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힐만의 오판, 휴식 얻고 김태훈을 잃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6.25 18: 07

선발투수들의 추가 휴식을 위해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오른 김태훈(27·SK)이 오락가락 보직의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트레이 힐만 감독이 선발투수의 휴식을 찾다 오히려 김태훈만 희생양이 된 모양새가 됐다. 못 던진 것도 있었지만 우려했던 일이 그대로 터졌다.
김태훈은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2이닝 동안 52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4실점(1자책점)을 기록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1회 최항의 실책이 빌미가 돼 3점의 비자책점을 떠안은 점을 고려해도 투구 내용은 좋지 않았다. 구위가 떨어진 것이 한눈에 보였고, 밸런스까지 무너지며 제구도 흔들렸다.
김태훈은 올 시즌 구위와 안정감이 몰라보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희상의 휴식과 스캇 다이아몬드의 부상 당시 임시 선발로 합류해 좋은 투구를 펼쳤다. 윤희상과 다이아몬드가 차례로 돌아옴에 따라 김태훈은 불펜으로 내려갔다. 롱릴리프로 활용하겠다는 게 힐만 감독의 생각이었다. 불펜, 특히 왼손 불펜 전력이 약하다는 것도 계산에 있었다.

그런데 힐만 감독은 이런 김태훈의 ‘조커’로 내세워 선발투수의 추가 휴식을 주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테면 화요일 선발로 던진 선수를 1군에서 말소하고, 대신 일요일 선발로 김태훈을 내세우면 화요일 선발로 나간 투수는 로테이션을 한 번만 거르면 된다. 김태훈도 선발 경험을 쌓게 하고, 기존 선발은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이론적으로는 이상적이었다. 
이미 윤희상이 그런 시스템을 거쳤고, 지난 20일 인천 NC전에서 완투승을 따낸 문승원도 사실 20일 경기 후 1군에서 말소돼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힐만 감독은 문승원의 역투를 보고 마음을 바꿔 1군 엔트리에 잔류시키는 대신 김태훈의 일요일 출격을 결정했다.
문제는 김태훈이 그 결정이 내려진 직후인 21일 인천 NC전에서 2⅔이닝 동안 41개의 공을 던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3일 휴식 후 다시 선발로 나서야 했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등판은 아니지만 김태훈은 이전 등판에서 그런 패턴을 따랐을 때 부진했다. 김태훈은 8일 인천 넥센전에서 1이닝 17구를 던진 뒤 이틀을 쉬고 11일 잠실 LG전에 선발로 나갔다가 초반 흔들리며 1⅔이닝 7실점으로 대량실점했던 기억이 있다.
해설위원들을 비롯한 야구 관계자들은 김태훈이 11일 등판부터 밸런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선발과 불펜을 오고 가는 일정에서 루틴이 무너졌다. 그 후 김태훈은 피홈런 비율이 다소 늘어나는 등 평균자책점이 올라갔다. 아무리 짧은 이닝이 예정된다고 해도 선발은 선발이다. 50개 이상의 투구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괜히 선발투수들의 휴식일 루틴이 있는 것이 아니다. 김태훈은 이런 배려 없이 또 다시 선발로 동원됐다. 게다가 김태훈은 이런 경험이 풍부한 선수도 아니다.
김태훈을 쓸 것이었다면 22일 경기에 등판시키지 않거나 등판했다고 하더라도 투구수를 줄여야 했다. 41개는 누가 봐도 많았다. 아니면 2군에서 선발투수를 올려 이벤트성 피칭을 하는 것도 다른 방법이었다. 그 2군 선발은 다음 날 다시 말소시켜 2군에서 로테이션을 다시 돌도록 하면 된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그 어떤 방법도 활용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날 등판은 이미 논란이 됐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김태훈의 지난 LG전 등판 및 최근 부진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선발과 불펜을 오고 가는 일정 때문에 그런 문제가 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표본이 너무 적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나 또 한 번 실패의 표본만 쌓였을 뿐이다. 또한 상승세에 있던 김태훈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했다.
앞으로도 문제다. 계획이 수정되지 않앗다면, SK는 이제 또 한 명의 투수(박종훈)에게도 전반기가 끝나기 전 휴식을 줘야 한다. 만약 박종훈에게 다음 주 휴식을 준다면 김태훈은 주중에 불펜, 일요일에 또 선발로 나가야 한다. 힐만 감독은 “당분간 2군에서 스팟 스타터를 쓸 계획은 없다”고도 못 박은데다, 김태훈에게 일요일까지 휴식을 주기에는 투수 엔트리 운영이 빡빡해진다.
25일 이후에는 어떤 선택을 내릴지, 휴식과 김태훈의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묘안은 있을지 궁금하다. 없다면 휴식 계획을 수정하거나, 비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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