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탐구] "위기론마저 꽃길로"..송강호, 20여년 캐릭터史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17.08.09 16: 20

국내 최초 '1억 배우'란 타이틀을 지닌 배우 송강호이지만 항상 '꽃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 때는 송강호란 배우에 (선견지명이 없는)평론가들이 회의적인 시각을 내놓기도 했고, 그의 영화가 언제나 별 만점을 받았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흔들림 없이 배우 한 길을 걸어오며 다양한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힘이 돼 줬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객관적인 숫자나 수치 이상의 가치다. 현재 '택시운전사'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송강호의 영화와 캐릭터 역사를 간략하게 짚어봤다.  
# 1997년 '넘버3'
영화 '초록물고기', '나쁜영화' 등에 조연으로 등장하던 송강호를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린 작품. 극 중 "잠자는 개한테는 결코 햇빛은 비치지 않아"라며 '헝그리 정신'을 외치는 건달 조필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영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 1998년 '조용한 가족'
이렇게 '신스틸러'로 이름을 날린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공포코미디 '조용한 가족'에서 사고뭉치 오빠 영민 역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여전히 강한 포스의 묵직한 존재감에서 코믹하고 유쾌한 이미지가 묻어나왔다. 
# 1998년 '쉬리'
강제규 감독의 '쉬리'에서 이장길 요원 역을 꿰차며 최민식, 한석규와 함께 역사적인 만남을 가진 송강호. 갑자기 큰 사이즈의 블록버스터에서 송강호를 만나는 것이 어색한 관객들도 존재했고 그에 대한 평도 갈렸지만, 어쨌거나 송강호가 사람들의 생각보다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라는 것을 알게해 준 작품이기도 하다.
# 2000년 '반칙왕'
김지운 감독과 코미디 영화 '반칙왕'에서 재회한 송강호는 그야말로 날아다녔다. 낮에는 소심한 은행원, 밤에는 열정적인 레슬링선수로 사는 대호 역을 맡아 소시민 냄새를 풀풀 풍기며 관객을 사로잡았다.
#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
송강호의 인생작 중 한 편. 관객들에게 박찬욱 감독을 각인시킴과 동시에 송강호라는 배우 역시 '국민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송강호는 "내 소원은 우리 공화국이 남조선보다 더 맛있는 초코파이를 만드는 기야”라고 떠드는 오경필 중사 역으로 스크린에서 전에 보지 못한 북한군을 그려냈다. 박찬욱 감독과의 인연은 2002년 '복수는 나의 것'으로도 이어진다.
# 2003년 '살인의 추억'
역시 송강호의 인생작. 그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서 미치도록 범인을 잡고 싶은 형사 박두만 역을 열연하며 과학수사와는 거리가 멀었던 그 때 그 시절로 관객들을 데려간다. 그의 명대사인 '밥은 먹고 다니냐'의 해석이 화제이기도 했다. 시대의 울분과 한 개인의 집념이 송강호가 만든 캐릭터 속에서 살아숨쉰다.  
# 2006년 '괴물'
'살인의 추억' 이후 내놓은 2004년 '효자동 이발사', 2005년 '남극일기'가 흥행 면에서 부진했다. 다소 주춤했던 이 시기를 지나 송강호는 2006년 천만영화를 내놓는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 그는 딸을 향한 부성애로 가득한 아버지 박강두 역을 맡아 러닝타임 내내 고군분투한다. 송강호가 만난 첫 SF 장르물이기도 했다.
# 2007년 '밀양'
'밀양'에서 엄밀히 말하면 송강호는 조연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그의 최고 영화로 꼽는 관객들도 더러있다. 극 중 카센터 사장 김종찬 역을 맡은 그는 상대 주연배우를 빛내주면서도 울림있는 존재감으로 잔상을 남긴다. 그가 연기한 김종찬이란 인물은 고통의 끝에 다다른 여주인공에게 한 줄기 빛이 돼 준다.
