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통신비 인하 위해 제로 레이팅 주장"... 망중립성 훼손 우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17.08.29 11: 38

통신비 절감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통신사들이 망중립성 이슈를 제기하는 것도 통신비 절감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9일 서울 삼성동 인기협 엔스페이스에서 협회가 주최·주관하고 네이버, 카카오, 구글코리아, 엔씨소프트, 이베이코리아, 넥슨코리아, 온오프믹스가 후원하는 ‘2017 굿인터넷클럽 차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흔들리는 망중립성, 인터넷 생태계가 위험하다'라는 주제로, 박지환 변호사(오픈넷), 권헌영 교수(고려대), 윤철한 국장(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용배 팀장(콘텐츠연합플랫폼) 등 총 4명이 패널토크에 참여하고, 에디토이 김국현 대표가 진행을 맡았다.

참석자들은 최근의 망중립성 원칙 완화 목소리에 대하여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망 중립성은 이동통신사, 케이블TV 등 망 사업자가 망을 이용하는 콘텐츠, 서비스에 대해 사용자·내용·데이터 전송방식 등에 어떠한 차별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특정 앱이나 홈페이지에 트래픽이 많이 발생한다고 해서 통신사가 임의로 트래픽을 억제하거나 추가 요금을 받을 수 없다. 즉 이용자들의 트래픽 발생량과 무관하게 똑같은 트래픽 비용을 받아야 한다. 미국에서 망중립성 논란이 커지면서 한국서도 일부 통신사들은 인터넷 기업들이 망 구축·유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한국의 대형 콘텐츠사업자들은 공정한 경쟁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망 중립성이 지켜져야 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토론회서 권헌영 교수는 “통신시장 자유화가 훨씬 잘돼 있는 미국에서 망중립성 이슈가 불거지자 우리나라에서도 같은 선상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인식은 위험하다”고 짚었다. “통신사의 수익구조, 원가 등 객관적인 통계수치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망중립성을 완화하고 통신 투자비를 인터넷사업자 등에 분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지환 변호사는 “통신비 인하 논의가 시작되면서 통신사들이 통신비 인하의 새로운 수단으로 제로레이팅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최근의 망중립성 이슈가 부각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보편적 통신비 인하 측면에서 제로레이팅이 효과가 있는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자금여력이 있는 큰 기업에 한해서만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시장경쟁에 영향을 미치고, 소비자 후생 면에서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윤철한 국장은 “망 사업은 기간사업으로 독과점 성격이 있어서 망 사업자가 마음대로 사업을 펼치겠다고 하면 공공성을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플랫폼 중립성도 언급되고 있는데, 플랫폼 사업자에게 공공성을 부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용배 팀장은 “네트워크 비용은 현재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지불하고 있다. 제로레이팅을 실시했을 때, 콘텐츠제공업자들이 통통신사에 지출한 비용만큼 소비자로부터 받으려고 하면서, 악순환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고 문제점을 설명했다. /mcadoo@osen.co.kr
[사진] 한기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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