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전화위복, 향후 수년의 '왕조 동력' 얻었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8.20 06: 10

올 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두고 KIA와 두산이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고 있다. 둘 중 어느 팀이 왕좌에 입을 맞출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정규시즌 우승은 물론 포스트시즌의 향배 역시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올해 두산이 거둔 성과는 향후 수년간 큰 동력이 될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kt와 두산의 팀간 11차전을 앞둔 19일 수원 kt위즈파크. 경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태형 두산 감독의 표정은 여느 때보다 밝았다. 두산은 주초 롯데와 2연전을 몽땅 내주며 먹구름이 꼈으나 선두 KIA와 홈에서 펼친 맞대결을 '스윕승'으로 장식했다. 특히 18일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이 빛났다. KIA 선발투수 임기준 역시 5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두산 선발투수 함덕주의 호투가 눈부셨다.
함덕주는 18일 잠실 KIA전에 선발등판, 6⅓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2-1로 앞선 7회 마운드를 내려갔고 스코어보드에 변동은 없었다. 그렇게 함덕주는 시즌 8승(7패)째를 따냈다.

사령탑의 만족은 당연했다. 19일 수원 kt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태형 두산 감독은 "10승은 물론 그 이상도 할 것 같다. 전반기에는 잘 던지고도 승운이 따르지 않는 경기가 있었는데 후반기 들어 달라졌다"라고 함덕주를 칭찬했다.
두산은 지난해 '판타스틱4'라고 불리는, 리그 최강 선발진을 구축했다. 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 외인 원투펀치와 장원준-유희관까지. NC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 네 명이 등판해 '셧아웃'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는 먹구름이 낀 것만 같았다. 지난해 18승을 거두며 니퍼트의 짝꿍으로 꼽혔던 보우덴이 오른 어깨 부상으로 전반기까지 전력 외로 분류됐다. 5선발 자리야 어느 팀이든 장담하지 못한다지만, 4선발 자리에도 구멍이 뚫린 것이다. 자연히 어디까지나 5선발 자원으로 분류됐던 함덕주의 책임이 커졌다.
사실 함덕주에게 거는 기대치는 크지 않았다. 22세 영건 투수에게 '디펜딩 챔피언' 두산의 4선발 자리는 버거워보였다. 그러나 함덕주는 전반기 20경기서 78⅔이닝을 소화하며 3승7패, 평균자책점 4.23으로 무난한 모습을 보였다.
제 컨디션을 찾은 보우덴이 선발진에 합류하며 함덕주는 본연의 위치, 5선발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자 함덕주는 펄펄 날기 시작했다. 함덕주는 후반기 6경기서 32⅔이닝을 책임지며 5승무패,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 중이다. 때문에 김태형 감독의 칭찬도 당연했다.
김 감독은 "보우덴이 빠졌을 때 (함)덕주가 꾸준히 로테이션을 소화했다. 그 덕에 당초 구생했던 불펜진에서 투수진을 빼오지 않아도 됐다"라고 입을 연 뒤 "전반기 경험이 팀에게도 보탬이 됐지만 덕주 본인에게도 큰 계기가 된 것 같다"라고 함덕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 시즌 두산이 발견한 '영건'은 함덕주 뿐만 아니다. 두산은 7월말 '캡틴' 김재호의 허리 통증 낙마로 비상등이 켜졌다. 그러나 '이만큼 강한 잇몸' 류지혁이 빛났다. 류지혁은 김재호가 빠졌던 16경기서 타율 3할4푼9리(63타수 22안타), 10타점, 19득점으로 기대 이상의 모습을 선보였다.
포수 양의지와 외야수 민병헌이 나란히 손 부상으로 빠졌을 때는 백업으로 분류됐던 박세혁과 정진호가 그 자리를 메꿨다. 주축 선수들이 빠졌음에도 두산이 후반기 약진할 수 있던 건 이들의 공이 크다.
양의지는 "내가 없어도 팀이 원체 잘 나가서 '굳이 복귀를 서두르지 않아도 되겠다'라고 생각했다"는 너스레를 떤 뒤 "사실 이게 우리 팀이 강하다는 증거같다"라고 설명했다. 김재호는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보탰다. 그는 "(류)지혁이도 그렇고 각 포지션별로 출중한 백업들이 많다. 이건 우리 팀이 강하다는 증거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주전으로 분류됐던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건 전적으로 그들이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투수진에서도 김명신과 박치국 등 영건은 물론 늘 기대를 넘지 못했던 김강률까지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선발진 5명이 완벽히 제 위치를 지키는 가운데 불펜도 구색을 완성한 것. 김태형 감독은 "연투 여부나 상대 전적 등을 고려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상황에 맞는 보직을 정하게 된 상황이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왕조'라고 불리던 팀은 매년 '컨텐더 팀'으로 우승을 노려야 했다. 자연히 세대 교체나 리빌딩은 명분 뿐이었다. 결국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급격한 내리막을 겪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두산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때문에 두산은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쳤고, 특유의 '화수분 야구'를 몇 계단 더 업그레이드했다.
올 시즌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올 시즌 두산은 향후 몇년간 상위권 자리를 지킬 주춧돌을 마련했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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