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드라마’ 롯데, 이젠 익숙해진 해피엔딩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7.08.21 05: 42

매 경기가 드라마다. 험난하고 고달픈 여정의 연속이다. 그러나 롯데 자이언츠에 고된 여정의 끝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하는 법이 익숙해진 듯하다.
롯데의 후반기 키워드는 ‘역전’이다. 기대만큼 터지지 않는 타선이지만, 그 공백을 투수진의 힘으로 버텨나간다. 그리고 타선은 경기 후반 최대 승부처 때 한 번의 기회를 잡아서 이를 점수로 연결시키는 경기가 반복되고 있다. 데자뷰와 같은 경기들의 연속이다.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 역시 7회까지 1-2로 뒤지다 대타 전준우의 역전 투런포로 경기를 뒤집었고 이어진 8회말 동점을 허용했지만 9회초 다시 전준우가 재역전 결승타를 때려내면서 4-3승리를 거뒀다. 시즌 36번째, 후반기 15번째 역전승이었다. 시즌 성적은 59승54패2무로 5위다.
지난 4년 연속 가을야구를 치르지 못한 롯데였다. 올 시즌에도 선수들이 너도나도 ‘올해는 다를 것이다.’, ‘다시 가을야구를 치를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지난 4년 동안은 공염불에 그쳤다. 그러나 올 시즌 후반기, 특히 가을야구 경쟁 대열에서 무서운 기세를 선보이는 현 시점에서는 이들의 시즌 초반 각오가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만큼 롯데는 간절하게, 끈질긴 야구를 펼치고 있다.

후반기 시작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41승44패1무로 7위였고 당시 4위 넥센과는 4경기 차이였다. 이후 스멀스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승차는 쉽사리 좁혀지지 않았다. 겨우 대등한 성적을 유지했지만 이 성적을 잃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지난 1~3일, 잠실에서 열린 LG와의 운명의 3연전, 롯데는 충격의 스윕패를 당했다. 이후 승차는 이때 4위를 달리던 LG와 3,5경기 차였던 승차는 6.5경기 차이로 벌어졌고 47승51패2무로 5할 승률까지 멀어졌다.
그리고 4일부터 6일까지 열린 또 다른 5강 경쟁 팀인 넥센과의 홈 3연전. 이 3연전의 승부에 따라 롯데의 올해 남은 시즌의 방향이 ‘가을 도전'이냐, ‘시즌 포기와 리빌딩’ 이냐가 정해질 수 있다. 스윕패 이후 넥센전 첫 경기, 롯데는 가라앉은 분위기를 이기지 못한 듯, 조쉬 린드블럼을 내세우고도 1회 5실점을 헌납했다. 당시를 회상한 롯데의 한 관계자는 “LG에 3연패를 당하고 넥센전 첫 경기 때 린드블럼이 1회 5점을 내주는 순간, ‘올 시즌도 이렇게 끝나는 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되돌아봤다.
하지만 롯데는 1회 5실점의 여파를 극복하고 10-8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 경기가 롯데의 터닝포인트였다. 기력을 회복했고, 페이스를 되찾았다. 5강 경쟁의 추격자가 아닌, 5강 경쟁을 주도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넥센 홈 3연전을 스윕으로 장식했고, 이어진 경기들에서도 접전 끝에 결국 롯데가 마지막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하는 순간들이 계속 만들어졌다. 넥센 홈 3연전 스윕 이후 롯데는 12경기에서 9승3패를 달성하고 있다. 3패 중 연패는 없었다. 매 경기가 피를 말리는 접전이었고, 매 경기가 승부처였지만 그래도 롯데는 중압감을 모두 이겨내고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뒤지고 있더라도 쉽게 질 것 같지 않은 예감을 들 게 만들었다.
20일 경기 결승타를 때려낸 전준우는 “역전승이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는 최고다. 여기서 우리 팀이 한 단계 더 올라섰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접전을 거듭하고 역전의 경기가 이어지다 보니 선수들 역시 지칠 수밖에 없다. 전준우는 “접전이 계속되니 집중도 계속 해야 하고, 체력적인 면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선수들 모두 어떻게든 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조원우 감독도 매번 힘든 경기를 펼치는 선수단의 체력적인 부담을 걱정하면서도 “우리 팀은 매 경기, 매 순간이 승부처다. 여유는 없다. 밑의 순위든, 위의 순위든 볼 필요 없이 한 경기씩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지칠 만도 하다. 그래도 내색 없이 끈기 있게 잘 해주고, 앞으로도 이를 버텨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선수단의 정신력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흔히 말하는 연승이 끊긴 뒤 찾아오는 ‘연승 후유증’을 겪지도 않고 있다. 전준우가 말한 한 단계 올라선 팀의 증거다. 넥센 3연전 스윕 이후 2연전 체제에서 맞이한 홈 kt 2연전도 모두 잡아내 5연승을 달렸다. 이후 패-승-패를 반복하다 다시 5연승을 달렸다. 그리고 지난 19일 0-2 허무한 패배로 연승이 끊겼지만, 오히려 더 집중력을 발휘해 맥없이 물러서지 않았다.
물론 시즌 종착역에 다가서고 지금과 같은 접전이 계속된다면 먹구름이 드리운 불펜진의 피로도, 주전급 야수들의 체력 문제 등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치열한 순위 싸움의 부담감이 선수들을 경직되게 할 수도 있다. 과거에는 이런 피로도와 부담감을 쉽사리 이겨내지 못하던 롯데였다. 
하지만 롯데는 이제, 그들이 써내려가는 드라마의 결말을 어떻게 웃으며 끝낼 수 있는지를 점점 알아가고 있는 롯데다.  /jhrae@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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