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A씨의 용기→이영진의 사이다, 연예계 경종 울린 외침
OSEN 장진리 기자
발행 2017.08.11 09: 49

"터질 게 터졌다. 지금 터진 것도 늦다." 
배우 이영진이 '뜨거운 사이다'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된 김기덕 감독의 촬영 중 폭행, 강요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영진은 10일 방송된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에서 김기덕 감독이 영화 촬영 도중 감정 몰입을 위해 여배우의 뺨을 때리고, 사전에 논의되지 않은 베드신 촬영을 강요하는 등 강압적으로 촬영을 진행했다는 논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영진은 김기덕 감독 논란에 대해 "'터질 게 터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 터진 것도 늦게 터진 것"이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김기덕 감독을 고소한 여배우 A씨와 같은 입장의 이영진은 이 논란이 비단 김기덕과 A씨 개인의 갈등이 아님에 초점을 맞췄다. 이영진의 설명에 따르면 여배우에게 사전에 논의되지 않는 베드신을 현장에서 요청하거나, 이른바 연기 지도라는 명목으로 암묵적으로 묵인되는 폭행 등의 행위가 너무도 많다는 것. 
이영진은 구체적으로 자신이 겪은 상황까지 예로 들었다. "시나리오에서는 모든 베드신이 한 줄이었고, 제작사 대표 역시 '이미지 처리를 할 것이라 노출에 대한 부담은 안 가져도 된다'고 했다"는 이영진은 "정작 촬영장에 갔더니, 첫 촬영의 첫 신, 첫 컷이 남자배우와의 베드신이더라"며 "그래도 '잘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감독님이 옥사으로 불러 1대1 면담을 했다"고 말했다. 
이영진을 옥상으로 불러낸 감독은 작품을 설명하며 사전에 전혀 언급이 없었던 베드신을 강요했다는 것. 이영진은 "감독님은 완전한 노출, 전라를 의도했다. 단순히 현장에서 설득에 의해 노출신이나 베드신을 찍을 수 있는가는 생각해 볼 부분"이라고 영화계에 만연한 여배우들을 향한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제작 행위를 폭로했다. 이영진의 폭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영진은 "영화는 여성의 대상화가 심하다.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여자는 자고 싶어야 돼'라는 말이었다. 셀 수가 없었따"며 "성형 제안도 너무 많이 받았다"고 놀라운 사실을 폭로했다.
이영진의 이러한 폭로는 최근 영화계, 여성계, 법조계가 모여 김기덕 감독 논란을 필두로 영화계에 만연한 성폭력을 멈추겠다는 뜻을 모은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한다. 지난 7월 영화노조를 비롯해 여성영화인모임,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영화계와 한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126개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교수 등 영화, 여성, 법조계는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고 김기덕 사건은 물론, 연예계 전반에 만연한 성폭력을 막기 위한 움직임에 돌입했다. 이들은 김기덕 사건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연예계에 종사하고 있는 배우 등 여성들의 성폭력, 인권침해 등의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피해자들의 신고를 받고 있다.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는 이 사건이 김기덕 감독과 A씨 개인의 갈등으로 보지 않는다. 김기덕 감독을 둘러싼 논란이 하나의 촉매제일 뿐, 이러한 일들은 연예계의 뿌리 깊은 문제라는 것. 이명숙 변호사는 최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사건을 계기로 유명 감독,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름으로 윤리와 도덕, 상식을 벗어나는 범죄 행위까지 용납되어지는 잘못된 관행이 사라짐으로써 발생하는 인권침해가 근절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영진의 목소리로 대변됐지만, 여배우들과 여성 스태프들은 물론, 남성 배우와 스태프들에게도 '예술'이라는 명목 아래 일부에서 자행되는 폭력과 인권침해는 가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여배우 A씨의 용기에 이어 이영진의 '뜨거운 사이다'가 연예계의 뿌리 깊은 논란을 뿌리뽑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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