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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인터뷰] '오늘만 사는' 윤성환, 그 꾸준함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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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수원, 최익래 기자]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영화 '아저씨'의 명대사다. 삼성을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정통파 투수 윤성환(36)에 딱 맞는 이야기다.

윤성환은 18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전에 선발등판, 9이닝 3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삼성이 5-1로 승리하며 윤성환은 시즌 9승을 따냈다. 비록 연장 10회 접전 끝에 이긴 탓에 9이닝 투구에도 완투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윤성환의 이날 호투를 깎아내릴 수 없었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였다. 1-0으로 앞선 4회 선두 정현에게 솔로포를 내준 것이 유일한 '옥에 티'였다. 윤성환은 9이닝 중 1회와 2회, 5회, 6회, 8회, 9회를 삼자범퇴로 돌려세웠다. 아울러, 7회 선두 타자 멜 로하스를 삼진으로 솎아내며 개인 통산 1,600이닝을 넘겼다. KBO리그 역대 22번째 대기록이었다.

팀 승리와 개인의 기록 모두 챙긴 하루. 그러나 경기 후 만난 윤성환은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표정이었다. 윤성환은 "8회까지 99구를 던졌다. 투수코치님이 몸 상태를 물었고, 괜찮다고 답했다. 그래서 나간 것이다"라며 덤덤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날 경기는 정통파 우완투수의 맞대결이었다. kt 선발 돈 로치도 윤성환에 버금가는 호투를 선보였다. 로치는 개인 최다인 8이닝 5피안타 1실점 호투를 선보였으나 승패없이 물러났다. 팽팽한 승부는 윤성환의 욕심을 깨웠다. 윤성환은 "상대 투수가 호투하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생긴다. 물론 타선이 점수를 마구 뽑아주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흥미롭다"라고 밝혔다.

윤성환의 올 시즌은 다소 '퐁당퐁당'이었다. 윤성환은 이날 전까지 8월 3경기에 등판해 17이닝을 소화하며 1승2패, 평균자책점 6.88로 좋지 못했다. 직전 등판인 12일 롯데전서도 승리투수가 됐지만 7이닝 11피안타 5실점으로 고전했다. 본인이 느끼기에도 최근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윤성환은 "요사이 몇 경기에서 어깨가 무겁고 힘이 떨어졌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 그는 "풀타임 시즌을 치르다보면 이런 시기가 오게 마련이다. 사실 오늘 등판에 앞서서 팔을 풀 때도 특별히 감이 좋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하면서 감을 조금 되찾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윤성환은 그야말로 꾸준함의 상징이다. 2011시즌부터 올해까지 7년간 179경기(178경기 선발)에 등판해 85승을 챙겼다.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승수다. 2012시즌 9승을 기록하며 흐름이 끊겼지만, 2013시즌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0승 고지에 올라섰던 그다. 윤성환은 "승리하면 좋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운인 것 같다. 8이닝 호투를 펼쳐도 승리를 못할 수 있다. 하지만 5실점 하고도 승리를 챙겼다. 직전 등판의 나처럼. 어찌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라고 밝혔다. 그저 꾸준히 자기 공을 던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반응.

이런 윤성환이기에 개인 통산 1,600이닝 소화는 의미있었다. 윤성환은 "경기 전까지도 몰랐다. 등판 후 중계방송사 인터뷰에서 얘기를 전해들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사실 어떻게 여기까지 온지 모르겠다. 개인 기록에 신경쓰지 않고 하루하루 운동하는 데만 집중했다. 올 시즌도 목표는 170이닝 소화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윤성환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삼성 관계자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건넸다. 2009년,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을 치르던 윤성환은 그 관계자에게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라고 털어놨다. 대졸 신인인데다 군 문제까지 소화하며 30대를 눈앞에 둔 나이. 그 당시 윤성환에게 먼 미래는 신기루였다.

그래서일까. 윤성환은 그저 하루에만 신경 썼다. 그리고 2014시즌을 마친 뒤 멀어만 보이던 FA 자격을 얻었다. 원 소속팀 삼성과 계약을 맺은 그는 앞서 언급한 관계자에게 "멀어만 보였는데, FA 자격을 얻었다"라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그저 하루하루 자신의 역할에만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윤성환의 2017년 8월 18일 하루는 조금 더 특별했다. '대선배' 이승엽의 은퇴 투어 두 번째 경기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날 이승엽은 4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침묵했지만 팀 승리로 의미를 찾았다. 윤성환은 "은퇴 투어는 국내 최초이기에 의미 있다. 그 첫 시작인 대전 경기 때는 다음 선발등판을 위해 경기장에 안 갔다. 하지만 패해서 아쉬웠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사실 승엽이 형이 못해서 아쉽다. 형이 잘해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진심을 전했다. 이어 윤성환은 "그래도 승엽이 형은 팀이 이겨서 만족할 것이다. 그 형은 그런 형이다"라고 인터뷰를 마쳤다.

자신의 눈앞에 닥친 하루에만 충실했던 윤성환. 그 하루가 쌓여 KBO리그 대표 우완 투수가 만들어졌다. 내일만 사는 수많은 선수들을 제압한 윤성환. 그의 행보에 마침표는 아직 멀었다. /ing@osen.co.kr

[사진] 수원=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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