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출생의 비밀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딸 바꿔치기다. 김혜옥의 거짓말로 시작된 신혜선과 서은수의 어긋난 운명이다. 주말극에서는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뻔한 설정 탓에 벌써부터 시청자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내 딸 서영이' 초반에도 이 같은 반응을 얻었던 소현경 작가다. 늘 탄탄한 필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던 소 작가의 저력이 이번 '황금빛 내 인생'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조금 더 시청해봐도 좋을 듯 하다.
KBS 2TV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은 흙수저를 벗어나고 싶은 3無녀에게 가짜 신분상승이라는 인생 치트키가 생기면서 펼쳐지는 황금빛 인생 체험기를 그린 가족 드라마다. 양미정(김혜옥 분)은 자신의 친 딸인 서지안(신혜선 분)이 해성그룹에서 잃어버린 딸 은석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사실은 지수(서은수 분)가 해성그룹의 친 딸이었던 것.
미정은 남편 태수(천호진 분)에게 자신의 거짓말을 고백했다. 지안을 향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거짓말이었다. 정규직을 위해 2년간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 같이 살았던 지안은 금수저 친구의 낙하산으로 인해 정규직이 되지 못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돈을 벌겠다고 치킨 집 아르바이트를 하는 지안의 모습은 미정에겐 견디기 힘든 크기의 것이었다.
하지만 태수의 마음은 달랐다. 결국 방송 말미 태수는 지안을 만나 "그 집에 가면 안돼"라고 만류를 했다. 그러나 예고편에서 지안은 짐을 챙긴 후 집을 나왔고, 지수와도 대립했다. 거짓말로 딸을 바꿔치기한 미정의 행동에 시청자들은 "또 이런 설정이냐", "딸까지 바꿔치기 할 정도로 힘든 집안 아니지 않나" 등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분명 미정의 행동은 극단적이다. 태수의 말처럼 세상엔 비밀이 없고, 만약 이 사실이 밝혀졌을 때 지안이 받아야 할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크기일 터. 그러나 미정은 당장 딸이 재벌가에서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재벌, 출생의 비밀, 금수저와 흙수저 등은 지금까지 드라마 속에서 너무나 많이 봐왔던 소재들이다. 그래서 식상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제 막 대장정의 스타트를 끊은 '황금빛 내 인생'이다. 특히나 소현경 작가는 '내 딸 서영이' 때도 초반 딸이 아버지와 절연한 채 결혼을 하는 설정 등으로 시청자들의 질타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서영이가 아버지와 화해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면서 시청자들의 반응도 180도 달라졌다.
그렇기에 이번 '황금빛 내 인생'도 섣부른 평가보다는 아직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때로 보인다. /parkjy@osen.co.kr
[사진] '황금빛 내 인생'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