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 변신’ 러프-버나디나, 최고 외인 도전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25 05: 55

다린 러프(31·삼성)와 로저 버나디나(33·KIA)는 올 시즌 새로 입단한 외국인 타자 중 가장 많은 기대를 받은 선수들이었다. 상대적으로 경력이 화려했고, 팀 사정과 맞물려 적잖은 시너지 효과가 예상됐던 까닭이다.
버나디나는 대권에 도전하는 KIA의 승부수였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외야수로 KIA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선수로 손꼽혔다. 베테랑의 경험은 스프링 트레이닝 당시부터 호평을 받았다. 러프는 연봉은 물론 공개되지 않은 이적료까지 고려하면 KBO 리그 역사상 가장 비싼 외국인 타자 중 하나였다. 힘은 미국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스윙은 호쾌했다. 시즌 전 러프를 ‘홈런왕 후보’로 뽑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았다.
그런 두 선수는 초반 나란히 부진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본적인 타격에서 전혀 이름값을 못했다. 버나디나는 3~4월 25경기에서 타율 2할5푼5리에 머물렀다. 홈런은 단 1개였다. 버나디나를 끝까지 신뢰한 김기태 KIA 감독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러프는 더 심각했다. 3~4월 18경기에서 타율이 1할5푼까지 추락했다. 외국인 타자로는 보기 드물게 시즌 초반 일찌감치 2군을 경험했다.

그랬던 두 선수가 5월 이후 나란히 반등하며 최고 외국인 타자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선수를 빼고는 양 팀 타선이 설명이 안 될 정도다. 먼저 반등한 쪽은 버나디나였다. 타격이 되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인 경기력이 올라왔다. 장타도 곧잘 터졌고, 수비와 주루에서도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러프는 2군행 이후 타이밍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더니 이내 장타가 폭발하며 삼성의 선택과 투자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5월 이후 성적만 놓고 보면 러프는 44경기에서 타율 3할5푼5리(리그 6위), 12홈런(5위), 52타점(1위)으로 대폭발했다. 타점과 장타율(.663)에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을뿐더러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 또한 1.098로 리그 전체 1위다. 완전히 살아났다. 버나디나의 성적도 좋다. 5월 이후 타율 3할3푼1리(15위), 10홈런, 38타점, 6도루를 기록했다. 1.002의 OPS에 수비나 주루에서의 가치까지 생각하면 러프 못지않은 공헌도다.
외국인 타자들은 필연적으로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스트라이크존과 낯선 상대 투수 유형에 적응해야 한다.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느냐가 관건인데 버나디나와 러프는 다소간의 진통 끝에 늪에서 완전히 탈출했다. 어려움을 미리 겪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는 꾸준한 성적을 예상해 볼 수 있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가장 밥값을 못하는 선수들이었던 이들은 각기의 장점을 앞세워 어느덧 최고 외국인 선수 타이틀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즌 초반 먼저 앞서 나갔던 재비어 스크럭스(NC)가 부상으로 빠진 사이 차곡차곡 성적을 쌓았다.
24일 현재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의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 집계에서 러프는 2.63, 버나디나는 2.53을 기록 중이다. 러프는 전체 12위이자 외국인 타자 1위, 버나니다는 전체 16위이자 외국인 타자 3위다. 이미 지난해 검증을 마친 윌린 로사리오(한화·2.55)와 함께 치열한 1위 고지전을 벌이고 있다. 버나디나가 KIA의 우승행 열차를 밀 수 있을지, 러프가 삼성의 상위권 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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