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밴드의 아이러니, 22년만의 불명예 성큼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8.23 07: 00

아이러니다. 호투가 이어지면서 평균자책점 1위가 차츰 가시화 분위기다. 그러나 이대로 시즌이 끝나면 22년만의 불명예 기록을 달성할 지도 모른다. kt 라이언 피어밴드(32) 이야기다.
피어밴드는 22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전에 선발등판,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팀이 2-3으로 패하며 시즌 8패이자 개인 6연패의 쓴잔을 들었다.
피어밴드의 마지막 승리를 찾으려면 달력을 두 장 거슬러야 한다. 피어밴드는 지난 6월 3일 사직 롯데전 이후 12경기서 71이닝을 소화하고도 승리 없이 6패, 평균자책점 4.31을 기록 중이다.

승리는 투수가 컨트롤 하는 부분이 아니다. 아무래도 타선의 영향력이 큰 기록이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22경기서 마운드에 있는 동안 평균 2.50점을 지원받았다. 규정이닝을 채운 20명의 투수 중 18위. 19위는 고영표(2.43점), 20위는 돈 로치(2.05점)다. 모두 팀 동료들이다.
특히 최근 승리가 없는 12경기에서 득점 지원은 1.58까지 급락했다. 2.5점이나 1.58점이나 적은 건 마찬가지지만 1점이나 떨어지는 것이다. 가뜩이나 한 점이 소중한 피어밴드로서는 더욱 답답할 노릇이다. 평균 회귀만 따지면, 피어밴드가 6이닝 2실점을 하더라도 승리투수 요건을 채울 수 없는 상황이다.
김진욱 kt 감독도 답답해했다. 김 감독은 "사령탑으로서 피어밴드에게 미안하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김진욱 감독은 "우리 팀 타자들의 득점 지원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피어밴드만 등판하면 침묵이 더 심해진다. 아무래도 그간 못했기 때문에 '오늘은 반드시 이기게 해주자'는 부담이 오히려 망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피어밴드는 흔들리지 않고 연일 호투로 보답하고 있다. 그러면서 점차 22년만의 불명예 기록에 다가서고 있다. 피어밴드는 올 시즌 22경기서 평균자책점 2.94를 기록하며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라있다. 유일한 2점대 평균자책점 투수라는 점은 덤이다. 김진욱 감독도 "피어밴드가 평균자책점 타이틀이라도 따냈으면 좋겠다"고 밝혔을 정도.
하지만 10승은 여전히 멀어보인다. 두 달 넘게 7승에 머무르는 피어밴드보다 순수 불펜자원 김진성(NC·9승), 배장호(롯데·8승)가 더 많은 승을 따냈다.
리그 평균자책점 1위 투수가 10승에 실패한 건 2001년 박석진(당시 롯데)이 마지막이다. 그러나 당시 박석진은 주로 불펜으로 기용되며 4승10패14세이브1홀드를 기록했다. 선발투수로 주로 나선 이들로 범위를 좁히면 1995년 조계현(당시 해태)이 마지막 사례다. 조계현은 당시 19경기에 모두 선발등판해 126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71을 기록했으나 9승6패에 그쳤다.
연일 호투하고 있는 피어밴드이기에 평균자책점 1위는 충분히 해볼 만한 도전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10승이 더 어려워보인다. 피어밴드의 아이러니가 22년만의 불명예 기록으로 이어질까. /i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