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컵 동메달’ 허재號가 얻은 세 가지 소득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7.08.21 05: 53

동메달보다 값진 소득은 세대교체와 자신감이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1일 새벽(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서 개최된 ‘2017 FIBA 아시아컵’ 3,4위전에서 뉴질랜드를 80-71로 이겼다. 2015년 창사 아시아선수권 6위로 자존심을 구겼던 한국은 4년 만에 아시아 3위에 복귀했다. 특히 이번 대회서 오세아니아가 처음 편입된 가운데 한국은 뉴질랜드를 두 번이나 격파하며 자신감을 얻게 됐다.
▲ ‘기둥’ 오세근...4인4색 빅맨진

이번 대표팀 멤버 중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경험한 선수는 박찬희, 이종현, 김선형, 김종규, 오세근 5명에 불과했다. 그 동안 대표팀의 구심점을 잡아줬던 김주성, 양동근, 조성민 등이 물러나면서 세대교체에 대해 우려가 많았던 것이 사실. 오세근은 새로운 리더 역할을 120% 완수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오세근은 아시아권에서 최고급 파워포워드로 손색없는 활약을 선보였다. 오세근은 7경기서 평균 16점을 올리며 팀내 1위, 득점랭킹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오세근은 5.7리바운드로 팀내 1위, 전체 13위를 차지했다. 오세근이 빠지면 한국의 경기력은 눈에 띄게 차이가 날 정도였다. 오세근은 주장으로서 후배들을 이끄는데도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높이와 운동능력이 탁월한 김종규는 빈 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컷인으로 팀에 기여했다. 고비 때마다 터트린 덩크슛은 한국이 분위기를 가져가는데 그만이었다. 그간 몸싸움을 꺼린다는 평을 들었던 이종현도 카자흐스탄전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변했다. 이승현은 특유의 힘을 앞세운 몸싸움, 날카로운 외곽슛으로 상대 진용을 흔들었다. 특히 하다디와 붙어 밀리지 않는 힘은 놀라웠다.
4인4색의 빅맨진이 버틴 한국은 웬만한 팀과 붙어서 리바운드에서 밀리지 않았다. 여전히 평균 35.4개를 잡은 리바운드는 12개국 중 10위였다. 하지만 제공권에서 압도적으로 밀렸던 종전 대회와 비교하면 그 격차가 현저히 줄었다.
▲ 장신슈터 발굴...쏟아진 3점슛
이번 대회서 한국의 가장 큰 무기는 3점슛이었다. 개인기가 떨어지는 한국이 경기당 88.3점으로 득점 전체 2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3점슛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한국은 평균 41.7%의 3점슛 성공률로 일본(43.2%)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경기당 10.4개의 3점슛 성공도 필리핀(11개)에 이은 2위 기록이었다.
특히 필리핀과 치른 8강전서 보여준 경기력은 놀라웠다. 한국은 21개의 3점슛을 쏴서 16개를 넣으며 성공률 76.2%를 기록했다. 한국이 필리핀전에서 넣은 118점은 이번 대회 한 경기 최다득점이었다. 한국은 또 카자흐스탄전에서도 3점슛 15개를 쏘아 올려 116점을 올렸다.
대회 초반에는 임동섭이 대표슈터로 활약했다. 임동섭은 레바논전 1쿼터에만 10득점을 폭발시키는 등 16점을 퍼부었다. 대회 후반에는 전준범이 돋보였다. 특히 이란전 1쿼터 말미에 보여준 12점 퍼포먼스는 혀를 내두르게 했다. 전준범은 이란전 3점슛 5개 포함 20점을 폭발시켰다. FIBA 현지 해설진도 “JEON의 3점슛은 경이로운 수준”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허웅은 뉴질랜드와 3,4위전서 3점슛 5개 포함, 20점을 터트렸다.
임동섭과 전준범 모두 195cm가 넘는 장신슈터다. 국제무대서 활약할 수 있는 젊은 슈터진을 발굴한 것은 수확이었다.
▲ 최준용의 완벽한 가드 변신
포지션의 장신화는 가드진에서 가장 돋보였다. 허재 감독은 유재학 전 대표팀 감독의 충고를 받아들여 최준용을 과감하게 포인트가드로 썼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최준용은 대회평균 5.9점, 3.6리바운드, 3.7어시스트로 가드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2미터 신장의 최준용이 탑에 서면서 상대편 가드들도 여간 고생을 많이 한 것이 아니다. 최준용을 중심으로 한 3-2 드롭존은 허재 감독이 꺼낸 필살의 수비였다.
막내 최준용은 이란전 ‘물개박수’를 치는 등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팀 전체에 에너지를 줬다. 간혹 무리한 공격에 이은 실책이 나왔지만, 가드로서 최준용의 모습은 충분히 합격점을 줄만했다. 이런 그의 위력적인 모습을 국가대표팀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김선형은 폭발적인 스피드, 날카로운 드리블을 활용해 주전가드 역할에 충실했다. 양동근이 빠진 가드진에 대해 우려가 많았지만, 김선형은 12.1점, 3.4리바운드, 4.6어시스트로 대활약했다. 특히 속공전개에 있어서 김선형은 아시아 최고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잘했다. 필리핀 가드진을 상대로 21점, 4어시스트, 3점슛 3개로 활약한 것이 백미였다.
박찬희는 짧은 시간을 뛰었지만, 임팩트는 컸다. 평균 8.7분을 뛰고도 팀에서 가장 많은 어시스트 35개(평균 5개)를 뿌렸다. 세트오펜스와 속공에서 모두 장기를 발휘했다. 박찬희는 패스하나로 경기를 지배했다. 특히 카자흐스탄전 16분을 뛰면서 뿌린 어시스트 14개는 백미였다. 그는 필리핀전에서도 13분 동안 어시스트 9개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킬패스는 먹기 좋게 동료들의 손에 전달됐다.
190cm 장신가드 박찬희는 가드진의 신장을 높여주고, 수비력을 올리는 일석이조의 카드가 됐다. 2년 전 창사 아시아선수권에서 손가락 부상으로 1초도 뛰지 못하고 돌아왔던 그였다. 박찬희는 설움을 제대로 풀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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