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위즈랜드] 난청 딛고 선 kt 이해창, 안방마님이 되어간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15 05: 55

올 시즌을 앞둔 kt 안방에는 작지만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말 새로 부임한 김진욱 감독은 "장성우를 기용할 생각이다"라고 선언했다. 장성우는 지난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논란으로 법정에 서는 등 한 차례도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김 감독은 장성우와 함께 팬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그의 복귀를 도왔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kt는 1군 진입 첫해인 2015시즌 초, '팀의 10년을 이끌 투수'로 평가받던 박세웅을 롯데에 내주며 장성우를 데려왔다. 그런 선수를 언제까지 썩힐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kt 안방 구성에도 변화가 점쳐졌다. 지난해 데뷔 후 최다인 88경기에 출장했던 이해창(30)은 그 직격탄을 맞을 듯했다. 하지만 이해창은 장성우에게 밀리지 않고 올 시즌도 kt 안방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보다 더욱 발전한 모습으로.
▲ "공격형 포수? 수비가 안 되니까…"

103경기 타율 2할8푼4리(222타수 63안타), 11홈런, 42타점. 15일 현재 이해창이 거둔 성적이다. 이미 지난해(88경기)보다 많은 경기에 출장했으며 타수(222타수)도 조만간 넘어설 기세다.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넘어섰고, 타율(.203)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세이버매트릭스로 살펴봐도 마찬가지. 지난해 이해창은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 -1.21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WAR 1.16으로 +2 가까이의 상승폭을 일궈냈다. OPS(출루율+장타율) 역시 0.565에서 0.819까지 올랐다. 타석수가 적긴 하지만 포수가 OPS 0.8 이상을 기록한다는 건 팀에게 분명한 플러스 요소다.
경쟁은 지난해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성장세로 이를 극복하고 있는 것. 실제로 장성우와 분배 문제로 경기 출장이 들쭉날쭉한 상황. 이해창은 "출장 일지만 보면 경기 수가 들쭉날쭉 해보이겠지만, 감독님이 굉장히 신경 써주신다"라고 설명했다. 이튿날 출장 시킬 계획이라면 마지막 한 타석 정도는 보장해주는 방식. 또한 가급적이면 세 경기 이상의 결장은 없었다. 이런 식의 출장 루틴은 이해창에게 낯설었지만 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해창은 "감은 잃지 않되 체력 안배는 해주시는 것. 이게 감독님의 포수 기용법인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기자에게 이해창은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는 "나는 꾸준히 2할8푼 이상 치는 타자가 아니다. 어떤 달은 1할대, 어떤 달은 4할대를 치는 건 내 실력의 부족함 때문이다. 경기 출장 여부와는 상관없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창은 6일 수원 넥센전 4-2로 맞선 8회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생애 첫 두 자릿수 홈런 고지에 올라섰다. 김진욱 감독이 늘 기대하던 '거포형 포수'로 탈바꿈 하는 걸까. 이해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사실 7홈런 즈음부터 두 자릿수 홈런이 의식됐다. 그 당시 홈런은 둘째 치고 타격감 자체가 괜찮았다. 장타를 의식하면 그 감 자체가 무너질 것 같았다. 일부러 욕심을 버리려고 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장타'에 대한 기대를 한몸에 받아왔다. 드디어 그 껍질을 깨는 모습이다. 김진욱 감독은 "(이)해창이가 참 열심히 한다. 팀 안팎으로 도움이 되는 선수다"라며 "해창이 같은 선수가 더 잘돼야 한다"라고 그를 칭찬했다. 정명원 투수코치 역시 "해창이 기사 좀 많이 써달라"라며 기자에게 농담을 던졌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이해창은 "마음먹은 대로 됐으면 이미 30홈런 쳤고, FA(프리에이전트) 선언도 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지 않나"라고 너털웃음을 지은 뒤 "올해도 두 자릿수 홈런을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았다. 그저 지난해보다 하나라도 더 많이 치고 싶었다. 하드웨어도 있으니 장타 쪽으로 색깔을 확립해야겠지만, 조바심은 내지 않겠다"라고 곱씹었다.
