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승부처] 하다디는 잘 막았지만, 파생공격 무서웠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8.20 04: 54

하메디 하다디(32•이란)는 물론 높았다. 하지만 하다디를 너무 의식한 것이 더 문제였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0일 새벽(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서 벌어진 ‘2017 FIBA 아시아컵’ 준결승에서 이란에게 81-87로 석패했다. 앞서 열린 준결승서 호주는 뉴질랜드를 106-79로 대파하고 결승에 선착했다. 한국은 뉴질랜드와 다시 만나 3위를 다투게 됐다.
4강전을 앞둔 허재 감독은 “어차피 수비농구로 승산이 없다. 공격농구로 승부를 걸겠다”고 선언했다. 필리핀을 상대로 118점을 폭발시킨 화력을 고려할 때 전혀 틀린 말도 아니었다. 하다디에게 줄 점수는 주고, 과감하게 더 많은 득점을 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허재 감독의 구상은 틀어졌다. 박찬희를 처음으로 주전으로 넣어 투가드를 가동, 원활한 볼배급을 기대했다. 하지만 하다디를 의식해 선수들이 지나치게 경직됐다. 김종규, 오세근이 쉬운 골밑슛을 놓치면서 굳었다. 김종규와 김선형이 던진 슛이 하다디의 엄청난 높이에 걸리자 더 신경이 쓰였다. 약속된 동작을 정확하게 하지 못하며 실책이 쏟아졌다.
한국이 경기시작 후 4분 만에 3-15로 뒤졌다. 작전시간을 부른 허재 감독은 “13번에게 3점슛 맞지 말라고 했잖아. 정확하게 공격을 해야지. 지금 뭐하는 거야”라고 선수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1쿼터 한국은 2점슛이 2/12에 불과했다. 실책은 6-2로 훨씬 많았다. 대부분의 실책이 이란의 쉬운 속공으로 연결됐다. 경기시작 후 6분 만에 3-20으로 뒤졌다. 최준용이 넣은 레이업슛이 유일한 필드골이었다.
정작 하다디는 1쿼터 득점이 없었다. 하다디가 집요하게 골밑을 장악해 한국에 타격을 입혔다기보다 하다디를 의식한 한국이 자멸한 양상이었다.
최준용은 하다디까지 맡아 수비하며 맹활약했다. 최준용이 1차로 하다디를 막고 주위 선수들이 둘러싸는 작전이 통했다. 노쇠화한 하다디는 노마크 덩크슛 기회서 점프가 모자라 실패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최준용은 돌파를 시도하는 하다디를 살짝 피하는 재치도 보였다. 하다디가 넘어지자 아쉽게 최준용의 파울이 불렸다. FIBA 현지 해설도 “최준용의 파울이 아니다. 하다디 스스로 넘어졌는데 파울이 불렸다”며 최준용을 칭찬했다.
하다디는 전반전 시도한 2점슛 7개를 모두 놓쳤다. 득점은 자유투 2구로 인한 2점이 전부였다. 한국이 그만큼 하다디는 잘 막았다. 하다디에게서 파생되는 3점슛과 속공만 차단할 수 있다면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거기서 승패가 결정났다. 
하다디는 자신이 골밑공격을 많이 하지 않았지만, 14리바운드로 제공권을 장악해 8개의 어시스트를 뿌렸다. 마샤예키(18점), 야찰리(21점, 3점슛 5개), 잠시디(17점, 3점슛 3개) 삼총사가 56점을 합작하며 한국의 수비를 무력화했다. 하다디 역시 4쿼터 가장 중요한 순간 연속 골밑슛을 넣어 카운터 펀치를 먹였다. 
한국은 역대 하다디와 승부에서 그를 가장 잘 봉쇄했다. 1쿼터에 무려 17점을 뒤졌음에도 3쿼터 역전에 성공한 의지를 매우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다만 한국은 막판 집중력이 부족해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1쿼터부터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면 이란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경기였다. 김종규의 부진이 아쉬웠다. 비록 패했지만 한국은 박수를 받을 만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