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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 1위-다승 19위' 피어밴드, 22년만의 진기록 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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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자책점 1위' 투수의 10승 실패, 2001년 박석진이 마지막 
선발 투수 중 마지막은 1995년 조계현 

[OSEN=최익래 기자] 올 시즌 최정상급 투수를 보유 중인 kt. 그러나 팀 전력이 약한 탓에 그 최정상급 투수에게 변변한 승리 선물 한 번 못하고 있다. 유달리 운도 안 따르는 모양새다. 라이언 피어밴드(32)는 올 시즌 kt의 슬픈 단면을 제시하고 있다.

피어밴드는 16일 서울 잠실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전에 선발등판,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러나 1-1로 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며 승리와 연을 맺지 못했다. 1피홈런이 이날 유일한 실점이었으나 그 옥에 티가 결국 피어밴드의 발목을 붙잡았다. kt는 제임스 로니의 끝내기로 1-2 분패했다.

피어밴드의 '무승'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피어밴드의 마지막 승리는 지난 6월3일 부산 롯데전. 당시 피어밴드는 6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7승째를 챙겼다. 누가 알았을까. 피어밴드가 이후 75일 넘게 승리를 챙기지 못할 줄을.

그때까지 피어밴드는 10경기에 선발등판해 70이닝을 던지며 완봉승 한 차례 포함 7승3패, 평균자책점 1.54로 극강이었다. 리그 평균자책점 1위. 물론 7승 이후 피어밴드는 11경기에 선발등판해 65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다. 이렇게만 보면 '다소 부진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간만 잘라놓고 봤을 때, 리그 평균자책점은 13위. 같은 기간 평균자책점 최하위는 11경기에 등판해 6.85를 기록 중인 유희관(두산)이다. 그러나 유희관도 3승을 챙겼다. 6월 4일 이후만 따졌을 때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25명. 이 중 승리가 없는 건 피어밴드와 팀 동료 돈 로치가 전부다.

때문에 다승 부문에서 피어밴드의 순위는 점차 밀려나고 있다. 올 시즌 리그 다승 선두는 KIA 양현종(17승). 그 뒤를 KIA 헥터 노에시(16승)가 뒤쫓고 있다. 치열한 집안싸움이 펼쳐지는 분위기다. 그 뒤를 이어 메릴 켈리와 더스틴 니퍼트(이상 12승), 최원태, 에릭 해커, 박세웅(이상 10승)이 따르고 있다. 10승 고지에 올라선 투수만 7명이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7승으로 다승 부문 공동 19위에 올라있다. 불펜투수 중에서 피어밴드의 승리를 뛰어넘은 이가 벌써 나왔다. 주인공은 롯데 배장호(8승). 피어밴드와 함께 NC 김진성, KIA 임창용도 7승을 기록 중이다. 이들의 승리는 모두 구원승. 전문 불펜요원들과 승수 경쟁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건 피어밴드가 올 시즌 평균자책점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7승째 이후 평균자책점이 훌쩍 뛰었다고는 해도, 피어밴드는 여전히 강력한 투수다. 올 시즌 21경기서 135이닝을 소화하며 7승8패, 평균자책점 2.87을 기록 중이다. 리그에서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 거기에 이닝 소화 능력도 리그 8위다. 하지만 다승 순위(공동 19위)보다 패전 순위(공동 6위)가 더 높은 점이 아이러니다.

피어밴드는 늘 "승리는 내가 컨트롤할 부분이 아니다.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라고 강변한다. '고독한 에이스'의 자세다. 피어밴드의 말처럼 승리는 피어밴드 혼자 컨트롤할 수 없다. 9이닝 1실점에도 패전투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어밴드의 무승을 컨트롤하는 건 저조한 득점지원이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마운드에 있을 때 경기당 2.52점을 지원받았다. 규정이닝 선발투수 20명 가운데 19위. 피어밴드의 바로 위 18위에는 팀 동료 고영표(2.57점), 그 아래에는 로치(2.10점)가 있다. 20명 중 하위 3명이 모두 kt 선수인 것. 득점 지원 부문 선두 유희관(6.09), 양현종(6.04) 등의 절반 이하인 건 물론 리그 평균(3.90)에도 못 미친다.

어쩌면 10승을 채울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리그 평균자책점 1위가 10승에 실패한 건 2001년 박석진(당시 롯데)이 마지막이다. 그러나 당시 박석진은 주로 불펜으로 기용되며 4승10패14세이브1홀드를 기록했다. 선발투수로 주로 나선 이들로 범위를 좁히면 1995년 조계현(당시 해태)이 마지막 사례다. 조계현은 당시 19경기에 모두 선발등판해 126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71을 기록했으나 9승6패에 그쳤다. 22년 만에 피어밴드가 그 기록에 도전할 수도 있다.

kt의 슬픈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올 시즌 피어밴드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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