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보이즈인더키친 "저희 음악 듣고 방방 뛰셨으면"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7.09.18 13: 35

음반데뷔 이듬해(2015년)에 ‘올해의 헬로루키’ 우수상과 ‘K-루키즈’ 대상을 거머쥔 실력파 4인조 밴드 보이즈 인더 키친(Boys In The Kitchen. 이하 보인키)이 지난 17일 첫 정규 1집 ‘Out of the Kitchen’을 냈다. 올 봄 2명의 멤버가 바뀐 후 첫 결과물이다.
직접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수록 10곡 전곡이 저만의 개성으로 중무장해 끝없는 매력을 발산한다. 처음부터 귀에 쏙 들어오는 곡은 역시 타이틀곡 ‘See the Sun’과 서브타이틀곡 ‘Bell on the Cat’이지만, 멤버들이 내심 타이틀곡으로 밀었던 ‘Out of the Kitchen’, 조용한 발라드곡 ‘Quiet Song’과 ‘밤비’도 들매(들을수록 매력)다. 앨범 발매 직전 [3시의 인디살롱]에서 만난 이들의 표정이 너무나 환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던 이유다.
보인키는 메인보컬 및 기타에 전현근, 드럼에 성해호, 베이스에 손정운, 기타에 김페리로 이뤄졌다. 손정운과 김페리가 지난 16일 발매된 1집을 같이 준비한 새 멤버들이다. 밴드이름 ‘보이즈 인 더 키친’은 브래들리 쿠퍼,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영화 ‘리미트리스(Limitless)’에서 두뇌를 100% 활성화시키는 신약을 만드는 집단의 이름에서 따왔다.

2014년 11월 데뷔 EP ‘Boys In The Kitchen’ 당시에는 전현근 강성민(기타) 남나리(베이스) 김정훈(드럼)이 멤버였다. 이들은 모두 국제예술대 실용음악과 동기들이었다. 그리고 2016년 10월 싱글 ‘Jenga’ 때는 지금의 전현근 성해호를 비롯해 올초 탈퇴한 강성민과 김영재(베이스)가 구성원이었다.
본격 인터뷰에 앞서 보인키의 디스코그래피부터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2014년 11월 데뷔EP ‘Boys In The Kitchen’ : 휴일, Bivo, 플라스틱컵, Dream#1, The Dancer
= 2015년 1월 옴니버스 ‘bright #3’ : Television Now
= 2015년 7월 싱글 ‘919’ : 919
= 2015년 12월 EP ‘Puberty’ : 토이스토리, Jenny, Out Of Control, 여우, I’m Not Surprised
= 2016년 2월 컴필레이션 ‘외전’ : 니가 보고 싶어져(원곡 제8극장)
= 2016년 10월 싱글 ‘Jenga’ : Jenga
= 2017년 9월 1집 ‘Out of the Kitchen’ : 81, Out of the Kitchen See the Sun, 캐치볼, Big Funny!, Quiet Song, Tutu, Bell on the Cat, Television Now, 밤비
= 새 앨범은 기존 발표곡 ‘Television Now’를 제외하고 9곡이 신곡이다. 간만에 에너지감과 속도감, 리드감에 절로 흥이 났다. 오늘 아주 제대로 본격 인터뷰를 해보자.
(보인키) “잘 들어주셨다니 고맙다. 저희도 열심히 인터뷰에 임하겠다.”
= 멤버 2명이 새로 들어왔다.
(전현근) “지금까지 총 4명이 바뀌었다. 음악적 견해 차이도 있고, 인디밴드를 하면서 채울 수 없는 물질적 보상 이런 것도 있었고, 나이 문제도 있었고. 원년멤버는 저만 남았지만, (성)해호가 힘을 내자고 다독여줬다. 해호가 그러면서 베이시스트로 친구인 (손)정운을 추천해 올 4월에 합류했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김)페리 형이 5월초에 합류했다.”
= 멤버 형동생 관계는 어떻게 정리됐나.
(전현근) “페리형이 89년생, 제가 90년생, 두 동생이 92년생이다.”
= 본인 소개를 직접 듣고 싶다.
(전현근) “기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쳤다. 원래는 배드민턴부에 들어가려 했으나 지원자가 많아 가위바위보 끝에 어쩔 수 없이 밴드부에 갔다(웃음). 기타도 포지션을 정하다보니 어쩔 수 없어 쳤다. 그때는 그래서 정말 재미없게 쳤다. 하지만 이때부터 저의 꿈은 인디밴드가 되는 것이었다. 기타를 잘 못쳐서 노래를 선택했다.”
