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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쎈 승부처] ‘어시스트 34-14’ 필리핀의 화려함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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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서정환 기자]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한국농구가 조직력의 힘을 과시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17일 새벽(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서 개최된 ‘2017 FIBA 아시아컵’ 8강전에서 필리핀을 118-86으로 대파했다. 한국은 이어지는 레바논 대 이란전 승자와 4강서 만나 결승진출을 다툰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가장 개인기가 좋기로 유명한 팀이다. 농구가 국기인 필리핀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동네농구를 하면서 성장한다. 덕분에 필리핀 프로농구 역시 일대일 공격이 주류를 이룬다. 상대적으로 수비의 비중은 낮다. 팬들 역시 화려한 공격농구에 열광한다.

하지만 필리핀 대표팀은 국제대회서 늘 화려함 때문에 발목을 잡혔다. 지나치게 공격지향적이고, 일대일 위주의 단순한 공격패턴을 구사하는데다 성격까지 급해 자멸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한국전이 그랬다. 필리핀은 초반부터 엄청나게 빠른 템포로 공격해왔다. 대부분 개인기에 의한 득점이었다.

특히 가드 테런스 로미오는 전반전 3점슛 6/8포함 22점을 폭격했다. 한국 수비가 조금만 떨어졌다 싶으면 여지없이 슛을 날렸다. 슛이 미친 듯이 림을 갈라 무서울 정도였다. 아시아 최고가드로 꼽히는 제이슨 윌리엄도 11점을 보탰다.

작전 시간을 부른 허재 감독은 "쟤들은 원래 저런 애들이야. 우리 농구를 해"라며 템포바스켓을 주문했다.  

한국은 조직력으로 맞섰다. 아무리 필리핀의 개인기가 좋아도 확률 높은 조직농구 앞에는 무기력했다. 이정현과 박찬희는 골밑의 김종규를 최대한 활용했다. 입맛에 뛰워준 공을 김종규가 덩크슛으로 처리했다. 골밑에서 나온 공은 이승현과 허웅이 3점슛으로 쏙쏙 처리했다. 필리핀의 실책은 김선형이 전광석화 같은 속공으로 마무리했다.

슬램덩크에서 북산은 전국대회 1회전에서 속공이 주특기인 풍전을 만난다. 안 선생은 “득점에서도 밀리지 마라”고 선수들을 독려한다. 마찬가지였다. 한국 역시 ‘득점 따먹기’에서는 필리핀에 밀릴 것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여러 명이 조직적으로 밥상을 차려주니 더욱 먹기가 편했다.

이날 한국은 4쿼터에만 32점을 넣는 등 무려 118점을 퍼부었다. FIBA 해설자는 “한국이 역대급 공격농구를 보여줬다. FIBA 아시아 농구역사상 한 경기 최다득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면서 한국의 실력을 인정했다.

리바운드에서 한국은 34-30으로 근소하게 이겼다. 특히 어시스트서 한국이 34-1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이 얼마나 조직적인 농구를 펼쳤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13분 21초만 뛰고 9어시스트를 올린 박찬희를 필두로 최준용(4개), 이정현(6개), 김선형(4개), 김종규(4개), 이승현(4개)까지 무려 6명의 선수가 4어시스트 이상을 올렸다. 

한국은 9개의 스틸을 얻어내 대부분 속공으로 마무리했다. 필리핀은 15개의 실책을 범하며 자멸했다. 미국대표팀처럼 조직력이 어우러진 화려한 개인기는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필리핀처럼 화려함과 개인기만 고집해서는 팀 농구를 절대 이길 수 없다.

지난 2015년 창사 아시아선수권에서 필리핀은 NBA출신 안드레이 블라치를 내세워 준우승을 차지했다. 패턴의 대부분을 그의 개인능력에 의존했다. 그의 귀화를 위해 거액의 투자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빠진 이번 대회서 필리핀은 8강서 탈락하는 망신을 당했다. 레바논에서도 열성적인 응원을 펼친 필리핀 팬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게 됐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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