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故김광석 노래 안 틀고 못 듣겠다? 슬픈 현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7.09.25 15: 00

[OSEN=해리슨의 엔터~뷰] 지난 20일 故 김광석씨의 딸 서연양이 10년 전에 사망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한 사람들 중 다수가 커다란 충격을 넘어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결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소식을 접한 김광석씨 가족과 친구들의 심경을 우리가 헤아릴 수 있을까요?
1996년 1월 6일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삶을 마감했다는 당시 언론보도들은 김광석의 음악과 라이브를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깊은 슬픔과 상처로 남게 되었고, 사후 20년이 넘게 그를 알고 있던 이들은 물론 김광석의 존재를 잘 모르던 세대들에게도 깊은 울림의 목소리는 위로와 치유로 다가섰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이상 故 김광석씨가 남기고 간 주옥 같은 음악들을 온전히 들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먼저 8월 30일 극장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을 관람한 5만여 관객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죽음에 관한 의혹들을 긴 시간 동안 파헤쳐 온 이상호감독님의 취재 결과를 보고 듣게 되었죠.

세상에 미처 공개되지 않은 내용들을 스크린을 통해 접했던 사람들에겐 이후 김광석의 음악을 듣는 것이 고통스런 무게로 다가섰을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서 어디서 살고 있는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서연양이 아빠가 남긴 저작물의 권리승계 자로서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랬을 겁니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을 사랑스런 딸 서연양이 2007년 12월 23일 세상을 떠났다는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한 뉴스는 수많은 사람들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급기야 전국민적 관심사가 되었고 남편과 딸의 죽음을 목격한 유일한 사람인 부인이자 엄마 서해순씨는 풀리지 않는 두 죽음의 의혹을 밝혀야 할 당사자로 나서야 할 상황에 맞닥뜨리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딸을 대신해 김광석씨가 작사 작곡한 노래에 관한 저작권, 마스터 음반(음원) 권리에 관한 저작인접권은 물론 실연권 초상권 등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소송이 끝나지 않은 과정에서 서연양은 2007년 말 사망을 했고 대법원의 확정 판결은 이듬해에 선고됐지만 서해순씨가 딸의 죽음을 세상은 물론 법정에서 조차 알리지 않았을 것이란 추측은 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딸이 더 이상 곁에 없었음에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주위에 말을 전했다는 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어느 누구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부분임에 틀림없죠.
어제 그제 김광석과 그의 음악을 아끼고 사랑한 분들의 연락이 많이 왔습니다. 김광석씨가 생전 발표했던 LP들을 모두 소장하고 있다고 항상 자랑하던 친한 후배는 ‘그의 음악을 지금 듣는 것이 너무 미안할 따름이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토로하더군요.
김광석의 노래를 음원 사이트에서 즐겨 듣는다는 한 대학생은 ‘혹시 제가 들을 때 발생하는 음원 수익이 서해순씨에게 가나요?’라고 문의를 내게 합니다. 김광석씨에게 권리가 있는 곡은 그럴 것이라고 답을 줬더니 그렇다면 아예 당장 김광석씨 노래를 안 듣겠다는 학생의 답을 받기도 했습니다.
친분이 있는 모 라디오 방송국 음악 프로그램 PD와 작가 분의 연락도 있었죠. 당분간 김광석씨가 작사 작곡한 곡은 제외하고 노래만 부른 곡 위주로 그나마 선곡을 하기로 했다고 여러 소식을 듣고 서로 토론하며 울분을 털어놓았다고 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하늘에 있는 김광석씨와 서연양에게 음악으로 위로와 평안을 전해야 할 입장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김광석의 음원이나 CD를 사서 들을 때, TV와 라디오에서 김광석의 음악이 흐를 때, 영화 드라마 CF 뮤지컬 등에서도 김광석의 음악이 사용되어 접하게 될 때 그의 권리로 확인된 곡들의 상당금액의 저작권료가 모두 서해순씨에게 지급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우리는 지켜봐야만 합니다.
그래서인지 현시점에서 김광석씨가 남긴 노래나 앨범을 당분간 접하지 않는 것이 ‘김광석씨 가족에 대한 예의와 도리’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주위에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정말 대다수 사람들이 김광석의 음악을 온전한 마음으로 들을 수 없을 겁니다
이제는 ‘감춰진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답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네요.
그 열쇠를 갖고 있는 분의 솔직한 답변만이 하늘에 있는 김광석씨와 서연양, 그리고 김광석씨의 아버님 모두가 그곳에서나마 평안히 지낼 수 있게 해드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꼭 이뤄지길 바라며 끝을 맺습니다.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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