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자책’ 한동민, 벌써 시작된 2018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7.10.06 06: 11

한동민(28·SK)의 목소리는 아직도 무거웠다. 한동민은 올 시즌을 마무리하게 된 원흉인 부상 상황에 대해 “그 상황은 아직도 자책하고 있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한동민은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군에서 복귀한 첫 해, 자신도 대단한 각오로 부딪힌 결과였다. 다소간 부침이 있었지만 버텼다. 103경기에서 타율 2할9푼4리, 29홈런, 7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10으로 폭발했다. SK 좌타 역사상 한 시즌에 한동민보다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는 없었다. 그러나 시즌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다. 욕심이 부른 부상 때문이었다.
8월 8일 인천 NC전이었다. 팀이 앞선 8회 무리하게 2루 도루를 감행했다. 벤치에서의 사인은 없었다. 오직 한동민의 개인 판단이었다. 한동민은 “당시 팀 성적이 썩 좋지 않은 때였다. 여기에 불펜투수들도 힘들어 하는 상황이었다. 1점을 더 내면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2루 도루를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발목을 크게 다쳤다. 한동민은 “욕심이 대재앙으로 돌아왔다”고 아쉬워했다.

재활 기간만 3개월이 걸릴 큰 부상이었다. 두 달이 지난 현 시점에서도 한동민은 아직 제대로 걷지 못한다. 목발 없이 걷는 것 자체가 오래간만이다. 한동민은 “수술을 했고, 퇴원 후 2주 정도는 집에서 쉬었다. 재활을 한 지 4주 정도 됐다”면서 “강화에서 숙식을 하며 재활에 전념하고 있다. 피곤해야 밥맛도 나는데, 그런 훈련은 아니다보니 요즘에는 입맛도 없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발목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체중 관리도 하고 있다.
만약 부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SK는 좀 더 쉽게 5위를 확정지었을 수도 있고, 한동민은 5일 NC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섰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한 시즌을 모두 뛰며 귀중한 경험을 얻었을 수도 있다. 부상이 모든 것을 앗아간 셈이다. 한동민은 그 상황에 대해 아직도 자책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한동민은 아쉬움을 애써 달래며 재활에 매진하고 있다.
마무리캠프 참가는 어렵지만, 지루한 재활도 서서히 진척을 보이고 있다. 한동민은 “다음 주에 발목에 고정된 핀을 뽑는다. 그러면 조깅부터 천천히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고 설명하면서 “발목에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더라. 앞으로도 계속 안고 가야 할 부상인 것 같다. 그럴수록 최선을 다해 재활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동민은 5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앞두고 팀에 합류했다. 경기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동행해 포스트시즌을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한동민은 이날 본부석 뒤 전력분석원들의 자리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팀의 허탈한 탈락을 지켜봐야 했다. 그럴수록 더 각오를 다진다. 내년에는 부상 없이 더 높은 곳으로 가겠다는 각오다. 한동민의 2018년은 벌써 시작된 듯 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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