(성해호) “제주도가 집이다. (전)현근이 형이랑 밴드한 지는 1년 넘었고, 드럼은 고등학교 3학년 때 갑자기 ‘마가 끼어서’ 치게 됐다(웃음). 하지만 수시 1차 때 드럼으로 대학에 바로 붙었다. 이후 국제예대를 다니면서 재미있게 음악을 하다가 현근이 형을 알게 돼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형이 처음에 ‘너를 록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하더라(웃음).”
= 전현근씨가 처음에 어떤 식으로 ‘접근’했나.
(성해호) “전역후 직업경찰이 되려고 노량진 고시촌에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일주일 전 생판 연락을 안하던 현근이 형이 전화해서는 ‘너, 드럼 치냐? 같이 하자!’고 하더라. 처음에는 거절했다. 다음날 낮에도 또 전화해서는 ‘록스타를 만들어주겠다. 형만 믿고 따라와라. 우리 이미 굵직한 공연이 많이 잡혀 있다’고 꼬셨다. 그래서 목포에서 서울로 올라오게 됐고, 두달만에 EBS ‘스페이스 공감’에 나갔던 것이다. ‘공감’ 출연 직후 부모님한테 모든 것을 말씀드렸다.”
= 손정운씨는 성해호씨와 친구 사이로 알고 있다.
(손정운) “군대를 의무소방으로 전역했다. 이후 소방관 준비를 했는데 최종면접에서 떨어져 김해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해호나 저나 ‘에듀윌’ 멤버다(웃음). 그러다 올 초 해호가 ‘서울로 놀러와라. 네가 좋아하는 보인키의 현근이 형이 같이 해보자고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올해 4월말쯤 합류했다. 베이스는 중 3 때부터 쳤고, 고등학교도 한국예술고로 진학했지만 1학년 때 자퇴했다. 검정고시 시험 후 대학은 실용음악과로 갔다.”
(김페리) “원래 하던 밴드가 있었는데 와해되고 혼자 솔로 앨범을 준비하며 지냈다. 어느날 현근이가 전화를 하더니 ‘친한 기타리스트를 추천해달라’고 하더라. 그러더니 5분 후 다시 전화를 해서는 ‘우리랑 같이 하자’ 이러더라(웃음).”
(전현근) “처음부터 페리 형을 염두에 뒀었다(웃음). 다만 팀이 해체된 지 얼마 안된 때라 물어보기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김페리) “처음에는 보인키의 정규 1집을 내주는 것까지만 도움을 준 후 정말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멤버가 생기면 나갈 생각이었다. 사실 지금도 언제 발을 뺄까 생각 중이다(웃음). 보인키가 롤링스톤즈처럼 나이 60, 70이 되어도 밴드를 할 수 있게끔 제가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손정운) “페리 형이 보인키를 심폐소생시켜줬다(웃음).”
= 팀 분위기가 참 좋은 것 같다. 밴드명은 어떻게 지었나.
(전현근) “어감이 좋았다. 우리는 창작하는 사람들이니까 뭔가 요리를 한다, 뭔가 만들어낸다는 뜻도 통했다.”
(김페리) “좋은 음악을 들으면 ‘약 빨고 만들었다’고 보통 그러는데, 이것과도 일맥상통한다.”
= 생애 첫 정규 앨범이 나온 소감이 궁금하다.
(전현근) “감개무량하다. 어느 팀이라도 정규 풀 앨범을 만드는데 노력은 하지만, 우리는 팀 내외적으로 워낙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래서 더 이를 악물고 만들었다. 이제 2집은 못만들겠다고 멤버들이 우스개소리를 할 정도다. 앨범제목 ‘Out of the Kitchen’은 20대 후반이 된 멤버들이 진짜 어른이 되는 ’30’을 앞두고 이제 슬슬 부엌 밖으로 나가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성해호) “정규 앨범을 만들면서 지금까지 과정이 너무나 위태로웠다. 제가 있을 때도 멤버 한 명이 바뀌었고. 하지만 페리 형이 합류하고 ‘요이 땅’ 하자마자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풀렸다. 멤버들간 시너지가 난 것 같다.”
= 앨범 재킷은 어떻게 작업했나. 그리고 누가 봐도 딱 ‘전현근’이다.
(전현근) “디자이너 이다빈씨한테 부탁했다. 지금까지 저희 앨범 재킷은 모두 눈을 감고 있었는데 이번 정규에서 처음 눈을 한쪽만 떴다. 빛이 머리를 관통하는 것은 아마 껍집을 깨고 새로 태어난다는 뜻인 것 같다.”
