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위즈랜드] kt 2018 신인, "강백호만 있는 게 아닙니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17 06: 49

"(강)백호만 있는 게 아닙니다".
kt는 11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내야수 강백호(18·서울고)를 지명했다.
강백호는 '투타 겸업'으로 이미 한국의 오타니 쇼헤이(니혼햄)라는 평을 얻었다. 이미 팬덤이 형성됐을 정도. 자연히 강백호의 행선지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그리고 지난해 최하위였던 kt가 그 주인공이 됐다.

노춘섭 kt 스카우트 팀장은 드래프트 이후 OSEN과 만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라며 밝게 웃었다. 신인지명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다. 하지만 '내용물이 괜찮아보이는 상자'를 잔뜩 얻었다면, 뚜껑을 열었을 때 기대했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바로 그 점에서 kt는 드래프트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노춘섭 팀장은 "3년 연속 최하위는 분명히 우리에게 아픔이다. '신생팀이라 이해한다'는 말이 들려오지만, 프로 세계는 냉정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노 팀장은 "단순히 '좋은 선수'를 데려오는 것보다 우리 팀에 필요한 자원을 데려오는 게 급선무였다. 흔히 '팀의 구색'을 맞춘다고 하지 않나. 우완과 좌완, 사이드암과 내야수가 조화를 이루도록 뽑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최하위였던 kt는 올해 2차 1라운드에서 주저 없이 강백호를 지명했다. 누구나 예측 가능할 만큼 당연한 결과. 그러나 노 팀장은 "강백호만 있는 게 아니다. 100% 우리 계산대로 맞아 떨어진, 다시 생각해도 기분 좋은 드래프트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최건-박재영, 즉시 전력 불펜감
최건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무조건 2차 1라운드감'이라고 평가받던 자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고3병'에 시달렸다. 11경기에서 34⅓이닝을 던져 1승2패, 평균자책점 5.51. 노 팀장의 말처럼 투구 동작에서 드러난 단점에 성적 부담감이 더해지며 부진이 거듭됐다. 부상은 전혀 없다고. 이듬해에도 불펜 투수로 1군 기용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최건에게 따른다.
최건은 최고구속 147~148km의 속구에 각도 큰 변화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최건의 가장 큰 장점은 매커니즘이다. 팔 스윙이 부드러워 발전 가능성이 높다. 노춘섭 팀장은 최건에게서 최원태(넥센)를 봤다.
거기에 단점이 뚜렷한 것도 장점이다. 노춘섭 팀장은 "뒷다리가 넘어오는 과정이 부자연스럽다. 그 때문에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단점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메리트다. 즉시 전력으로 기용가능한 선수가 바로 최건이다"라고 설명했다.
3라운더 좌완 박재영은 투수로 전업한지 채 1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3라운드에 호명될 만큼 성장세가 빨랐다. 박재영은 황금사자기 대회에서 4경기에 등판해 9⅓이닝 평균자책점 '제로'로 눈도장을 받았다. 올해 73탈삼진을 기록하는 동안 27볼넷만을 내줬다. kt 관계자는 "투수 전업 초반만해도 구속은 130km 초중반에 형성됐다. 지금은 140km까지 나온다. 각도 큰 슬라이더도 130km를 마크한다. 볼의 움직임이 굉장히 좋다"라고 칭찬했다.
거기에 투수 경력이 적다는 건 '어깨가 싱싱하다'는 장점도 있다. 프로에서 성장세를 보이면 원포인트나 중간계투로도 활용가능하다는 평가다. 노춘섭 팀장은 "커브 등 오프스피드 구종이 필요하지만 원포인트 역할이라면 지금의 속구-슬라이더 투 피치로도 경쟁력이 있다"라고 그를 평가했다.
▲ '대표팀 주전 포수'가 10라운드로…kt의 행운
타자로 돋보이는 선수. kt 관계자가 조대현에게 내린 평가다. 칭찬인 동시에 평가절하로 여겨질 수 있는 멘트다. 조대현은 얼마 전 준우승으로 끝난 캐나다 U-18 야구 월드컵에 참가, 안방마님으로 대표팀을 이끌었다. 타율 3할3푼3리, 1홈런으로 활약했으며 포지션별 베스트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드래프트장에서 조대현의 이름은 좀처럼 불리지 않았다. 결국 10라운드에 가서야 kt의 부름을 받았다. 노춘섭 팀장은 '조대현 픽'을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노 팀장은 "아무래도 하위 픽에서는 싹이 보이는 투수를 뽑는 게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포수를 한 명도 뽑지 않는 게 마음에 걸렸다. 조대현처럼 공격력 좋은 선수를 10라운드에서 데려온 건 우리에게 행운이다"라고 기뻐했다.
하지만 조대현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수 있다. 프로무대에서 기회는 상위 라운드 지명 선수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대표팀 안방마님에 포지션 베스트 선수로까지 꼽힌 조대현으로서는 유쾌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kt 관계자는 이에 동의했다. 그는 "당연히 의기소침할 것이다. 하지만 선수가 꿈을 이루도록 잘 설득하는 것도 우리 역할이다"라고 입을 연 뒤 "우리 팀에서 필요하니 데려온 것이다. 계약금이 안 맞는다고 대학 진학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못박았다.
kt는 이번 신인드래프트 행사에서 지명된 선수들에게 유니폼을 입혔다. 경기용 유니폼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바로 우측 가슴 부위에 'The moment of magic(마법의 순간)'이라는 패치가 붙어있었다는 점이다. kt 관계자는 "이제 막 지명을 받은 선수들의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나. 일반인들에게는 대학 합격, 취업 성공 등의 기쁨이 비슷할 것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선수들은 지금 한창 희망에 부풀어있을 것이다. '좋은 경기를 해야지', '팬분들한테 사인 잘 드려야지', '롤 모델처럼 돼야지' 등 계획이 많을 텐데, 흔히 '초심'을 이야기 하지 않나. 지금의 마음을 잊지 말라는 의미로 패치를 달아줬다"라고 설명했다.
서두에 언급했듯 드래프트 결과는 수년, 혹은 십 수 년이 지나고서 판가름 난다. 그러나 좋은 선수로 성장하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초심을 지키는 일이다. kt가 꿈꾸는 마법의 순간이 성적으로, 인성으로 함께 찾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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