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승 눈앞’ 송승준, 해외 유턴파의 모범 사례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7.27 05: 50

10년을 부지런히 달려왔다. 그리고 이제는 해외 ‘유턴파’ 가운데서 최우선으로 꼽히는 모범 사례로 우뚝 서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송승준(37)은 꾸준함을 바탕으로 한국 무대 복귀 이후 100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송승준은 27일 사직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8피안타(1피홈런) 2볼넷 5탈삼진 2실점 호투를 펼치며 팀의 9-8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송승준은 35일 만에 시즌 6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통산 99승째를 달성했다.
송승준의 프로무대 시작은 한국이 아니었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지난 1999년, 보스턴 레드삭스와 계약을 맺고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했다. 트리플A까지 탄탄대로를 걸었지만 메이저리그 승격을 눈앞에 두고 불의 부상으로 빅리거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몬트리올 엑스포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을 전전했지만 끝내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2007년, 송승준은 한국 무대로 눈을 돌렸다. 당시 한시적으로 실시된 해외파 특별 지명을 통해 고향팀인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송승준은 2007년부터 고향팀 유니폼을 입고 못다 이룬 꿈을 고향에서 풀어내듯 송승준은 끊임없이 달리고 달렸다. 2007년 25경기 5승5패 평균자책점 3.85의 성적을 시작으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다.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멤버이기도 했고, 특히 2009년에는 3경기 연속 완봉승이라는 전설의 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2012년 잠시 주춤했던 송승준은 2013년 다시 12승6패를 기록했다. 그러나 송승준도 어느덧 노쇠화와 직면했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8승씩을 거두면서 이전의 강건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줬다. 2015시즌 이후 송승준은 4년 40억 원이라는 FA 계약을 맺고 롯데에 잔류했지만 허리, 햄스트링, 팔꿈치 등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송승준은 백의종군했다.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이후 놀라운 재활 속도로 1군 엔트리에 진입했지만, 자신에게 익숙한 옷이었던 선발 투수의 지위 대신 불펜 투수라는 보직을 받았다. 초반 송승준은 구원 등판한 첫 7경기에서 특별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회복 불능이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하지만 송승준은 팀과 자신의 입지 모두 불안정한 상황에서 다시금 부활했다. 4월25일 한화전 선발승을 시작으로 내리 4연승을 거뒀고 안정적인 투구 내용으로 회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올 시즌 선발 등판한 13경기에서 성적은 6승2패 평균자책점 3.25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그러던 사이 올 시즌을 앞두고 통산 93승이던 승수는 이제 99승까지 늘어났다. 이제 역대 29번째 통산 100승 투수의 반열에 올라설 일은 시간문제가 됐다. 이에 대해 송승준은 "개인적으로 100승 기록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제 내 나이 벌써 38살이다. 공식 기록은 아니더라도 미국 (마이너) 시절까지 포함하면 150승을 넘었을 것이다. 그보다 다치지 않고 로테이션을 지켰으면 하는 마음이 제일 크다. 지난해 부상으로 도중 하차해 스트레스가 컸다. 100승보단 남은 기간도 5일에 한 번씩 빠지지 않고 계속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송승준이 한국 무대로 복귀한 초반 보여줬던 페이스대로라면 일찌감치 100승을 거둘 수 있었다.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돌고 돌아서, 우여곡절 끝에 100승의 문턱에 다다랐다. 송승준은 KBO리그에서 꾸준함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고, ‘금강불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철완의 모습을 과시 했다. 송승준만큼 건강하게 이닝을 소화한 선발 투수가 드물었다. 그만큼 송승준은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송승준은 국내 무대로 복귀한 2007년 이후 1478⅔이닝을 소화하며 이 기간 최다 이닝 2위에 올라 있다(1위 윤성환 1509⅔이닝).
해외파 특별지명을 받았던 7명 가운데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선수는 류제국(LG)과 채태인(넥센)이 전부다. 김병현은 공식 은퇴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소속팀 없이 방황하고 있고, 최희섭(KIA), 이승학(두산)은 유니폼을 벗었다. 특별지명 외에도 김선우, 서재응(이상 은퇴), 봉중근(LG) 등 함께 비슷한 시기, 미국 진출과 한국 복귀를 경험했던 이들과 비교해도 송승준이 이룬 업적은 무시할 수 없다. 우승 경력은 없지만, 그래도 송승준은 해외 유턴파들 가운데 가장 꾸준하게 리그를 지켰고, 자신의 성과를 만들어왔다. 2014시즌 이후 유턴파들 가운데 최초로 FA 자격을 얻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어떤 유턴파들도 해내지 못했던 100승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매년 무수히 많은 해외 유턴파들이 KBO리그 무대를 노크하고 있는 현실에서 송승준의 꾸준한 활약으로 일궈낸 성과는 귀감이 될 만한 모범사례로 기억되는 것이 충분하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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