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고척' 이호준 배려한 넥센, 동업자 정신 빛났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8.21 05: 45

이호준(41·NC)에게 고척돔은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로 남게 됐다.
NC는 2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벌어진 ‘2017시즌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과 시즌 12차전서 이호준의 쐐기 홈런이 터지며 4-3으로 승리했다. 연패를 끊은 NC(64승49패1무)는 3위를 유지했다.
경기 전 김경문 NC 감독은 “요즘 방망이가 오래 안 맞고 있다. 선수들이 힘든 것을 이겨내야 한다. 이럴 수록 내가 먼저 웃어야 한다. 허허. 선수들이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말고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쳤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베테랑 이호준을 5번 지명타자로 출전시킨 이유도 이와 일맥상통했다. 베테랑으로서 이호준이 모범을 보인다면 팀 타선 전체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호준은 1회부터 폭발했다. 박민우와 스크럭스가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갔다. 타석에 선 나성범은 정대현의 122km/h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다음 타자 이호준마저 랑데뷰 홈런을 쏘아 올렸다. 두 타자 연속 홈런을 허용한 정대현은 결국 1이닝 만에 물러났다. NC가 승기를 잡은 결정적 순간이었다.
이호준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1996년 해태에 입단한 그는 21시즌 째 프로야구서 활약하는 레전드다. 하지만 넥센과는 뚜렷한 추억이 없는 선수인 것도 사실이다. 넥센은 경기서 패한 뒤 이호준을 위해 일렬로 도열했다. 이어 주장 서건창과 최고참 이택근이 나서 이호준에게 감사와 축하의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호준도 기념사진을 찍으며 감격한 모습을 보였다. 설마 넥센 구단에서 이렇게 자신의 은퇴를 챙겨줄 것으로 생각지 못했기 때문.
고척돔 마지막 경기서 쐐기 홈런을 때린 이호준은 웃으며 그라운드를 떠날 수 있게 됐다. 이호준은 “고척 마지막 경기서 팀이 승리해 기쁘다. 팀 승리에 내가 기여해 더 기쁘다. 고척에서 마지막을 특별하게 기념해준 모든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면서 넥센 구단에 고개를 숙였다.
대선수에 대한 예우에 프로야구 팬들은 승패를 잠시 잊고 흐뭇함을 감추지 못했다. 넥센은 오는 22~23일 삼성과 고척돔 2연전에서도 이승엽을 떠나 보내는 행사를 갖는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척=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