#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빅 사이즈 액션물을 통해 김지운 감독과 또 만났다. 극 중 송강호가 맡은 캐릭터는 '이상한 놈' 윤태구였다.  이 독특한 만주 웨스턴 장르물은 영화 자체보다는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라는 세 배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 2009년 '박쥐'
송강호는 뱀파이어 신부도 연기하기에 이른다. 박찬욱 작품의 '박쥐'에서 그는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 역을 맡아 논란을 야기한 노출 연기를 포함한 파격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그의 연기 스펙트럼이 다시금 놀라움을 안겼던 바다. 
# 2010년 '의형제'
현실세계로 돌아온 송강호에 반가워하는 관객들이 많았다. 전직 국정원 요원 흥신소 사장 이한규로 분한 송강호는 후배 강동원과 찰떡 브로맨스를 선보이며 흥행 성공을 이뤄냈다. 송강호 특유의 사람냄새 폴폴 나는 유쾌 진지한 캐릭터는 대체 불가다.
# 2011년 '푸른소금'
송강호의 필모그래피에서 이색적인 작품. 호불호가 강하게 갈렸고 흥행은 실패했다. 이 영화는 흡사 홍콩 멜로 느와르 같았는데, 전설로 불리던 조직 세계를 떠나 식당 하나 차려서 평범하게 살고 싶은 남자 두헌은 그래도 여심을 흔드는 구석이 있었다. 
# 2013년 '설국열차'
이어 송강호가 2012년 이나영과 호흡을 맞춘 '하울링'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아 송강호의 앞날이 부정적인 예측을 내놓은 평론가들도 존재했다. 하지만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속 열차 보안의 설계자 남궁민수 캐릭터로 다른 세상의 문을 열었다. 사실 이 작품이 송강호의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가 희소성 있는 배우임은 다시금 보여준 것. 송강호는 위기론이 튀어나올 때마다 언제나 보기좋게 재기에 성공했다.
# 2013년 '관상'
다시 전성기의 시작을 알린 작품. 그가 작품생활 중 처음으로 도전한 사극이다. 송강호는 얼굴을 보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을 맡아 능청스럽고도 코믹하게 캐릭터를 풀어나간다. 그러면서도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장르의 확장이란 의미가 있다.
# 2013년 '변호인'
'괴물'과 함께 송강호의 천만 영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작품. 현재 상영 중인 '택시운전사'와 맥을 같이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공분을 일으키는 실화 소재의 힘과 가슴 따뜻한 송우석 변호사로 분한 송강호의 열연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 2014년 '사도'
'공동경비구역 JSA'의 송강호가 전에 보지 못한 북한군을 그려냈다면 '사도' 속 송강호는 전에 보지 못했던 영조를 그려냈다. 송강호 연기의 정형성을 말하던 이들에게 확실히 새로운 송강호를 보여준 작품이다. 이준익 감독과의 만남, 그리고 두 번째 사극의 성공.
# 2016년 '밀정'
사극을 넘어 시대극에서도 통했다.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에서 송강호는 192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조선인 출신 일본경찰 이정출을 연기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면서도 섬세한 연기선이 필요한 인물을 공감있게 그려냈다. 
# 2017년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과 다시 만난 송강호는 2017년 관객들을 1980년 5월 광주로 데려간다. 외국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거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를 태우고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나서는 택시운전사 만섭 캐릭터는 우리가 바라는 연기자 송강호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의 연기를 관통하는 것은 유머. 송강호는 이에 대해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다 보니까 유머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다. 우리의 일상이 다양한 감정으로 모여져서 인물이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아주 자연 발생적으로 나오는 것이 유머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감정 중에서도 유머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감정을 부각시켜주는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으로 '기생충', '마약왕' 등이 그가 출연하는 개봉 예정작들이다.  /nyc@osen.co.kr
[사진] 각 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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