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이승엽 같은 선수 또 없다" 아쉬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7.10.04 06: 00

"벌써 마지막 날이라니". 
'국민타자' 이승엽(41)이 지난 3일 대구 홈에서 성대한 은퇴식을 갖고 23년간의 프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은퇴 경기에서도 연타석 홈런으로 이승엽다운 끝맺음을 했다. KBO리그 역대 통산 최다 467홈런·1498타점·1355득점·4077루타의 대기록을 남기고 정든 그라운드를 떠났다. 
이승엽의 은퇴를 지켜보는 김성근(75) 전 한화 감독은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김 전 감독은 "벌써 마지막 날이라니"라며 "아쉽다. 너무 아쉽다. 야구의 진미를 가르쳐주는 선수는 이승엽밖에 없다. 은퇴 시기가 빨라 아쉽다는 게 아니라 이런 선수를 또 볼 수 있을까 싶어 아쉽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이승엽은 후배선수들에게 목표의식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마흔 살 넘어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승엽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걱정이다. 세대교체를 해야 하는데 그만한 스타 클라스가 있는가 싶다. 이승엽처럼 한 단계 높은 수준에서 보여줄 선수는 또 없다"고 높게 평가했다. 
김 전 감독은 지난 2005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사제의 연을 맺었다. 당시 이승엽은 일본 진출 첫 해 부진한 시즌을 보냈고, 지바 롯데가 야인으로 지내던 김성근 감독을 이승엽 전담 코디네이터로 붙였다. 이승엽은 첫 해 부진을 딛고 2005년 30홈런을 폭발하며 야구인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이승엽은 지금도 가장 고마운 스승 중에 하나로 김 전 감독을 꼽는다. 훗날 이승엽은 "캠프 첫 날 정장 차림으로 오신 김 감독님이 머리부터 깎으라고 하셨다. 짧은 한 마디의 울림은 컸다. 1년 내내 짧게 머리를 깎고 죽도록 연습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독기가 생겼다"며 "감독님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나는 진심으로 존경하면서 감사한 분이다"고 말했다. 
김 전 감독은 "그때 승엽이가 나한테 야단을 많이 맞았었다"며 웃은 뒤 "그 당시에는 모든 순간이 승부였다. 변화구에 약점이 있었는데 어떻게든 벗어나야 했다. 매일 하루 1000번을 넘어 2000번씩 손바닥에 피가 철철 흐를 때까지 스윙을 했다. 나도 그렇고, 승엽이도 참으로 독하게 했다"며 "30홈런 친 날 같이 호텔에서 마신 캔 맥주를 잊을 수 없다"고 옛추억을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김 전 감독은 "지금 우리나라 선수들에게 가장 모자란 게 바로 이승엽과 같은 독기다. 그만큼 연습하는 선수가 별로 없다. 연습 속에서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래서 오래 야구할 수 있었다"며 결과보다 과정에 충실한 이승엽의 정신력과 자세를 후배들이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떠난 이승엽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것이란 김 전 감독의 목소리에는 어느 때보다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waw@osen.co.kr
[사진] 지바 롯데 시절 이승엽과 김성근 전 감독(중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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