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난세 영웅' 김재영, 송창식표 커브 장착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6.28 06: 21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고 했다. 외국인 투수들이 부상으로 동반 이탈한 한화 선발진에서 김재영(24)이 떴다. 
김재영은 27일 청주 kt전에 선발등판, 5이닝 5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 역투로 한화의 4-1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13일 잠실 LG전 데뷔 첫 승 이후 45일 만에 시즌 2승째를 거두며 2연패에 빠진 한화를 구했다. 한화의 선발승은 7경기 만이었다. 
이날 김재영의 승리 비결은 커브에 있었다. 91개의 공을 던진 김재영은 직구(35개) 포크볼(40개) 외에 커브(16개)를 적극 구사했다. 올해 직구(51.5%)·포크볼(47.5%) 위주의 투피치 투수였던 김재영은 커브 구사 비율이 0.9%로 1%가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날 kt를 만나 김재영은 전혀 다른 투수였다. 전체 공의 17.6%를 커브로 던졌다. 직구-포크볼을 예상한 kt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1회부터 박경수와 유한준에게 초구를 커브로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연속 내야 땅볼로 추가 실점 위기를 극복했다. 
4회에는 유한준을 볼카운트 1-2에서 5구째 느린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뺏어냈고, 5회 역시 오태곤에게 커브를 3개나 던져 3루 땅볼을 유도했다. 직구-포크볼의 단조로운 투피치에서 벗어나 111~118km 느린 커브를 적극 활용, 투구 패턴을 다양화하며 재미를 봤다. 
김재영은 "지난 넥센전을 마친 뒤 선발을 준비하면서 커브 연습만 계속 했다. 직구-포크볼만으론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며 "커브만 던지면 경기운영을 할 수 있겠다 싶어 (송)창식이형한테 물어서 배웠다. 몇 개 던져 보니 잘 들어갔고, 포수 (최)재훈이형도 커브가 괜찮다며 계속 요구했다. 사인대로 믿고 던지니 결과가 좋았다"고 했다. 
한화 불펜 필승조 송창식은 팀 내에서 가장 커브를 잘 던지는 투수다. 직구(50.9%)-포크볼(20.0%) 다음으로 커브(17.3%)를 구사한다. 커브 그립을 잡을 때 엄지 활용 방법을 배웠고, 비교적 빠르게 습득했다. 송창식처럼 100km대 안팎의 느린 커브는 아니지만 완급조절에 용이했다. 
커브를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심리적인 변화였다. 김재영은 "2군에선 커브를 꽤 던졌지만 1군에선 타이트한 상황이 많았고, 결과를 내야 했다. 연습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갈 순 없다. 내가 자신 있는 공만 던졌지만 오늘은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잃을 것 없는 상황에서 변화를 준 것이 통했다. 
김재영은 "아직 레귤러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나갈 때마다 잘 던져서 자리를 잡고 싶다. 선발투수들이 빠져 팀이 어려운 상황인데 책임감을 느낀다. 더 열심히 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발투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사진] 청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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