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무비] 설경구의 칠전팔기, '살기법' 4년만에 흥행 단비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7.09.10 07: 55

지난 2003년 '감시자들' 이후 4년만에 흥행 단비를 맞고 있다. 작품으로는 7편 흥행 고전 후 8편째에서 엄지 손가락를 세운 셈. 연기파 배우의 대명사인 설경구가 돌아왔다. 스릴러 수작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9월 극장가 비수기에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살인자의 기억법'은 9일 하루 동안 전국 36만 9,113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위를 질주했다. 지난 6일 막을 올린 뒤 나흘째 선두를 지키며 신바람을 내고 있다. 
입소문 덕분에 관객 수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중이다. 이날 하루 관객은 전날에 비해 무려 96.3% 급증했다. 누적 관객수는 4일만에 84만8867명을 기록하고 있다. 설경구의 최다 관객 기록인 '해운대'(2009년) 1132만 명에 비할 바는 안되지만 가장 최근 흥행했던 '감시자들' 551만 명에는 충분히 도전 가능한 성적이다.

이번 '살기법'의 흥행 돌풍은 설경구에게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 수 년 동안 흥행 운이 지독하게 안 따르면서 한국영화계 최고 배우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설경구 자신이 "구겨진 자존심을 펴고 싶다"고 말할 만큼, 2013년 '스파이'부터 지난 해 '불한당'까지 흥행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특히,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되고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은 '불한당'조차 누아르 붐의 쇠퇴와 맞물려 관객 몰이에는 실패, 아쉬움을 더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한당'은 설경구의 필모그래피에서 터닝 포인트로 기록될만 하다. 제국의 아이들 출신 임시완과 함께 주연을 맡은 그는 근육질 몸에 쫙 떨어지는 수트핏으로 현란한 액션을 과시했다. 오랜 슬럼프에 빠져있던 설경구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기에 충분한 아이돌급 팬덤이 탄생한 배경이다.
그리고 올 9월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설경구는 오롯이 재기했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마의 잊혀졌던 마성과 부성을 동시에 되살리는 이야기다. 좀처럼 이미지를 떠올리기 힘든 주인공 병수 역을 설경구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병수 역을 위해 분장 대신,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한 극도의 다이어트로 스스로 늙는 방법을 택하는 등, 극한 도전으로 은퇴한 날카로운 연쇄 살인범 캐릭터를 완성했다. 설경구는 OSEN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작품을 하면서)쪘다 뺐다를 많이 했었는데 그 때는 단순했다. ‘불한당’은 웨이트로 감량했다면 ‘살인자의 기억법’은 그냥 기름기를 쫙 뺐다. 건조하게 지방 한 점 없이. 감량을 세게 하다보니 하루쯤 그냥 먹고 싶은데로 먹자고 한 날에도 속이 못 버티더라”고 촬영 기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살인자의 기억법’부터 캐릭터의 얼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책을 보면서 이 얼굴은 어떤 얼굴일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감독님과 함께 상의하면서 스타일을 만들어 갔는데 기존과 다른 얼굴이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얼굴을 보면 대충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이니까요. 결국 배우의 분장은 배우 스스로 완성해야 됩니다.“
뻔한 액션과 뻔한 감동, 그리고 뻔한 로맨스에 식상한 관객에게는 '살기법'을 추천한다. 시종일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스릴 속에 진한 부성애를 덧입혀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설경구가 있다. /mcgwire@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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