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4위’ 이정후, 외인도 제친 역사적 신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7.18 05: 53

“잠재력을 확인하고 있다. 여기에 데려온 이유가 있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지난해 11월 열린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에 몇몇 신인 선수들을 불렀다. 잠재력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고, 넥센식 육성을 몸에 익히게 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그 당시 가장 주목받은 선수가 바로 2017년 넥센의 1차 지명자였던 이정후(19)였다. 하지만 장 감독도 당시까지만 해도 이정후가 이렇게 일찍 팀에 자리매김할 줄은 몰랐다. 구단 관계자들의 눈에도 시간이 필요한 유망주였을 뿐이었다.
그런 이정후는 시즌의 절반도 되지 않아 올해 신인왕을 예약했다. 이정후의 활약상을 뛰어넘을 만한 신인이 보이지 않는다. 올스타 선발은 ‘순수 신인왕 출현’에 대한 기대감이 얼마나 큰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이정후는 전반기 팀의 86경기 모두에 출전해 타율 3할2푼7리, 103안타, 2홈런, 31타점, 5도루를 기록하며 팀 공격 선봉장 몫을 톡톡히 해냈다. 이제 ‘아버지’ 이종범의 후광은 상당 부분 지워졌다.

초반까지만 해도 “언젠가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신인, 그것도 고졸 신인의 일반적인 경로라는 점에서 너무 야속한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월별 성적에서 모두 2할9푼8리 이상을 기록하며 전반기를 3할 이상으로 끝냈다. 6월 25경기에서 타율 2할9푼8리로 다소 처지는 듯 했으나 7월 10경기에서 타율 3할2푼6리로 반등했다.
이런 이정후는 전반기 103개의 안타를 쳤다.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이는 고졸신인 첫 시즌 전반기 최다안타일 뿐만 아니라 대졸신인과 외국인 선수를 모두 포함한 랭킹에서도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역대 첫 시즌 전반기에 가장 많은 안타를 쳤던 선수는 1994년 서용빈(당시 LG)으로 전반기 타율 3할6푼2리를 기록하면서 115안타를 때렸다. 2위는 KBO 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외국인 타자인 제이 데이비스(당시 한화)가 1999년 기록한 112안타, 3위는 올해 로저 버나디나(KIA)의 104안타다. 이정후는 2000년 훌리오 프랑코(당시 삼성·102안타), 2008년 덕 클락(당시 한화·102안타)보다도 더 많은 안타를 전반기에 때렸다.
물론 경기수가 같지는 타수를 보면 오히려 이정후가 손해를 본 경우도 있다. 데이비스의 경우는 전반기 347타수에 들어섰고, 올해 이정후보다 안타 하나를 더 친 버나디나도 331타수였다. 하지만 이정후는 315타수에서 103안타를 때렸다. 또한 신인선수답지 않게 볼넷/삼진 비율도 매우 좋다. 이정후는 38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31개의 볼넷을 고르며 타석에서의 침착함을 과시했다.
역대 신인 첫 시즌 최다안타는 서용빈의 157안타였다. 당시 서용빈은 대졸신인으로 고졸신인인 이정후와는 또 다른 차이가 있다. 이정후는 현재 페이스라면 약 172안타로 시즌을 마친다. 서용빈은 당시 126경기에서 기록한 수치다. 이정후가 지금처럼 건강하게 뛰며 좀 더 힘을 낸다면 126경기 시점에서 당시 기록에 근접할 수도 있다. 물론 부상도 조심해야 하고, 더 집요해질 투수들의 견제도 이겨야 한다. 이를 이겨내고 역사적 신인의 첫 시즌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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