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3시의 인디살롱] 이예린, ‘유재하동문’이 전하는 촉촉한 사랑이야기

  • 이메일
  • 트위터
  • 페이스북
  • 페이스북

[OSEN=김관명 기자] 노랫말을 음미하다보면 단어 하나, 구절 하나에 그야말로 온몸이 저릿해지는 경우가 있다. 싱어송라이터 이예린이 올해 발표한 ‘찰나’와 ‘당신이 좋았어요’가 그랬다. 거두절미하고, 이어폰을 꽂고 두 노래를 찬찬히 들어보시압.

‘너의 세상에 감히 들어가도 될까 힘껏 너를 안고 입 맞춰도 될까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이 찰나의 시간이 소중하다 / 너의 하늘에 잠시 머물러도 될까 그 품에 가득히 숨 쉬어도 될까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이 찰나의 고요는 영원하리 아, 소중하다 / 잠에 들지 않아도 꿈을 꿀 거야 별빛 한 줌 없이도 눈부실 거야 너의 새벽이 오면 속삭여도 될까 넘실대는 마음 노래해도 될까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이 찰나의 입술은 꽃 피우리 아, 소중하다, 소중하다 / 순간의 기억들은 따뜻할거야 자꾸만 비워내도 채워질거야 잠에 들지 않아도 꿈을 꿀 거야 별빛 한 줌 없이도 눈부실 거야’(‘찰나’)

‘당신에게 무어라 말할 순 없지만 그리운 마음이 가득해요 이런 마음 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도 당신이 그윽해요 / 당신은 더없이 위로가 되었고 이 밤을 오롯이 채우네요 당신의 아득한 모습이 한참을 그대로 내 곁에 머무네요 / 당신이 건네었던 모든 몸짓들이 한없이 아프고 벅차네요 당신은 더없이 위로가 되었고 이 밤을 오롯이 채우네요 당신의 아득한 모습이 한참을 그대로 내 곁에 머무네요 / 그 어떠한 표현도 하지 못했지만 난 그냥 당신이 좋았어요’(‘당신이 좋았어요’)

그녀가 불쑥 던진 ‘감히’와 ‘소중하다’, 그리고 ‘오롯이’와 ‘난 그냥 당신이 좋았어요’에 청자의 머리는 휘청거린다. 맞다. 이렇게 어금니가 시리도록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했던 적이 과연 있었나. 한줄 한줄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노랫말과 말하듯이 털어놓은 담백한 창법과 목소리에 빠져들다 보면, 역시 ‘유재하동문’답다. 지난 2013년 제24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그대의 우주’로 입상(장려상)한 이예린. 지난 6월 첫 EP ‘순간’, 7월 싱글 ‘우리를 위해’낸 그녀를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났다.

= ‘찰나’와 ‘당신이 좋았어요’를 듣다가 소름이 돋았다. 단어 하나하나에 매우 신경을 쓴 것 같다.

“고등학교 때부터 메모장에 끄적이는 것을 좋아했다.”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빠른 93년생이고 13학번이다. 아빠가 음악(드럼)을 하셔서 어렸을 적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아빠는 지금도 직장인 밴드로 활동하신다. 4살 때 피아노 학원을 다녔고, 8살 때 바이올린을 배웠다. 초등학교 때 동요를 작곡했다. 악보 만들고 이러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고등학교 때 곡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마음먹었다. 현재 한양여대 실용음악과를 한 학기 남겨두고 휴학한 상태다.”

=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는 어떻게 나가게 됐나.(참고로 2013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운다’로 금상을 받은 주인공이 이설아다. 대상은 ‘서울여자’를 부른 강민주)

“20세 때 다른 대학에 다녔는데 그 대학 교수님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추천해주셨다. 훌륭한 뮤지션들이 많이 참가하고 배출된 대회라 개인적으로도 잘 알고 있었다. 대회에는 22세 때 나갔다. 장려상을 받았다.”

= 현재 루비레코드의 신인발굴 프로젝트 ‘레이블픽’(Lable Pick)에 합류, 활동 중이다.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2017년 레이블픽에는 오가닉사이언스, 감성주의, Bree, 늘, 이예린이 활동 중이고, 2016년 레이블픽에는 오곤, 주혜, 램즈, Lil Fish, 제이미 스톤즈가 활동했다)

“지난해 여름 루비레코드 대표님으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이러이러한 레이블을 만들고 있는데 계약할 생각 있으면 연락을 달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그 자리에서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올해 4월 첫 싱글(찰나, 당신이 좋았어요)이 나오게 됐다.”

= 유재하 음악경연대회가 2013년, 첫 싱글이 2017년이다. 그 사이에는 뭘 했나.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다. 현재 한 학기 남기고 휴학중이다.”

= 레이블픽 동료 뮤지션들과는 친하나. 그리고 회사 생활을 하니까 어떤가.

“회사는 처음이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까지 지원해주니까 좋더라. 담당자 언니랑 프로필 사진도 찍으러 가고, 네이버와 서면 인터뷰도 하고. 레이블픽에서는 브리(Bree)라는 친구가 동갑이라 처음 만난 날부터 친구처럼 지냈다. 그 친구도 유재하 동문(2016년)이다. 팀으로 참가했다.”

= 입상곡 ‘그대의 우주’는 어떤 노래인가.

