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마뚜루]이순철, “메이저리그 한국타자들, 차라리 돌아오라”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7.08.25 07: 56

“허송세월할 바에야 돌아오는 게 낫다.”
이순철(55) SBS 스포츠해설위원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유랑(流浪)’하고 있는 한국 타자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 조속한 ‘귀환’의 길을 찾기를 권유했다.
현재 미국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타자들은 붙박이 메이저리거로 ‘견뎌내고 있는’ 추신수(35. 텍사스 레인저스)를 빼곤 나머지 박병호(31. 미네소타 트윈스 산하 3A 로체스터 레드윙스)와 김현수(29. 볼티모 오리올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황재균(30.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산하 3A 새크라멘토 리버캣츠)이 하나같이 ‘변방의 북소리’ 신세다. 말이 좋아 활동이지 엄밀하게는 ‘부적응’의 성격이 짙다.

박병호와 황재균은 트리플A에서 메이저리그 승격의 희미한 꿈을 안고 ‘눈물 젖은 빵’을 곱씹고 있고, 김현수는 7월 29일에 팀이 바뀌었다. 이들과는 달리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해 가던 강정호(30.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지난 시즌 뒤 국내에서 음주운전 문제로 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여태껏 미국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있다.
이대호(35.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시즌 뒤 메이저리그 선수생활 연장을 포기하고 KBO 리그로 되돌아 왔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조심스레 박병호와 김현수 등의 KBO 리그 복귀를 점치고 있기도 하다.
최희섭(38) 이후 부푼 꿈을 안고 메이저리그로 떠났던 한국 타자들이 이처럼 좀체 주전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사실상 실패한 까닭은 무엇일까.
이순철 위원은 “우선 체력싸움에서 안 되고 있다. 경기에 들락날락하다 보니까 컨디션 조절을 잘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KBO 리그에서야 꾸준히 출장해 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지만 미국으로 간 뒤에는 그곳 투수들 수준도 다르고 강한데다 드문드문 나가는 바람에 제 컨디션 못 찾는다는 얘기다.
“(메이저리그 감독들이 한국타자들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는 측면도 있겠지만 그쪽 시스템 자체가 연봉이 많은 선수 위주로 경기에 내보려고 하니까 거기에서 나타나는 플래툰 시스템에 적응하기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박병호는 스윙 매커니즘 문제도 있겠지만 엘지 때처럼 출장이 들쑥날쑥해 전혀 못 따라가고 있다. 김현수의 경우 지난해 대표 팀 선발문제로 가서 보니까 어떤 때는 경기를 아예 포기하고 있었다. 벅 쇼월터 감독이 그렇게 하다 보니 언제, 어떻게 나갈지 준비가 안 됐다.”
이순철 위원의 냉정한 진단처럼 제 아무리 좋은 선수도 꾸준히 나가야 성적을 내는데 좌완 투수라서 빠지고, 일주일이나 건너뛰는데다 그에 따라 경기에 출장하는 선수 위주로 이루어지는 훈련도 부실해 악순환이 반복 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구조적인 부적응’으로 귀납된다.
이순철 위원은 “꾸준히 나가야 경기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대호도 경기에 많이 안 내보내줘 감각 잡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결국 국내로 되돌아왔다. 계약 내용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다른 타자들도 차라리 백번 천 번 돌아오는 게 낫다.”고 강권하다시피 했다.
“이들이 메이저리그 무대로 갈 때는 넓은 곳에 가서 나름대로 제 존재가치를 알리려고 했겠지만 프로야구선수란 기록을 쌓아야 이름을 얻게 되는 것이다. 박찬호 같이 되려면 그럴만한 여건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상과는 전혀 동떨어져 있다. 그곳에서 의미 없는 세월을 보내면서 나이를 먹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면 구태여 눌러 있을 필요가 없다.”
이순철 위원은 “이승엽이 한국야구를 떠나 일본에 갔다가 돌아와 칭송을 받는 것은 그의 인성이나 실력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기록을 쌓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야구선수가 기록이 없다면, 그 의미가 실종되고 존재의 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다. ‘미국야구 무대에 진출했다’, 그것밖에 더 있는가.”라고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큰 물’의 경험은 하겠지만 허송세월하는 동안 마음고생도 심하겠고,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린 한국타자들에 대한 이순철 위원의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이해된다.
이순철 위원은 한 발 더 나아가 ‘한국타자 거품론’을 제기한 김인식 전 한국대표팀 감독의 견해에 동조했다.
“이제는 후배 선수들이 교훈으로 삼아야한다. 우리 리그를 봐도 수준급 외국투수들의 공을 제대로 치는 타자들은 몇 명 안 된다. 해설을 하면서 경기를 보면 변화구도 제 스윙을 하면서 때리는 타자가 별로 없다. 최형우는 기복 없이 잘 때리고 있지만, 타격 30걸 안에 들어 있는 숱한 3할 타자들이 꾸준하게 에이급 투수들의 공을 때려내고 있는가. 사실 거품 많이 끼어 있는 것이다.”
‘천하의 이종범도 경기에 드문드문 나가면 성적 낼 수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 위원의 지적처럼 메이저리그는 좋은 투수들이 즐비 한데다 경기도 많이 못나간다면 타자들이 성적 낼 수 있는 구도가 아니다.
차제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려는 타자가 있다면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좋겠지만 아예 ‘100경기 이상 출장을 보장받는 방법’을 찾아 경기에 많이 나갈 수 있는 조건이 돼야 한다.”는 이순철 위원의 제안이 공감은 간다. 부풀려서 말하자면, ‘경천동지, 하늘도 놀라고 땅도 움직일만한’ 엄청난 타자가 나타나 메이저리그로 간다면 그런 보장을 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그리 현실적인 방법 찾기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김현수는 옮기고 나서 야구를 하는지 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다. 젊은 나이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나. 빨리 돌아오면 한국야구 흥행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김현수’란 이름 석 자를 다시 새길 수 있지 않겠는가.”
이순철 위원의 조용한 외침이 가슴을 때린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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