▲ 본 상품보다 경품이 더 큰 시즌
올 시즌 리그에서 10홈런 이상 때려낸 선수는 총 52명. 이 중 포수가 주 포지션인 선수는 강민호(롯데·22홈런), 유강남(LG·13홈런), 양의지(두산·12홈런)와 이해창뿐이다. 이쯤 되면 공격형 포수라고 칭해도 될까. 이해창은 "공격형 포수는 맞다. 하지만 수비가 안 되니까 공격형이지, 타격을 잘해서가 아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공격형 포수 멋있다.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고. 하지만 수비가 평균 이상으로 뒷받침될 때 이야기다. 팀 평균자책점은 지난해(5.92)와 올해(5.65) 큰 차이 없다. 내 타격 성적이 암만 좋아져도 의미 없는 이유다"라고 강조했다.
이해창은 늘 '포수는 수비가 먼저. 타격은 보너스다'라고 생각한다. 그런 그에게 이번 시즌은 '본 상품보다 경품이 더 큰 시즌'으로 기억될 전망. 특히 떨어진 도루 저지율을 살리는 게 관건이다. 이해창은 지난해 도루 저지율 4할9푼3리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3할4리. 그는 "좋은 포수의 도루 저지율은 4할이 기준인 것 같다. 투수 책임을 6할로 돌려주는 것이다. 올해 많이 부족하다. 중점적으로 신경 써야할 부분이다"라고 다짐했다.
투수 리드도 마찬가지. 그가 "경기의 60% 정도는 투수들에게 맞춰주는 편이다. 하지만 정말 아니다 싶을 때는 투수들에게 '고집을 부릴 테니 그때는 따라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늘 투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어느 정도의 절충안을 찾아가야 한다. 조금씩 '포수 이해창'의 스타일이 정립돼야 한다"라고 설명한 이유다.
▲ 컴플렉스 극복시킨 아내의 한마디
"해창이가 그 얘기를 꺼냈나?" 이해창과 인터뷰 중 나온 '난청' 이야기를 들은 kt 관계자의 반응이다.
이해창은 난청을 앓고 있다. 어린 시절 수영을 즐겨하던 그는 비염부터 축농증까지 코 질환을 겪었다. 코와 귀가 연결된 탓에 자연히 귀에도 이상이 생겼다. 때문에 이해창은 야구장 안에서 늘 보청기를 끼고 다닌다. kt 관계자는 "해창이가 굳이 드러내지 않는 사실인데 우리가 먼저 나서서 밝힐 필요는 없었다. 그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니. 의외다"라고 놀랐다.
과연 포수에게 귀는 얼마나 중요할까. 강인권 두산 배터리코치는 "안 중요한 부위가 어디 있겠냐만, 귀의 중요성은 크지 않다. 내야수들의 경우 타격 순간을 놓쳐도 귀로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포수의 경우 그럴 상황이 많지 않다. 내 경험상 귀가 유별나게 좋아서 이득되는 경우는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에게 난청은 플레이보다는 심리적으로 극복할 대상이었다. 이해창은 난청 사실을 창피해하며 숨겨왔다. 때문에 앞서 말한 kt 관계자의 반응도 당연했다. 그런 이해창을 바꾼 것은 아내의 한마디였다. 이해창의 아내는 "눈 나쁜 사람은 안경 끼고, 이 안 좋은 사람은 교정기 차는데 귀 안 좋은 사람이 보청기 끼는 게 왜 창피한 거야?"라고 반문했다. 이해창은 당시를 추억하며 "머리가 띵했다. 창피해서 숨겼던 컴플렉스였는데, 지금은 아니다"라고 미소지었다.
이해창은 '봄이 아빠'로 더 유명하다. 딸 이봄 양이 야구장에 등장하면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이해창이 생애 처음으로 나선 올 시즌 올스타전에서도 봄이는 '씬 스틸러'였다. "봄이는 아직 야구가 뭔지, 팬이 누구인지 모른다.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는 줄 안다. 그런 모습은 아내를 닮았다. 어릴 때부터 워낙 사랑받고 자라서 그런 것 같다. 아내가 나 때문에 수원으로 이사를 왔는데, 서울까지 출퇴근했다. 올해부터는 수원에 조그마한 미술학원을 차렸다. 내년에 연봉이 더 오른다면 아내가 일에 뺏기는 시간이 더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서 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이해창의 이야기다.
그에게 이듬해 목표를 물었다. 이해창은 "투수와 함께 경기한다는 느낌보다는 리드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아직은 그렇지 못한다. '투수가 포수를 믿고 따라가는구나'라는 인상을 준다면 성공일 것 같다"라고 '2018 이해창'을 그렸다. 이렇게 이해창은 조금씩 단순한 '포수'가 아닌 팀의 '안방마님'이 된 자신을 그리고 있다. /kt 위즈 담당기자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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