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의 깜짝 발언, 다시 위기감 도는 전주성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7.09.21 05: 51

폭풍전야다.
전북 현대는 지난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30라운드 상주 상무와 홈 경기서 전반 32분 정혁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한 채 1-2로 역전패했다. 후반 15분 주민규에게 동점골을 허용한 뒤 추가시간 종료 직전 김호남에게 통한의 역전골까지 내줬다.
전북의 쓰라린 역전패는 주축 수비수 김민재의 퇴장 탓이 컸다. 옐로 카드 1장을 안고 있던 김민재는 전반 40분 상대에게 발을 높이 들어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 당했다. 1-0으로 리드하던 전북은 후반 내리 2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날 경기 전까지 K리그서 199승 104무 95패를 기록, 최단 기간 200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은사인 김호, 김정남 감독에 이어 통산 3번째 대기록 달성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전북의 상주전은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안방에서 승점 3을 모두 놓쳤고, 핵심 수비수인 김민재도 잃었다. 10명으로 싸워 체력적인 부담도 안았다. 선두 자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전북은 2위 제주 유나이티드에 승점 3 차이로 쫓기고 있다. 다득점서 6골 앞서 있지만 추후 2경기서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최강희 감독의 의미심장한 발언이 최악의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다. 최 감독은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서 올 시즌 자신의 거취 문제를 먼저 꺼내면서 후폭풍을 예고했다.
최 감독은 "팀이 큰 틀에서 우승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선수들 분위기가 안 깨져야 한다"면서도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200승을 하고 얘기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다"며 "올 시즌 나의 거취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상위 스플릿에 가기 전까지 윤곽을 낸 뒤에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상주전 패배가 전체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거취에 대해선 따로 말씀을 드리겠다. 상주에 졌기 때문에 선수단에 전체적으로 영향이 갈 수 있다. 시기를 봐서 얘기해야 될 거 같다"고 덧붙였다.
폭탄 발언이다. 최 감독은 지난 2005년부터 전북을 지휘하며 명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특유의 친화력과 리더십을 앞세워 전북을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만들었다. 전북에서만 12시즌을 지내며 2015년 이미 통산 200승을 달성했다. K리그 200승에 1승만을 남겨둔 그는 올 시즌도 전북을 K리그 선두로 이끌고 있다.
이런 최 감독이 시즌 도중 전북의 지휘봉을 내려놓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북 관계자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라는 눈치였다. 구단 수뇌부도 최 감독의 의중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200승을 하고 얘기를 했으면 좋았겠지만"이라는 최 감독은 이미 자신의 거취를 정해놓은 듯했다. 다만, 오랜 시간 홀로 고민했을 거취 문제를 공식 석상에서 입밖으로 꺼낸 점과 발표 시기는 예상 밖이었다.
전북은 상주전 패배와 최 감독의 깜짝 발언으로 지난 시즌 아쉽게 놓쳤던 K리그 우승도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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