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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이승엽 56호 홈런 기념 조형물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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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0월 2일, 이승엽(41. 삼성 라이온즈)은 대구구장에서 열렸던 롯데 자이언츠와의 그 해 마지막 경기에서 56호 홈런(상대투수 이정민)을 날렸다. 그 홈런은 한 시즌 최다홈런 아시아기록이자 이승엽이 한국 프로야구 무대를 떠나 일본리그로 옮기기 전 마지막 홈런이기도 했다.

당시 이승엽의 홈런 공을 잡기 위해 관중들의 ‘잠자리채’가 군무(群舞)를 이루었던 바로 그 홈런이다. 56호 홈런은 한국 프로야구의 위대한 기록이자 명예이고, 애틋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추억의 상징이기도 하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은 그로부터 3년 뒤인 2006년 7월 25일 이승엽의 56호홈런 기록을 기념하기 위해 대구구장 외야 홈런 공이 떨어진 지점(중앙 백스크린에서 약간 왼쪽 외야펜스와 관중석 사이 통로)에 조형물을 설치했다.

조형물은 2m 높이의 받침기둥 위에 원판을 얹어 대형 야구공을 올려놓은 형상으로 ‘이승엽, 아시아홈런 신기록(56호), 2003.10.2.對 롯데’를 써넣었고, 이승엽이 홈런을 치는 장면의 대형 사진 패널도 펜스 앞 통로에 세워놓았다. 당시 국내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설치한 기념 조형물이 큰 관심 끌어 언론에 크게 보도도 됐다.

그런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그 조형물이 가뭇없이 사라졌다. 삼성 구단이 홈런 양산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대구구장 외야 통로(2m 가량)를 없애고 펜스를 밀어 관중석에 밀착시킨 것이다. 그 바람에 외야 펜스 뒤 통로에 설치됐던 이승엽 56호 홈런 기념 조형물도 철거를 해버렸다.

그 조형물의 향방은 알 수 없다. 이미 10년이나 지난 터여서 구단 사장, 단장은 물론 실무 관계자도 모조리 바뀌어버린 마당에 그 경위도 제대로 확인할 수도 없다.  삼성 구단이 역사적인 홈런을 기념할만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삼성 구단은 2016년부터 낡고 오래된 대구구장을 떠나 새 구장인 라이온즈파크로 터전을 옮겼다. 옛 대구구장은 대구시가 그 일대를 스포츠 타운으로 재개발하고 있는데다 대구구장은 사회인야구장으로 탈바꿈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사회인야구장으로 쓰기 위한 리모델 공사가 한창인 대구구장 준공 예정일은 12월 23일로 잡혀 있다. 아예 외야를 헐어버린 터여서 이젠 이승엽의 홈런 기념 조형물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승엽 56호 홈런’ 기념은 영영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버릴 판이다.

이승엽은 이미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앞으로 한 타석 한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그가 그려나가는 기록은 그대로 한국야구 역사로 남게 된다. 그만큼 소중하다. 그런데 그를 기려야할, 한국프로야구의 자랑이자 전설인 56호 홈런 기념물은 사라졌다.

그와 관련, 김남형 삼성구단 홍보팀장은 “협력업체나 이벤트사까지 확인해 본 결과 보관을 안 한 것은 맞다. 어렴풋이 그 때를 기억하는 나이 든 분의 말씀으로는 조형물 자체가 조형물로서 가치를 지닌 것이 아니고, 공 떨어진 곳에 표시를 하기 위한 부가적인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영구적인 기념물로 제작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저 공 떨어진 지점을 알리려는 표식 물이었다는 뜻이다. 설사 그 기념물이 조형물로서의 가치가 없다손 치더라도 대구구장에 이승엽 56호 홈런을 기념할만한 ‘역사의 자취’도 없다는 것은 씁쓸하다. 하다못해 그 지점에 대한 표식이라도 남겨둬야 할 것이 아닌가.

보통 기록이 아닌, 현재로선 역대 한 시즌 최다홈런이라는 위대한 기록을 건사하지 못하고 기리지 못하는 것은 삼성 구단을 넘어 한국프로야구의 수치다. 야구는 기록의 역사다. 프랜차이즈 스타의 위대한 기록을 제대로 간수하지 않은 구단이 결코 명문이 될 수는 없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 이승엽 56호 홈런 기념조형물 2장(삼성 구단 제공)과 아래는 새 단장 공사 중인 옛 대구구장 모습(대구=손찬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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