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호 스스로 놀란 데뷔전, 한화 리빌딩 효과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6.28 06: 22

"저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나올 줄 몰랐어요". 
한화 좌완 투수 이충호(23)는 27일 청주 kt전을 앞두고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로 전환됐다. 곧장 1군 엔트리에 합류한 이충호는 불펜에서 등판을 대기했다. 경기 전 한화 이상군 감독대행은 "이충호가 2군에서 꾸준하게 잘 던져줬다. 휴식 차원에서 빠진 박정진의 자리에 이충호를 쓰겠다"고 밝혔다. 
한화가 4-1로 리드한 6회초. 선발 김재영이 투구수 91개에서 내려간 뒤 이충호가 마운드에 올랐다. 1군 경험이 전무한 5년차 신인급 투수를 6회 3점차 리드 상황에서 깜짝 투입한 것이다. kt 타선이 1~2번 이대형-이진영으로 이어지는 좌타자들이었고, 좌완 이충호 카드를 주저하지 않고 이닝 시작부터 꺼냈다. 한화 관계자들도 "그 상황에 이충호가 올라올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신선한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 

비교적 타이트한 상황에서 데뷔전을 갖게 된 이충호는 선두타자 이대형을 3루 땅볼, 이진영을 투수 땅볼 처리하며 손쉽게 투아웃을 잡았다. 최고 145km짜리 힘 있는 공으로 붙었다. 이어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우전 안타를 맞으며 이동걸로 교체됐지만 ⅔이닝 10구 1피안타 무실점. 성공적인 데뷔전이었다. 
경기 후 이충호는 "이기는 상황에 올라갈 줄은 몰랐다. 이상군 감독님께서 그런 상황에 어떻게 던지는지 보고 싶어 하신 것 같았다"며 "마운드에 올라갈 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긴장 안 하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떨렸다. (이진영의 투수 땅볼을 잡은 후) 로사리오에게 1루 송구할 때 손에서 빠져 빗나갔다. 다신 하지 말아야 할 실수"라고 말했다.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 2013년 4라운드 전체 38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이충호는 첫 해 팔꿈치 수술로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며 군입대했다. 지난 2년간 공익근무로 군복무를 해결했다. 올초 캠프부터 2군에서 집중 조련을 받았고, 퓨처스리그 최다 33경기에서 3승3패5홀드 평균자책점 3.71로 활약하며 1군행 꿈을 이뤘다. 한화가 치열한 순위 다툼을 하거나 성적에 쫓겼다면 당장 1군에 올라오기 쉽지 않았지만 리빌딩 기회와 맞물려 기회를 얻었다. 
이충호는 "그저께 1군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는 나왔었는데 막상 올라오니 기분이 좋았다"며 데뷔전에 대해 "마지막 타자 로하스에게 안타를 맞은 게 아쉽다. (2구째) 체인지업이 손에서 빠져 말도 안 되는 볼이 되기도 했다. 2군에서 사사구가 많았는데 1군에선 그런 모습 없이 초구부터 스트라이크 던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이충호에 앞서 먼저 육성선수에서 정식선수로 등록돼 1군에 올라온 후배 내야수 김태연은 "충호형이 너무 긴장한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이에 이충호는 "태연이보단 잘할 자신 있다"고 맞받아치며 껄껄 웃었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긍정 마인드로 한층 밝아진 덕아웃 분위기, 한화의 리빌딩이 점점 속력을 내고 있다. /waw@osen.co.kr
[사진] 청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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