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수, "승엽이형 은퇴, 이제 진짜 실감난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08.12 05: 56

"먼 길이라도 당연히 와야 한다". 
KBO리그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36·한화)는 현재 1군 엔트리에 없다. 지난 1일 마산 NC전에서 팔꿈치 근육 손상으로 1회 교체됐고, 이튿날 1군 엔트리에 제외돼 재활을 하고 있다. 
그랬던 배영수가 11일 대전 삼성전을 앞두고 1군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엔트리에 복귀한 건 아니었다. 절친한 선배 이승엽(41·삼성)이 첫 은퇴 투어로 대전 일정이 잡혔고, 그를 친형처럼 따른 배영수가 서산 재활군에서 한걸음에 대전까지 달려왔다. "먼 길이라도 당연히 와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보통이 아니다. 경북고 5년 선후배 사이로 삼성에서 2000~2003년, 2012~2014년을 같이 뛰며 5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했다. 배영수가 2000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할 때 이승엽이 적극 추천한 일화도 있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서로의 등번호를 바꿔 달 정도로 인연이 남달랐다. 당시 이승엽이 25번, 배영수가 36번을 달았다. 
배영수는 11일 경기 전 한화 구단에서 마련한 이승엽 은퇴 투어 행사에 참석했다. 한화 선수단은 배영수를 비롯해 박정진·김태균·정근우·송광민·이용규 등 6명이 이승엽을 위해 손수 적은 응원 메시지가 담긴 베이스를 선물했다. 배영수는 활짝 웃는 얼굴로 손을 맞잡은 채 선배의 은퇴를 진심으로 축하했다. 
배영수는 "이제 진짜 승엽이형이 은퇴한다는 게 조금 실감 난다"며 "경북고 1학년 때 처음 승엽이형을 만나서 지금까지 쭉 봐왔다. 시원섭섭한 감정이다. 내겐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힘들 때 옆에서 힘을 준 고마운 선배다. '깻잎'이란 별명도 붙여주고, WBC엔 등번호를 바꿔쓰기도 했다"고 추억을 떠올렸다. 
이어 그는 "승엽이형에게 특별히 말한 건 없다. 일부러 전화도 안 했다. 이미 은퇴를 결정했고, 그동안 고생한만큼 (은퇴 후) 좋아하는 골프도 실컷 쳤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한화 선수단이 응원 메시지를 담아 이승엽에게 선물한 베이스에 배영수는 '형님, 그동안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늘 파이팅'이라고 적었다. 
한화는 삼성과 3차례 맞대결이 남아있다. 대구에서 2경기, 대전에서 1경기씩 치러야 한다. 배영수는 "오늘(11일) 부상 이후 처음 피칭을 했다. 재활군에서 육성군으로 이동했다. 2군에 가서 1~2경기 정도 던져본 뒤 감독님께서 1군 복귀날을 결정하시지 않을까 싶다. 이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분발해야 한다"며 "승엽이형과 남은 경기에 만났으면 좋겠다. 진짜 마지막이 되면 은퇴가 더 실감 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배영수는 지난 2014년 시즌을 마치고 삼성을 떠나 한화로 FA 이적했고, 이승엽과 적으로 만나 투타 맞대결도 벌였다. 8차례 맞대결에서 8타수 무안타 1삼진, 배영수가 완벽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배영수는 "승엽이형이 나한테는 안 된다"는 농담을 던지며 은퇴 전 마지막 대결을 기대했다. /waw@osen.co.kr
▲ 한화 선수들이 이승엽에게 남긴 응원 메시지
- 박정진 : "승엽아!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고, 제2의 인생에서도 멋진 레전드가 되길 바란다."
- 김태균 : "이승엽 선배님! 아직 한참 뛰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은퇴를 하신다니 아쉽고 '역시 이승엽다운 결정이다'란 생각이 듭니다. 항상 존경했습니다. 제2의 인생에서도 역시 이승엽다운 모습을 기대하겠습니다!"
- 정근우 : "승엽이형!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멋지고, 복받은 게 너무 많아요. 시즌 마무리 잘하시고, 제2의 인생도 파이팅!"
- 송광민 : "선배, 국민타자로서 화려한 선수 생활을 뒤로 하고 은퇴 후에도 멋진 삶을 사실 바라겠습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 이용규 : "선배님과 베이징 올림픽에서 함께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존경하고, 제2의 인생도 기대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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