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8승 윤성환vs2승 로치' 계급장 뗀 명품 투수전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8.18 21: 36

KBO리그 대표 우완 투수와 KBO리그 외인 최다 연패 주인공의 맞대결. 이름값만 따졌을 때 균형추가 한쪽으로 기울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명품 투수전이 펼쳐졌다.
삼성은 18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을 5-1로 승리했다. 1-1로 팽팽히 맞선 연장 10회 터진 강한울의 1타점 3루타가 결승점이었다. 하지만 승패와 무관하게 양 팀 선발투수의 호투가 빛난 경기였다. kt 돈 로치는 8이닝 1실점, 삼성 윤성환은 9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윤성환은 이날 전까지 통산 363경기(243경기 선발)에 등판해 118승81패,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 중이었다. 2승만 추가하면 KBO리그 역대 16번째로 통산 120승 고지에 오르게 되는 상황. 배영수에 이어 정통파 우완 현역 투수 승수 2위였다.

반면, 로치는 유달리 승운이 따르지 않는 투수다. 로치의 마지막 승리는 지난 4월 19일 수원 KIA전. 당시 로치는 7이닝 1실점 쾌투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그러나 이때부터 악몽이 시작됐다. 로치는 이후 16경기서 89⅓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5.94를 기록했는데, 승리없이 12패만을 떠안았다. 외인 사상 최다 연패로 불명예의 주인공이 됐다. 종전 기록은 2010년 호세 카페얀(당시 한화)의 개인 11연패였다.
8월에는 두 명 모두 고전했다. 윤성환은 8월 3경기서 1승2패, 평균자책점 6.88로 고전했다. 김한수 삼성 감독은 "(윤)성환이가 들쭉날쭉해 보여도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준다"라며 "이런 선수는 팀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그를 감쌌다. 로치 역시 8월 2경기서 2패, 평균자책점 5.84로 좋지 못했다. 김진욱 kt 감독은 "로치가 잘 던지고도 승을 못 챙기는 경우가 많다. 사령탑으로서 미안하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윤성환과 로치는 8월의 부진을 비웃기라도 하듯 나란히 호투했다. 시작은 로치가 끊었다. 1회 선두 박해민에게 중전 안타를 내줬지만 견제사로 그를 지웠다. 이어 김헌곤과 구자욱을 삼진 처리. 2회에는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조동찬에게 유격수 병살타를 유도하며 한숨 돌렸다. 윤성환은 2회까지 단 19구만 던지며 2이닝 삼자범퇴.
선취점은 삼성이 뽑았다. 삼성은 3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경철의 솔로포로 먼저 앞서갔다. 그러자 kt도 곧장 반격했다. 4회 선두 정현이 역시 솔로포로 응수했다.
4회까지 1-1로 맞선 양 팀은 이후에도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다. 윤성환은 5회와 6회를 모두 삼자범퇴로 지웠다. 로치는 5회, 6회 모두 주자를 내보냈다. 하지만 5회 1사 1루서는 김성훈의 병살타로 위기를 넘겼다. 6회 무사 1루서는 박해민의 번트 타구가 로치 정면으로 향하며 더블 아웃이 나왔다.
윤성환은 7회 2사 후 박경수에게 2루타를 내줬으나 후속 유한준을 잡아내며 한숨 돌렸다. 이어 8회와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모두 삼자범퇴로 장식했다. 이날 던진 9이닝 중 1회와 2회, 5회, 6회, 8회, 9회가 삼자범퇴였다. 9이닝 중 6이닝이 삼자범퇴 괴력이었다.
로치는 8회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겼다. 1사 1·3루 상황에서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던 박해민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그 사이 3루주자 강한울이 협살에 걸리며 아웃. 박해민도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로치의 임무는 8회까지였다. 로치 개인 최다 이닝. 로치의 최다 이닝 종전 기록은 4월 7일 수원 삼성전과 4월 19일 수원 KIA전서 기록했던 7이닝이었다.
결국 양 팀의 승부는 선발투수가 모두 내려간 연장 10회 갈렸다. 강한울이 1사 1루서 kt 두 번째 투수 김재윤을 상대로 우전 3루타를 뽑아냈다. 길었던 0의 행진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경기는 결국 연장 10회에만 4점을 뽑은 삼성의 5-1 승리였다.
윤성환은 승을 챙겼고, 로치는 승을 챙기지 못했다. 대신 야구팬들은 '눈호강'을 챙겼다. /ing@osen.co.kr
[사진] 수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