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 견뎌야 한다" 양의지 공백 맞은 박세혁의 각오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7.06.28 06: 21

"해내야지요." 27일 경기를 앞두고 박세혁(26)이 나지막히 내뱉은 말에는 비장함이 섞여있었다.
두산은 지난 27일 경기를 앞두고 주전 포수 양의지와 주전 외야수 민병헌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둘은 지난 25일 잠실 롯데전에서 4회말 사구에 맞으면서 손가락을 맞아 골절을 당했다. 결국 민병헌과 양의지는 치료를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민병헌의 공백도 크지만, 무엇보다 양의지의 공백이 컸다. 포수는 투수와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만큼, 주전 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히 선수 한 명 이상이다. 더욱이 양의지는 타율 3할2푼3리 9홈런으로 팀의 중심타선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결국 박세혁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박세혁은 27일 경기를 앞두고 "해야한다. (양)의지 형의 공백이 크다. 또 의지형 뿐 아니라 (민)병헌이 형도 빠졌다. 비중이 큰 선배들이 빠졌으니 공백을 최대한 채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박세혁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양의지가 머리에 사구를 맞았고,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엔트리에서 제외됐었다. 그때도 박세혁은 주전 포수로 팀을 이끌었다.
박세혁은 "지난해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지난해에는 1위를 달리고 있었고, 올해는 4위에 위치한 만큼 분위기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와 다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내가 의지 형처럼 3할4푼에 2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는 아니다. 다만 수비에서라도 최대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망이를 신경 안 쓰겠다는 것이 아닌 내 역량을 다 발휘하면 조금이라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이야기했다.
민병헌과 양의지는 골절을 당한 만큼 최소 4~6주 정도의 공백이 불가피하다. 4위에 위치한 두산은 27일 현재 36승 34패 1무로 3위 SK(41승 32패 1무)와는 3.5경기 차, 5위 LG(37승 35패)와는 승차가 없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쳐야 하는 시점에서 나온 주축 선수들의 이탈인 만큼, 두산으로서는 더욱 뼈아팠다.
박세혁은 "중요한 시기인만큼 내가 최대한 의지 형의 공백을 채워야 나중에 의지 형이 왔을 때 반등할 수 있지 않을 까 싶다"라고 말했다.
박세혁 역시 주전포수로서 충분한 기량을 갖추고 있다. 다만 양의지라는 높은 기준점에 박세혁을 향해서는 유독 냉정한 평가가 내려지곤 했다. 작은 실수에도 양의지와 비교를 당하며 비난 여론이 생기기도 했다.
박세혁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주위에서 의지 형이 빠졌을 때의 팀을 많이 걱정한다. 눈 감고, 귀 막고 나가서 내가 할 일을 그라운드 안에서 하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그는 "의지 형의 부담감이 나에게 왔으니, 즐기면서 나가겠다. 감독님과 코치님을 믿고 경기에 나서서, 내가 가지고 있는 역량을 발휘하겠다. 더 잘해야한다거나 못하면 어쩌지라는 고민을 하면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날 것 같다"라며 "정신력으로 버티며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양의지는 일본으로 떠나기 전 박세혁에게 문자를 남겼다. 박세혁마저 다치게 되면 팀이 흔들리는 만큼, 박세혁의 부상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박세혁은 "의지형이 너마저 다치면 안 된다고 문자를 보내줬다. 몸 관리 잘해서 공백을 잘 채워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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