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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없는 르노삼성, 그래도 ‘생기’가 도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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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희수 기자] 지난 4월초 고양 킨텍스에서 ‘2017 서울 모터쇼’가 열리던 당시, 르노삼성자동차의 ‘클리오’는 뜨거운 이슈였다. 지난 몇 년간 새로운 화두를 던지며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을 선도해 온 르노삼성이 글로벌 스테디셀링 모델 ‘클리오’를 들여온다는 것 자체가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사였고, 서울 모터쇼에서 선을 보인 ‘클리오’는 기대 이상으로 깜찍했기 때문이다. 당시 르노삼성이 예상한 클리오의 출시 시기는 6월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6월이 지나고 7월이 됐지만 르노삼성이 클리오를 출시한다는 소식은 없다. 여러 가지 이유로 당초 계획보다 출시가 늦어지게 됐다. 물량 부족이 가장 큰 이유였다.

자동차 브랜드에서 ‘신차’가 없다는 것은 곳 침체를 뜻한다.  클리오는 르노삼성의 8번째 신규 라인업이자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르노삼성이 주도권을 계속 쥐고 갈 수 있는 차기 주자였다. 르노삼성은 라인업이 풍부하지는 않지만 지난 몇 년간 QM3, SM6, QM6를 수입 내지는 신차로 출시하면서 ‘트렌드 세터’의 구실을 해 왔다. 클리오가 예상대로 6월에 출시 됐더라면 르노삼성의 이 전략은 딱 들어맞았을 법했다.

그러나 클리오 출시가 늦어졌다. 현재는 9월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사이 국내 자동차 시장은 거대 공룡 현대기아차가 다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현대차가 코나, 기아차가 스토닉을 출시하며 ‘소형 SUV’라는 글로벌 핫 트렌드 모델로 시장의 시선을 끌어 모았다. ‘오빠차’로 풀 체인지 된 ‘신형 그랜저’와 급히 손을 본 ‘쏘나타 뉴라이즈’는 중형 및 준대형 세단 시장에서 들불을 일으켰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가장 뜨거웠어야 할 6월을 가장 침울하게 보냈다. 최근 자동차전문기자협회 회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은 “정말 힘들었던 6월이었다”고 실토했다. “전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졌고, 계약 추세도 예전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르노삼성차의 6월 실적이 정말로 형편없었을까? 아니다. 르노삼성은 6월에 전년 동기 대비 15.3% 증가한 2만 6,815대를 팔았다. 르노삼성의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닛산 로그가 올해 최대 물량인 1만 1,667대나 생산 돼 배를 탔다. QM6의 수출 물량도 점점 늘어 4,863대가 선적 됐다.

그런데도 왜 박동훈 사장은 앓는 소리를 했을까? 내수가 문제였다. 개소세 할인 혜택이 남아 있던 작년 6월의 실적이 워낙 좋았던 탓도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작년 동기 대비 16.5%가 준 9,000대 수준에 머물렀다. 닛산 로그가 좋은 실적은 내고 있지만 이 모델 또한 신차 변경 시기가 찾아 오면 판매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수출에만 온전히 기대고 있을 수 없는 현실이다.

더 위험한 것은 소지자들의 뇌리에 ‘생기가 없는’ 브랜드로 인식 되는 상황이다. 박동훈 사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이 점이다. ‘트렌드 세터’를 자부해온 르노삼성이 신차가 없어 생기를 잃는 모습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신차가 없다면 기존에 있던 차를 더 고급스럽게 만들면 되고, 시장을 향해서는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 되고, 내부적으로는 조직원들이 풀 죽어 있다면 다독거리면 될 일이었다. 박동훈 사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쏟은 말들은 이 세가지로 종합 됐다.

기존 모델에 대한 상품성 개선은 SM5와 SM3가 해당 된다. 박동훈 사장은 “SM5는 한때 단종을 고민했는데, 은근히 잘 팔려서 가성비와 크기를 찾는 고객을 위한 개선 모델을 개발 중이다”고 말했다. SM3는 외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만이 많은 인테리어 쪽 개선이 이뤄질 예정이다. 

신차 계획은 “9월말에는 반드시 클리오를 들여온다”는 말로 마지노선을 그었다. 미니밴급에 해당하는 에스파스는 올해 도입은 어렵게 됐다. 한국시장에 맞도록 엔지니어링 작업을 하고 있는데, 환경 규제 대응에 리소스가 많이 투입 되면서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

좀더 획기적인 비전도 제시 됐다. 전기차 대응이다. 박동훈 사장이 바라보는 관점의 전기차는 승용보다는 상용에 더 깊이 들어가 있었다. 1회 완충으로 최대 200km를 달릴 수 있는 전기차 SM3 Z.E.가 연말께 출시 되는데, 이 차를 택시나 배달차로 특화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완충 주행거리 200km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고, 출퇴근에 잠깐 쓰고 세워 놓는 승용차보다는 하루 종일 운행하는 택시를 전기차로 전환하는게 더 친환경 면에서도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물론 SM3 Z.E.의 택시 특화는 충전 인프라 구축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교체형 배터리 방식을 잘 활용하면 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박동훈 사장은 한발 더 나아가 전기 트럭 개발도 구상하고 있었다.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도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1톤 트럭 규모의 전기 트럭을 출시할 계획이 이미 구체적으로 진행 되고 있음을 넌지시 시사했다.

르노삼성 조직 내부적으로는 ‘소통’을 통해서 분위기를 북돋아주고 있었다. 박동훈 사장은 “생산 현장의 노동강도가 세다. 자주 생산 라인에 내려가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고 또 공감한다. 다행스럽게도 작업자들도 회사를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과정 이후에도 가장 어려운 숙제가 남는다. 소비자들의 마음이다. 소비자들에게 생기 있는 모습으로 어필하고, 그들로부터 신뢰성을 얻어야 한다.

박 사장은 “연초에 세웠던 목표 달성이 힘들기는 하다. 하지만 열심히 해서 내수 3위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신차의 품질 문제는 이제 거의 다 해결 됐고, 리콜에 관한 필요성에 대해서는 회피한 적이 없다. 리콜을 해야하는 상황 자체는 소비자들에게 죄송한 행동이다. 그러나 좀더 완벽한 차를 만들어 드리기 위한 노력으로 봐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100c@osen.co.kr

[사진] 한국전문기자협회 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박동훈 르노삼성자동차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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