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600만 '택시운전사', 오로지 송강호 믿고 봤다?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7.08.10 17: 00

 이달 2일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를 본 관객들의 대체적인 반응을 들어보면 ‘송강호 때문에 믿고 봤다’는 후기가 가장 많다. 티켓 파워 1위에 빛나는 배우로서 많은 관객들에게 이미 ’믿고 보는 배우‘로 통했기 때문일 터다.
송강호의 열연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택시운전사’에는 그를 비롯해 유해진, 류준열, 박혁권, 최귀화, 엄태구, 토마스 크레취만 등 연기력을 입증 받은 배우들이 빚어내는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혼자서만 돋보이려는 게 아니라 조화를 이루며 함께 작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송강호라는 ‘大선배’가 앞에서 끌고 후배들이 뒤에서 밀며 어마어마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충돌했다. 배우들이 내면의 에너지를 뿜어내며 그간 알고 있다고 확신했던 눈을 다시 뜨게 만들었다.

‘택시운전사’는 비참하고 답답했던 1980년 5월의 광주를, 그리고 대한민국을 비교적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사건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은 직접 겪지도, 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체감하기 어려울뿐더러 제대로 알 수 없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수많은 피 위에 서 있다는 단 하나의 사실을 확고히했다. 아픈 역사와 마주한다는 것은 고통이지만, 지금 이 땅에 사는 우리에게는 그 고통의 감내가 필요하다.
‘택시운전사’를 보면, 그 시간과 장소에서 벌어진 그때 그곳의 참혹함이 눈앞에 펼쳐지며 당시를 이겨낸 그들에게 부채를 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미 30년도 훨씬 더 지나왔지만, 수많은 사람이 피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추구했던 그것은 여전히 실체가 없고 이상으로서만 존재할 뿐이기에 더욱 그들에게 부끄러워진다.
80년 5월 광주의 시민들은 일단 졌지만 6월 민주항쟁의 단초를 제공했고, 마침내 민주주의와 정권교체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반드시 기억해야할 사건이다. 그런 점에서 관객들에게 다시 한 번 우리 스스로가 찾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상기시킨 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남긴다.
손님을 놓고 왔다는 평범한 대사는 배우 송강호 특유의 말투와 표정, 축 처진 어깨, 흔들리는 눈동자를 통해 극의 절정을 이룬다. 그 장면에서 결코 다른 배우를 떠올릴 수 없게 말이다. 송강호가 그린 인물은 모두 그처럼 보이긴하지만, 동시에 완벽하게 극 속에 살아있다는 점에서 그의 힘이 비롯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스틸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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