= 첫 곡은 연주곡 ’81’이다. 파워풀하면서 속도감 있는 연주가 일품이다. 마치 야간비행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81’이 무슨 뜻인가.
(전현근) “제가 군대 있을 때 81mm 박격포를 다뤘다.”
= 헉. 그런 뜻이.
(전현근) “숫자로 ‘간지나게’ 이름을 짓고 싶었다(웃음). 연주는 괴도 루팡의 느낌이 나도록 했다.”
(손정운) “녹음은 원테이크로 갔다.”
(김페리) “나중에 완성곡을 듣고 나서 굉장히 뿌듯했다.”
= 개인적으로는 ‘Out of the Kitchen’도 좋더라.
(전현근) “이 곡도 좋았지만 너무 마이너 느낌이라 타이틀곡으로는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 대신 앨범명으로 갔다.”
(김페리) “보인키 음악과는 다르게, 프로그레시브하게 진행되는 점이 인상 깊었다. 해호가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
(성해호) “’81’과 이 노래 편곡에 많이 신경 썼다. 드럼을 치면서 달리는 느낌, 스트레스를 푸는 느낌으로 했다. 중간에 7박으로 리듬이 바뀌는 부분에 주목해달라. 드럼이 멋있는 곡을 쓰고 싶었다.”
(손정운) “보통은 가사가 나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이 곡은 현근이 형이 단번에 썼다.”
= ‘See the Sun’은 역시 타이틀곡 답다. 절로 힘이 솟구치는 희망가다.
(전현근) “곡은 지난해 여름에 나왔지만 가사 쓰는데 정말로 1년이 걸렸다.”
(김페리) “기타 라인을 짤 때도 잠시 비는 부분, 루즈(loose)해지는 부분을 연주로 포인트를 줄까 많은 고민을 했다.”
= ‘캐치볼’은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 중에서 가장 친해지지 않는 곡이다.
(전현근) “페리 형의 기타와 정운이의 베이스 라인이 기가 막히게 나온 곡이다. 가사는 썸타는 관계를 캐치볼에 비유한 것이다.”
(김페리) “기타 라인을 네오펑크 느낌을 가져갔다. 제일 쉽게 나오고 가장 빨리 완성된 곡이다.”
(손정운) “합주를 하면서 그 사운드 안에서 베이스 라인을 찾았다.”
= ‘TuTu’는 이제 막 사랑이 시작된 분위기인데 제목의 뜻이 뭔지 궁금하다.
(전현근) “(동성애를 그린)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남자 주인공 마이클의 친구가 게이인데, 그 아이 입장에서 곡을 써봤다. 튜튜는 발레할 때 입는 치마 이름이다.”
(김페리) “드럼과 보컬의 완급조절이 매력적인 곡이다. 제가 기타를 잘 친 것 같다(웃음).”
= 마지막으로 같이 들어볼 노래 중 멤버들이 추천하는 곡이 있다면.
(보인키) “‘Quiet Song’이다.”
(전현근) “보인키가 지금까지 가장 기피하려 했던 게 사랑이나 애정 표현이다. 하지만 이 곡은 사랑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페리 형의 솔로 기타 손맛이 정말 죽여준다.”
(김페리) “사운드적으로는 개인적으로 요즘 추구하는 것과 맞아떨어져 기분이 매우 좋았다.”
= 다시 듣고보니 숨어있던, 제가 미처 진가를 몰라봤던 곡인 것 같다. 앨범이 참 잘 나온 것 같다. 공연 계획이 잡혔나.
(전현근) “10월14일 롤링홀, 10월28일 부산 리얼라이즈, 11월4일 광주 보헤미안에서 단독 공연이 잡혔다.”
= 보인키는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 것인가.
(성해호) “저희 음악을 들으면 방방 뛰고 활기찬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다. 에너지를 넘겨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손정운) “보인키에 합류한 지는 얼마 안됐지만 5개월 동안 보인키 색깔을 이번 1집에 많이 넣은 것 같았다. 다음에는 더 발전된 사운드, 멤버 시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 앨범을 준비하겠다.”
(김페리) “앨범을 준비하면서 개인 작업에도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영감을 많이 받았다. 리스너들이 보인키 음악을 듣고 리프레쉬되리라 믿는다.”
(전현근) “앞으로도 제 감정에 솔직한 음악을 만들고 싶다. 사운드는 멤버들이랑 열심히 상의하겠다. 수고하셨다.”
/ kimkwmy@naver.com
사진=이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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