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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양의 야구 365]KBO 총장의 이유 있는 항변, ‘적폐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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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積弊)’. 사전적 의미는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이라는 의미다. 최근 한국프로야구계는 수년 전에 해고된 한 심판의 부패한 행위로 말미암아 졸지에 ‘적폐세력’으로 몰리고 있다. 1982년 출범해 지난 35년간 가장 인기 있는 ‘국민스포츠’로 발전한 한국프로야구가 일순간에 청산돼야할 ‘적폐세력’이 되고 말았다. 물론 잘못된 관행이나 불순한 의도를 가진 세력이 있다면 당연이 없어져야하고 새롭게 개혁해야 한다.

하지만 35년간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온 프로야구 전체의 판을 깨트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린다’는 고사성어처럼 어느 사회에나 존재할 수 있는 비양심적인 한 인간의 부정한 행동을 마치 심판진과 프로야구 전체의 부패로 몰고 가며 판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이처럼 한국야구 전체와 KBO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원인은 일찌감치 해고된 한 심판의 부정한 행동 때문이다. KBO는 4년 전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 등을 상대로 금품을 뜯어낸 한 심판의 부정행위를 인지, 곧바로 해고하고 자체조사 끝에 지난 3월 상벌위원회를 열어 심판 영구추방과 두산 구단 경고의 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이 징계사실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적폐세력’이 되며 뭇매를 맞고 있다. 일부 정치인까지 가세해 적폐청산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릇된 양심을 지닌 한 심판의 일탈 행위에 이어 KBO의 은폐 의혹, 여기에 KBO 사무총장의 개인이력까지 들추어내며 KBO와 한국야구계를 싸잡아 청산돼야할 ‘적폐’로 몰고가고 있는 형국이다. 졸지에 KBO 의혹의 중심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억울함을 항변하고 있다.

지난 15일 올스타전이 열린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만난 양 총장은 “전후 사정을 알지 못한 채 무조건 KBO와 프로야구 전체의 잘못으로 몰아가고 있어 답답하다”면서 “상벌위원회 심판 징계 결과는 법률자문을 받은 끝에 공표하지 않은 것이다. 심판이 구단관계자 등으로부터 금품을 갈취한 행위로 피해자인 구단관계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징계내용을 발표할 수 없었다. 잘못하면 자진신고한 피해자가 2번 피해를 당하는 사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들의 자문이었다”고 밝혔다.

양 총장은 또 20여년 전에 전KBO총재였던 김기춘 전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1년 6개월 정도 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에 억울해했다. 양 총장은 “내가 사무총장이 되던 5년 6개월전(2012년 1월)에 김전총재는 야인이었을 뿐만 아니라 이 후에도 사무총장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김전총재와 전혀 관계가 없었다. 오히려 문체부 정책에 프로야구가 유독 비협조적이라는 말을 듣는 등 김전총재의 도움을 받은 일이 없는데 내가 왜 적폐세력이 되는 지 모르겠다”면서 “예전에 KBO와 국회에서 비서로 잠깐 보좌한 것이 전부인데 이것을 마치 김전총재와 함께 청산해야할 세력으로 몬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김기춘 전비서실장은 1995년 2월 제8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에 취임했다가 1996년 4월 제15대 국회의원이 되면서 그 해 5월 KBO를 떠났다. 양 총장은 1996년 6월부터 1998년 3월까지 김전총재의 국회의원 비서로 1년 6개월여간 활동하다가 KBO로 복귀했다. 전후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어느 정치인의 말처럼 양 총장이 김전총재의 국회의원 비서로 잠시 활동했다고 무조건 적폐세력으로 모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양 총장은 마지막으로 최근 불거진 KBO 직원의 입찰비리 사건에 대해서도 해명을 했다. 양 총장은 “내부 직원들의 신고로 입찰비리 당사자가 사직서를 냈지만 반려하고 자체 조사 중이었다. 일부에서 지적한 것처럼 작별 회식을 가졌다는 등 비리를 은폐하려 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펄쩍 뛰었다. 사표처리를 하지 않은 채 조사를 통해 파면 및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한다.

야구계에서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적폐청산 주장과 함께 또 다른 의도가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세력이 5개월여 남은 KBO 총재와 총장의 임기를 조기에 마감시키며 연임을 막는 한편 후임으로 새로운 수뇌부를 들이려는 의도내지는 일부 세력의 이권 등과 관련이 있지 않냐는 여러 소문이 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6년간 10구단 창단과 관중 흥행 성공 등 큰 무리 없이 한국프로야구 행정을 이끌었던 구본능 총재와 양해영 총장의 연임을 막고 정치권 등에서 새로운 총재를 들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물론 프로야구계는 더 이상 정치인이 KBO 총재로 오는 것에 거부감이 크다. 정치인 KBO 총재가 와서 할 일이 별로 없는 상황인데다 이제는 비즈니스로 프로야구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진정한 커미셔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적폐청산’일까.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  

[사진]지난 15일 열린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2017년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끝난 후 폭죽이 터지고 있다. 프로야구 최대 잔치이지만 KBO는 마냥 웃을 수가 없었다. '적폐'라는 납득이 안되는 세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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