다. 배트 플립을 하더라도 홈런 맞은 투수나 상대방 벤치를 향해 과도한 제스추어는 삼가는 것이 예의고 배려다.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에는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이 요즘 추세다. 벤치 클리어링이 대표적인 방법. 때로는 선수끼리 일대일로 대화를 하기도 한다. 최근 KBO리그와 메이저리그에서 스포츠맨십을 두고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반응은 전혀 딴판이었다. 
 #지난 22일 뉴욕 메츠-LA 다저스 경기.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는 2-1로 앞선 4회말 타일러 필을 상대로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하지만 다음 행동이 메츠 선수들을 자극했다. 푸이그는 타석 옆에서 홈런 타구를 한동안 쳐다보며 천천히 베이스를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메츠의 1루수 윌머 플로레스는 2루로 향하는 푸이그를 향해 "빨리 베이스를 돌아라"라고 말했다. 이에 푸이그는 육두문자로 대응한 후 천천히 홈베이스까지 한 바퀴 돌았다. 그러자 메츠 포수 트레비스 다노가 푸이그를 향해 다시 쓴소리를 했다. 푸이그는 홈까지 돌아오는데 32.1초가 걸렸고, 올 시즌 두 번째로 긴 기록이었다.
이닝이 바뀌고 5회초 다저스 수비가 끝난 후, 메츠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32), 호세 레이예스(34)는 수비하러 나오며 덕아웃으로 돌아가던 푸이그(27)를 붙잡아 세운 장면이 TV 카메라에 잡혔다. 2루 베이스 근처에서 쿠바 출신의 선배 세스페데스가 후배 푸이그에게  '홈런 타구 쳐다보기', '베이스 천천히 돌기'에 대해 충고를 한 것이다. 플로레스는 경기 후 "경기를 존중(respect)하지 않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 23일 잠실 롯데-두산 경기. 롯데가 두산에 1-9로 패한 뒤였다. 양 팀 선수단이 그라운드 위로 나와 팬들에게 인사를 준비하는 도중. 롯데 이대호(35)가 두산 오재원(32)을 불러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TV 화면에 잡혔다. 이대호는 오재원에게 몇 마디를 이야기했고, 오재원은 인사를 하고 돌아가 팬들에게 인사했다. 
하루 뒤 사연이 밝혀졌다. 이대호가 오재원을 부른 이유는 8회 상황을 두고 충고하기 위해서였다. 1-9로 뒤진 8회 2사 후 이대호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다음 타자 이우민이 2루수 앞 땅볼을 쳤다. 타구를 잡은 오재원은 2루 베이스커버를 들어온 동료나 1루 베이스로 던지지 않고, 굳이 이대호를 향해 달러가 글러브로 태그 아웃시켰다. 
보통 이닝 마지막 아웃카운트일 경우, 이런 상황에선 2루나 1루 둘 중의 한 곳으로 던져 아웃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빙의 상황도 아닌데 태그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아니라고 받아들인다. 이대호는 2루에 한참 못 미쳤다. 
# 22일 광주 두산-KIA 경기. 이미 오재원은 전례도 있었다. 지난 22일 광주 두산-KIA전, 8회말 2사 1루에서 KIA 이명기의 2루수 땅볼 때 오재원(32)이 타구를 잡아 2루로 뛰는 1루주자 김선빈(28)을 태그 아웃시켰다. 그런데 2루 베이스에 이미 들어와 있는 유격수 김재호에게 토스하지 않고, 1루로 던지지도 않고, 주루 선상에서 떡하니 기다렸다가 김선빈을 태그하려 했다.
좀처럼 나오지 않는 플레이다. 그래서인지 김선빈은 자신의 오른손으로 태그하려던 오재원의 글러브를 툭 치며 스스로 아웃, 자신의 몸에 태그를 막았다. 이 상황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것은 KIA가 11-5로 앞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팬들은 '하이파이브 태그'라고 "보기좋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만약 KIA가 지는 상황이었다면 반응은 달랐을 것이다. 상대를 조롱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  
# 반응은 극과 극 
푸이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메츠 선수들 뿐만 아니라 덕아웃에서 다저스 동료들로부터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다. 메츠가 예민하다는 일부 반응도 있었지만, 푸이그 행동을 탓하는 여론이 더 컸다. 중계진은 푸이그가 메츠 선수들을 자극해 벤치 클리어링이나 위협구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푸이그로서는 바로 앞타자를 고의4구로 거른 뒤 자신과 승부한 메츠 상대로 홈런을 날려 뿌듯했을 것이다. 자기 기분에 도취돼 32초 동안 그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앞서 다저스 상대로 2경기에서 홈런 9방을 맞으며 연패한 메츠는 속이 쓰린 상태. 과도한 홈런 세리머니에 기분이 좋을리 없었다.  
이대호는 하루 뒤 "재원이가 장난을 치려고 한 것 같다. 그래서 경기 중에 장난을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에 웃으면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재원이도 친하니깐 장난을 쳤을 것이다. 그렇게 끝났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최근 연패로 순위와 승률이 많이 떨어져 있다. 롯데 선수단이 오재원의 장난스런 플레이에 민감할 수 있다. 오재원은 이틀 연속 경기 막판인 8회 2사 후 1루주자를 태그 아웃시켰다. 
하지만 대다수 야구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 타팀 선수를 불러 훈계했다"며 이대호를 맹비난했다. "선배가 후배를 많은 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면박줬다"며 '꼰대문화'로까지 언급했다. 이대호는 하루 종일 검색어 1위에 올랐고, 아마도 태어나 가장 많은 비난을 들었을 것이다. 이에 이대호는 "팬들이 그렇게 봤다면 제가 잘못한 것이다"고 사과했다.
메츠 선수들은 스포츠맨십과 상대방 존중을 언급했다.이대호는 (상대를 자극하는) 장난을 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세스페데스와 레이예스 둘이서 많은 팬들이 보는 그라운드에서 푸이그를 붙잡고 충고했지만, 미국과 한국에서 제3자가 받아들이는 감정은 다른 것 같다. 비난을 비껴갔지만, 오재원은 괜히 상대방을 자극하고 오해살 만한 플레이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orang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