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인터뷰] '8년차 마무리' 손승락의 자부심과 투지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7.22 06: 44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은 게 벌써 8년 째다. 부상으로 오래 빠지며 팀에 손해끼친 적 없다".
롯데는 2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전을 4-3으로 승리했다. 3-3으로 팽팽하던 8회 터진 앤디 번즈의 솔로포가 결승점이었다.
번즈의 결승포만큼이나 값졌던 장면이 있다. 롯데는 8회 마운드에 배장호를 올렸다. 그러나 배장호는 연속 피안타에 희생 번트로 1사 2·3루 위기에 내몰렸다. 희생플라이만 나와도 동점이 되는 상황. 롯데 벤치는 '클로저' 손승락을 조기 투입했다.

손승락은 첫 타자 김주찬을 우익수 뜬공으로 솎아냈다. 타구가 짧았던 데다 우익수 손아섭의 어깨가 워낙 강해 최원준도 홈을 파고들지 못했다. 이어 손승락은 로저 버나디나에게 초구부터 3루 땅볼을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3구 만에 1사 2·3루 위기를 탈출한 것이다.
9회에도 선두 타자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병살타를 유도한 뒤 마지막 타자 김호령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2연투에다 부담스러운 주자 상황, 타자들을 상대로 깔끔하게 시즌 17세이브 째를 따냈다.
경기 후 만난 손승락은 그야말로 땀범벅이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약간의 미소가 섞여있었다. 손승락은 "분명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부담을 가지고 나가면 더 안 풀리기 때문에 마음을 비운 채 나갔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희생플라이만 나와도 동점이었다. 하지만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령 블론세이브가 나오더라도 내 몫을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발빠른 주자들이 득점권을 가득 메운 데다 리그 최강 KIA의 중심 타선을 마주한 상황. 그러나 그는 의연했다. 손승락은 "내가 등판한 시점이 분명 승부처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던져야 할 상황이었다. 오늘같은 상황이 내가 늘 책임져야 할 상황이자, 내 임무다"라고 담담히 밝혔다.
한편, 손승락은 9회 선두 최형우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했다. 그러자 조원우 롯데 감독이 마운드에 올랐다.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은 뒤 마운드를 내려갔고, 손승락은 후속 안치홍을 병살타로 잡아내며 한숨 돌렸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을까. 손승락은 "감독님께서 '네 볼을 편히 던지면 상대 타자들은 분명히 못 친다. 그러니까 마음 편하게 먹어라'라고 해주셨다"라며 "나도 모르게 긴장을 했는데 그 덕에 풀렸다"라고 조 감독에게 공을 돌렸다.
손승락은 이날 경기 포함 11경기에서 2연투로 나섰다. 2연투한 11경기서 13이닝을 소화하며 7세이브,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2할9리로 연투 아닐 때(.302)에 비해 훨씬 준수하다. 체력적으로 벅찰 상황에서 오히려 강해지는 셈이다.
2연투가 부담스럽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손승락은 "우리 팀 불펜에도 젊은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구속이나 달리기 속도, 신체 상태 모두 내가 낫다고 자부한다. 나이가 많다는 걸 제외하면 지는 거 하나도 없다. 신인이라는 마음으로 매 경기, 매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손승락이 '풀타임 마무리투수'로 전업한 건 넥센 시절이던 지난 2010년. 당시 그는 53경기서 63⅓이닝을 소화하며 2승3패26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2.56을 기록했다. 이후 올해까지 8시즌 째 마무리 투수로 뛰고 있다. 2010년부터 8시즌 동안 332경기에 모두 구원등판해 19승20패3홀드177세이브, 평균자책점 2.89. 같은 기간 최다 세이브 마무리투수는 손승락의 몫이다. 매년 50이닝 이상씩을 던지며 연 평균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했다.
스스로도 이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는 "올해로 마무리 보직을 맡은 게 여덟 시즌 째다. 가끔 슬럼프가 온 적도 있지만, 단 1년도 쉬지 않고 뒷문을 지켰다"라고 밝혔다.
손승락은 "팀이 부르면 언제든지 마운드에 올라가 혼신으로 던지겠다"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바로 이 점이 지난 시즌을 앞둔 롯데가 4년간 60억 원을 안겨주며 그를 붙잡은 이유다. /ing@osen.co.kr
[사진] 광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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