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터가 던진 물음표, 정규리그 우승의 진정한 가치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7.10.08 06: 00

정규 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가치가 있는 것일까?
한국프로야구의 독특한 순위 결정 시스템이 KIA 외국인 투수 헥터 노에시의 입을 통해 다시 한번 부각을 받았다. 헥터는 지난 3일 kt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를 따내고 팀의 정규리그 우승을 안겨주었다. 자신은 시즌 20승 고지도 함께 밟았다. 그러나 헥터는 즐거운 표정이 아니었다. 
정규 시즌 우승을 크게 즐거워하지 않는 한국야구의 독특한 문화 탓이었다. 실제로 이날 KIA는 원정경기였고 상대팀의 팬들을 생각해 KIA는 헹가래 없이 플래카드와 정규리그 우승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우승 행사를 마감했다. 수원의 호텔로 돌아와서도 특별한 행사가 없었다.  

헥터는 경기후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서는 정규 시즌 우승을 하면 모두가 감격한다. 하지만 한국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문화 차이라고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헥터는 광주로 내려가는 버스안에서 자신이 준비한 위스키 한 병을 외국인 동료 팻딘과 로저 버나디나와 함께 비우는 것으로 자축했다. 
일본은 퍼시픽리그와 센트럴리그 각각 6개팀이 자웅을 겨루고 메이저리그는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각각 3개의 지구별로 나뉘어 162경기 대장정을 벌인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면 맥주를 뿌리거나 샴페인을 터트리며 우승을 만끽한다. 팬들이나 미디어도 정규 시즌 우승을 가장 가치있는 것으로 대우한다. 포스트시즌은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즐긴다. 
한국야구의 정규리그 우승팀의 잇점은 두 가지이다. 포스트시즌 수입(경비 제외) 가운데 20%를 차지한다. 또 한 가지는 하위 팀보다 많은 20일간의 재충전 시간을 번다. 한국시리즈 선착 팀의 우승 가능성이 80%가 넘다는 점만 보더라도 유리하다. 그러나 만일 한국시리즈 7경기에서 하위 팀에게 진다면 시즌의 순위는 한순간에 2등으로 내려앉는다.  
지난 2015년 정규 시즌 3위였던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 이어 삼성마저 한국시리즈에서 꺾고 우승을 차지했고 리그 1위 대접을 받았다. 이른바 하극상 우승이었다. 두산은 2015시즌의 지존으로 우승 팀이 가지는 모든 대우를 받았다. 삼성은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그림자에 가려 2등으로 내려갔다.  
때문에 정규리그 우승팀의 최종 순위는 1위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2015년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당시 류중일 삼성 감독(현 LG 감독)은 "정규리그 1위팀이 최종 1위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144경기에서 1위 보다 한국시리즈 4승을 해서 얻은 1위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는가. 144경기 우승이 훨씬 값진 것이다.  우리도 정규리그 1위를 하고 샴페인을 터트리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헥터의 눈에는 144경기에서 최종 승리를 거둔 팀이 우승이 아니라는 것이 이상해 보인 듯 하다. 독특한 한국야구 문화라고 이해를 했지만 납득하지는 않는 표정이었다. 헥터가 던진 물음표는 다시 한번 정규 시즌 우승의 진정한 가치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현재의 포스트시즌의 재미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정규리그 우승팀에 대한 진정한 예우도 해주는 묘안은 없는 것일까?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