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회 14실점' LG, 불펜 정비없이 PS 힘들다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7.09.20 06: 00

일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경기. 팬들은 이를 '대첩'이라고 부른다. kt 입장에서 대첩, LG 입장에서 참사 수준의 경기가 나왔다. 갈 길 바쁜 LG의 현주소가 여실히 드러나는 경기였다.
LG는 19일 서울 잠실 야구장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kt와 팀간 15차전을 7-15로 패했다. 선발투수 데이비드 허프의 호투는 빛났다. 허프는 7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으로 호투했다. 그나마도 힘이 다소 떨어진 7회 3피안타로 1실점했을 뿐이었다. 3회 선두 하준호의 2루타를 끝으로 6회까지 12타자 연속 범타 처리의 힘을 보였다.
허프가 내려가자 kt 타선의 폭격이 시작됐다. LG가 3-1로 앞서던 8회, 경기의 균형이 맞춰졌다. LG 불펜의 첫 주자는 진해수였다. 그러나 진해수는 1사 후 멜 로하스에게 2루타를 맞았다. LG 벤치는 여기서 움직였다. 진해수 다음은 신정락. 그러나 신정락은 윤석민 상대 볼카운트 1S에서 내리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 허용했다.

LG 벤치는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정찬헌이 나섰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세 명의 필승조가 총출동한 것. 정찬헌은 유한준과 박경수에게 연달아 1타점 적시타를 맞아 3-3 동점을 허용했다.
후속 이진영 타석에서 빗줄기가 굵어졌다. 대기 및 정비까지 꼬박 53분이 걸렸다. 그 이후 마운드에 오른 투수 역시 정찬헌이었다. 어깨가 식을 법한 상황이었음에도 앞서 진해수와 신정락이 합쳐 ⅓이닝을 던졌기에 고육지책이었다. 김지용과 이동현이 남아있었지만 양상문 LG 감독의 선택은 다시 정찬헌이었다.
정찬헌은 첫 타자 이진영에게 큼지막한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첫 판정은 홈런이었으나 비디오 판독 끝에 번복됐다. kt의 5-3 역전. 정찬헌은 이어진 1사 2루에서 오태곤에게 번트 안타, 장성우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준 뒤에야 마운드를 내려갔다. 석 점 차 역전 허용과 함께.
LG는 8회 공격에서 다시 뒤집기에 성공했다. '광토마' 이형종의 역전 석 점 포가 터질 때만 해도 분위기는 완전히 LG 쪽이었다. 그러나 LG가 7-6으로 앞선 9회 악몽이 시작됐다. 마운드에는 8회부터 등판한 김지용. 선두 로하스의 3루타에 윤석민의 내야 안타로 무사 1·3루, LG 벤치는 김지용 대신 이동현을 투입했다. 그러나 대타 오정복이 초구부터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1사 후 이진영의 실책 출루, 오태곤이 2타점 2루타로 쐐기를 박았다. 장성우가 고의4구를 골랐지만 김동욱과 하준호가 연달아 1타점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11-7로 kt의 넉넉한 리드, 사실상 그로기 상태에 빠진 이동현에게 로하스가 만루포를 뽑아냈다. 사실상 승부의 추가 완전히 기운 순간이었다.
올 시즌 LG의 컨셉은 단연 '투수의 팀'이다. 물론 공격 지표가 좋지 못한 탓도 있지만, 리그 평균자책점 1위(4.21)에 올라있는 마운드의 힘 자체를 무시할 수 없다. 데이비드 허프-헨리 소사-차우찬으로 이어지는 3선발까지는 리그 어느 팀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다. '클로저' 임정우 없이 시즌을 시작했지만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가 9명이나 된다. 신정락(10세이브)을 시작으로 정찬헌(7세이브), 이동현(5세이브), 김지용(3세이브) 등이 모두 승부처에 등판, 세이브를 거둔 바 있다.
9명의 세이브 투수. 올 시즌 가장 많은 선수가 세이브를 거둔 팀이 바로 LG다. 그 뒤를 이어 SK(8명), KIA, 넥센(이상 7명)이 '다양한 세이브 투수'를 보유했다. '집단 마무리'를 넘어 '불펜 전원 필승조'를 선언했던 양상문 감독이다. 이게 결국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이닝 쪼개기', 한 이닝에 여러 명이 투입되는 경우가 잦다. 만일 필승조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뒷 투수들이 느낄 부담이 더 커진다. 그 결과가 극대화된 게 19일 경기다. 그로기 상태에 빠진 이동현이 8실점하는 동안 마운드에 서있던 이유다.
8월 이후로 범위를 좁히면 블론세이브 9개로 kt와 더불어 리그 1위. 불펜이 안 좋은 이미지의 KIA, SK(이상 7블론세이브)보다 심한 상황이다.
LG의 불펜 정비 없이는 가을야구 희망도 차츰 옅어질 것이다. /ing@osen.co.kr
[사진] 잠실=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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