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홈런+ 8명’ SK, 빛바랜 홈런 레이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08.17 06: 25

SK는 역대 한 시즌 최다 팀 홈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16일까지 113경기에서 184개의 대포를 때렸다. 여전히 234홈런 페이스다. 종전 기록인 2013년 삼성(213개)에 서서히 접근하고 있다.
특정 선수에게 편중된 홈런 생산이라면 애당초 이런 기록은 불가능하다. 홈런을 때릴 수 있는 선수가 많아야 한다. SK가 그렇다. SK는 올 시즌 두 자릿수 홈런을 친 선수가 무려 8명에 이른다. 2003년 삼성은 56홈런 신기록을 쓴 이승엽을 필두로 7명이 두 자릿수 홈런을 쳤다.
리그 홈런 선두인 최정(38개)을 비롯, 부상으로 시즌을 접은 한동민이 29개를 쳤다. 이어 김동엽과 로맥이 19개씩을 추가했고, 나주환(16개), 정진기(11개)가 일찌감치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것에 이어 박정권과 정의윤도 최근 시즌 10번째 홈런을 때리면서 세를 불렸다.

SK 역사상 한 시즌 최다 두 자릿수 홈런 타자 배출은 2009년이었다. 당시 박정권 최정 이호준 나주환 박재상 김강민 박경완 박재홍 정상호 김재현까지 총 10명이나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중 20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박정권(25개) 한 명뿐이었다. 올해 SK의 대포와는 다소간 비교가 어렵다. 한편 SK는 이홍구(9개)와 이재원(8개)도 10홈런 사정거리에 있다. 10명을 채우고 끝낼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기록적 홈런 레이스의 빛이 바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3위까지 올라가며 2위도 호시탐탐 넘봤던 SK는 추락세가 가파르다. 16일 대전 한화전에서 지며 55승57패1무를 기록 중이다. +11까지 올라갔던 승패차는 어느새 -2로 떨어졌다. 5위 넥센과의 승차는 4경기, 6위 롯데와의 승차도 2.5경기로 벌어졌다. 팀이 위기에 몰렸는데 홈런이 무슨 소용일까 싶은 괜한 생각이 들 정도다.
홈런 페이스도 많이 주춤하다. SK는 8월 들어 13경기에서 11개의 홈런을 때리는 데 그쳤다. 이 기간 리그 평균은 13개로, SK는 오히려 리그 평균보다 못하다. SK보다 홈런을 못 친 팀은 삼성(10개) 뿐이다. 한동민이 부상으로 이탈한 데다, 최정도 잔부상으로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동엽 나주환의 홈런포 기세는 꺾였고, 로맥도 컨택에 좀 더 주안점을 두는 모습이다. 이홍구 이재원은 돌아가며 부상을 당했다.
SK는 구조상 팀 타율이 높을 수는 없는 팀이다. 확실한 3할 에버리지를 가지고 있는 타자가 상대적으로 적다. 선수단 인적 자원이 바뀌지 않는 이상 이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렵다. 결국 선택지가 많지 않은 SK 타선의 관건은 “얼마나 홈런 파워를 유지할 수 있느냐”였다.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즌 초중반처럼 장타라도 꾸준히 터지면 잡을 수 있는 경기는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8월 들어 홈런마저 끊겼고, 이는 가뜩이나 답답했던 팀 타선의 문제점을 한껏 부각시켰다. 이미 팀 한 시즌 최다 홈런을 넘어 첫 200홈런을 향해가고 있는 SK지만, 올해 타선은 반쪽 성공으로 남을 가능성도 굳어졌다. 장점을 유지하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시즌 막판이 되어야 마지막 희망이 있다. SK는 4위 LG, 1위 KIA, 2위 두산을 차례로 만난다. 운명의 6연전, 홈런이라도 터져야 반등을 도모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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