“20세 때 쓴 곡인데 실제 경험담이다. 사람을 만나고 있어도 외롭다는 감정이 크더라. 그런 심정을 (그대라는 커다란) 우주에 박힌 (나라는 작은) 별에 비유했다.”

= 지금까지 발표한 곡들을 같이 들어보자. 생각나는 대로 코멘터리를 해달라. 먼저 ‘찰나’.

“이 곡의 피아노는 미디를 썼다. 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비록 찰나라고 해도 너무 행복할 것이다, 이런 내용이다. 사랑을 용기있게 고백하는 곡이다.”

= ‘당신이 좋았어요’는 참으로 솔직해서 더 울림이 큰 것 같다.

“사실 짝사랑 얘기다. 이 곡의 ‘당신’은 아예 사귄 적도 없는 사람이다. 기타는 학교 동기인 서지명이 해줬다.”

= EP 타이틀곡 ‘오늘 하늘’은 색채감이 돋보인다.

‘오늘 하늘 너무 예쁘다 보라색으로 흠뻑 뒤덮였네 쏟아지는 저기 달빛도 노란색으로 한껏 물들었네 우리 그렇게 그냥 이렇게 있자 나도 아니까 너의 대답이 어떨지 아니까 / 쌓여가는 마음 무거워진 이 밤 오늘 저 하늘엔 네가 가득 까맣게 날 흔드네 오늘 하늘 너무 예쁘다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건넸지 쏟아지는 저기 달빛도 쓸쓸한 듯 이 시간을 위로해 / 쌓여가는 마음 무거워진 이 밤 오늘 저 하늘엔 네가 가득 까맣게 날 흔드네 / 우리 그렇게 그냥 이렇게 있자 나도 아니까 너의 대답이 어떨지 아니까’(‘오늘 하늘’)

“좋아하는 사람과 있고, ‘좋아한다’ 말하고 싶은데 어색하고, 그 순간 예쁜 하늘이 눈에 들어온 거다. 그래서 ‘그렇게 그대로 있자’고 한 것이다. 쓸쓸한 느낌, 깊이가 생기는 느낌을 전하고 싶어 첼로를 썼다. 미디로 직접 연주했다. 곡 끝의 여운도 오래 남기고 싶었다.”

= ‘다들 그렇듯이’는 어떤 곡인가.

“가장 오래 전에 쓴 곡이다. 원래 이런 편곡이 아니라 신나고 발랄한 곡이었다. 그런데 다시 가사를 보니 슬퍼서 바꾸게 됐다. 제 진심이 담긴 곡을 만들고 싶었다. 뒤로 갈수록 불안하게 치닫는 사운드에 주목해주셨으면 좋겠다.”

= ‘순간’, 이 곡도 좋더라.

‘기억 속의 앳된 네 모습 몰아치는 순간 어쩔 줄 몰라 눈을 감으니 쏟아지는 장면들 그때 우리 어렸던 마음에 쉬운 이별을 했던 것 영원이란 없던 그 작은 시절 얘기 / 다 흩날린다 옅은 웃음도 헛된 바람도 그저 덧없이 저물어간다 / 돌고 돌아 혹시나 너와 마주하는 순간 어쩔 줄 몰라 눈을 떠 보니 아무것도 아닌 꿈 그때 우리 어설픈 마음에 서툰 사랑을 했던 것 붙잡지 못했던 그 작은 시절 얘기 / 다 흩날린다 옅은 웃음도 헛된 바람도 그저 덧없이 저물어간다 / 다 흩날린다 벅찬 떨림도 숱한 기대도 이젠 덧없이 시들어간다 저물어간다’(‘순간’)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그랜드 피아노로 녹음했다. 스무살 초반에 만났던 사람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나중에 만났으면 더 좋았을 사람이었다. 그때는 둘 다 철이 없었다. ‘찰나’와 ‘순간’은 비슷한 의미가 있다. EP 곡 배치상 ‘순간’을 마지막 트랙으로 하고 싶었다.”

= EP 재킷 디자인은 어떻게 나오게 됐나.

“창가 그늘에 비친 잎사귀들이다. 김민희씨가 해주셨다.”

= 7월에는 싱글 ‘우리를 위해’가 나왔다.

“지난해 8월에 쓴 곡이다. 졸업 앨범을 위해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여름을 너무 싫어해서 눈 오는 것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다들 눈을 예쁘다고 하는데 눈도 다 쌓이면 지저분해지고 녹으면 없어진다. 이런 모습들이 졸업과 맞물린다고 생각했다. ‘안좋은 일 있었어도 잊지 말고 기억하자’ 이런 내용이다.”

=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 것인가.

“여러가지를 해보고 싶다. 신나는 곡들도 하고 싶고, 악기가 많이 들어간 곡도 써보고 싶다. 현악기 편곡하는 것을 좋아한다.”

= 다른 계획은.

“친구랑 오사카로 여행을 갈 계획이다. 해외여행을 한번도 못가봤다. 그리고 민트페이퍼 프로젝트 앨범이 8월말이나 9월초에 나올 것 같다. 템포는 느리지만 신나는 곡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 새 싱글도 준비할 것이다.”

/ kimkwmy@naver.com
사진=루비레코드 제공

OSEN 포토 슬라이드
슬라이드 이전 슬라이드 다음

OSEN 포토 샷!

    Oh! 모션

    OSEN 핫!!!
      새영화
      자동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